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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반/초기불교89

몸과 마음을 이완시킨 채로 천천히, 느긋하게 대상에 의도적으로 계속해서 몰입한다.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을 ‘좋아하는 일’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내가 제안하는 방법은 할 일에 대해 끊임없이 슬로싱킹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해야 할 일과 관련한 무수히 많은 시냅스가 활성화되고 몰입도가 올라가서 그 일이 내게 가장 의미 있는 일이 되고, 곧 가슴 뛰는 일이 된다. 그런데 이 장벽을 넘는 아주 쉬운 방법이 있다. 바로 몸과 마음을 이완시킨 채로 명상하듯 천천히, 느긋하게 생각하는 슬로싱킹이다. 슬로싱킹은 집중된 상태를 유지하되, 생각이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문제 해결을 위해 역동적으로 두뇌 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집중과 다르다. 슬로싱킹을 연습하고 익숙해질수록 다급하게, 얕게 생각하던 기존의 습관을 천천히 깊게 생각하는 습관으로 교체하게 된다. 슬로싱킹.. 2022. 10. 27.
천천히, 느긋하게, 스트레스 받지 않고 집중하는 대상을 계속해서 생각한다. 문제가 어려우니 1초도 생각을 멈추지 않겠다는 자세로 오래 들여다봐야 풀릴 거라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런데 아이는 ‘1초도 멈추지 않고’ 생각하라는 내 말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은 모양이었다. 나름대로 생각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생각해도 문제가 풀리지 않자 머리가 아프고 너무 답답하다고 했다. …(중략)… 아이에게 ‘생각하기’란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천천히, 느긋하게, 스트레스 받지 않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아이는 생각의 진전이 없는 어려운 문제를 스트레스 받지 말고 느긋하게 풀라는 내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중략)… 슬로싱킹은 생각할 때 괴로움이나 스트레스 없이 편안하고 이완된 상태를 유지하되, 집중하는 주제에 대해서는 생각하기를 1초도 멈추.. 2022. 10. 26.
준비 표상, 익힌 표상, 닮은 표상, 근접 삼매, 본삼매, 그리고 찰나 삼매 표상이란 일종의 이미지 혹은 영상입니다. 예를 들면 어머니 하면 떠오르는 영상이나 김태희 하면 떠오르는 영상을 말합니다. 사마타 수행에서의 표상은 우리가 밝은 태양이나 둥근 형광등 등을 쳐다보다가 눈을 감으면 잠시 남아 있는 밝은 영상 혹은 잔상을 표상이라고 한다고 생각하시면 제일 쉬울 듯 합니다. 까시나나 숨이 닿는 곳 등을 지속적으로 주시하면 그것을 대상으로 일종의 잔상이나 영상이 일시적으로 생기는데, 그것을 준비단계의 표상이라 여기시면 되겠고 까시나나 숨이 닿는 곳을 지속적으로 오래 오래 집중하다 보면 이러한 준비 단계의 표상이 사라지지 않고 본래의 대상과 같은 모습으로 잔상을 오래 유지하면 그것을 익힌 표상이라 여기면 되겠고 이렇게 하여 본래의 대상보다 더욱 더 밝고 수승한 너무나 좋은 영상이 맺.. 2022. 10. 25.
찰나를 이해하면 연기의 흐름을 관찰하고, 집착과 갈애를 해소한다. 찰나는 북방 구사론에 나타나는 여러 시간 단위를 비교해서 보면 75분의 1초에 해당하는 시간이라 합니다. 상좌부의 심찰나는 물질보다 다시 16배가 더 빠르므로 75*16=1,200 하여 1,200분의 1초가 되겠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런 산술적인 시간 개념이 아니라, 찰나는 고유성질을 가진 법의 특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이라 보면 됩니다. 즉, 예를 들면 분노라는 법이 분노라는 특징을 유지하는 최소의 시간이 1,200분의 1초라는 말입니다. 찰나는 다시 더 작은 여러 시간으로 나눌 수 있지만 찰나를 더 나누게 되면 이러한 법의 고유성질을 파악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이해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찰나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옛 아라한 스님들의 한결같은 말씀입니다. 찰나를 이해하기.. 2022. 10. 24.
일상에서 마음챙김과 알아차림, (좌선을 통한) 위빳사나 대왕이여, 그러면 어떻게 비구는 마음챙김과 알아차림을 잘 갖춥니까? 대왕이여, 여기 비구는 나아갈 때도 물러날 때도 자신의 거동을 분명히 알면서 행합니다. 앞을 볼 때도 돌아볼 때도 분명히 알면서 행합니다. 구부릴 때도 펼 때도 분명히 알면서 행합니다. 가사, 발우, 의복을 지닐 때도 분명히 알면서 행합니다. 먹을 때도 마실 때도 씹을 때도 맛볼 때도 분명히 알면서 행합니다. 대소변을 볼 때도 분명히 알면서 행합니다. 걸으면서, 서면서, 앉으면서, 잠들면서, 잠을 깨면서, 말하면서, 침묵하면서도 분명히 알면서 행합니다. 대왕이여, 이와 같이 비구는 마음챙김과 알아차림을 잘 갖춥니다. - 디가 니까야 ‘사문과경(D2)’ §65 1. 위빳사나에서 말하는 ‘현재를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우리가 흔히 이해하.. 2022. 10. 24.
dhamma를 분석하고 분류하고 해체해야 Dhamma다. 분석이 법에 대한 학문적이고 이론적인 접근이라면 해체는 이를 바탕으로 한 실참 수행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오온으로 구성된 나라는 존재를 몸, 느낌, 마음, 심리현상들로 그리고 더 미세하게 해체해 들어가는 것이 대념처경을 근본으로 하는 초기 수행법입니다. 그래서 궁극에는 무상, 고, 무아를 체득하고 고집멸도를 철견하여 해탈 열반을 실현하는 것이 초기, 아비담마에서 설하는 분석과 해체라고 봅니다. 초기 부처님의 가르침과 아비담마는 철저히 분석에 바탕합니다. 절대로 먼저 직관을 설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분석이 바탕이 되어야 무상, 고, 무아 혹은 고집멸도의 사성제를 철견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분석에 바탕한 경을 먼저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중략)… 언어로 보자면 분석을 근본으로 하는 아비담마는 논문의.. 2022. 10. 24.
수행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삶의 모든 순간에서 실현되어야 한다. 둘째, 수행은 테크닉이 아닙니다. 우리 불교의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가 수행을 특정한 테크닉으로만 이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략)… 초기불교에서 수행에 해당하는 원어는 bhāvanā(바와나) 입니다. 바와나는 문자적으로 ‘되게 함’ 이라는 뜻인데, 부처님께서는 이것을 팔정도로 정의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사성제와 연기/무아에 대한 바른 안목과 이해로 요약되는 바른 견해(정견), 마음과 몸과 말의 바른 행위(정사유, 정어, 정업, 정명) 선법/불선법의 판단을 토대로 한 바른 노력(정정진) 그리고 바른 마음챙김(정념)과 바른 삼매(정정)를 실천하는 삶의 모든 순간이 모두 수행이지, 좌선을 한다든지 염불을 한다든지 하는 특정한 테크닉(수행기법)만을 수행으로 봐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수행을 이처럼 테크닉.. 2022. 10. 22.
아비담마는 꼭 배워야 하나 저는 개인적으로 초기 경의 가르침은 간단명료한 법수들의 나열이 아주 많기 때문에 이러한 법수들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으면 초기 경의 메시지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요즘도 절감하는 것이지만 초기 경의 가르침은 후대의 어떤 경들이나 논서들 보다도 어려운 가르침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특히 초기 경들 가운데서 법수를 정의하고 설명하는 경들을 먼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팔정도의 8가지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를 경에 입각해서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해하고 마음에 새겨두어야 할 것이며, 초기 경에서 정의하는 십이연기의 12가지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하며 다른 법수들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초기 경을 완전히 자기 식으로 엉뚱하게 이해하는 것이 된다고 봅니다. 그.. 2022. 10. 21.
쉰다는 것은 마음이 탐욕과 성냄의 심리 현상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다. 가만히 누워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면 그것은 쉬고 있는 것일까? 잠을 잔다면 육체적으로 휴식을 취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이 복잡해서 뭔가 다른 대상을 찾는다는 것은 쉬는 게 아니고 대상이 바뀐 것 뿐이다. 마음은 본질적으로 대상을 찾아 헤맨다. 그러나 그 대상이라는 것들은 대부분 탐욕과 성냄을 실어 나르고 있다. 조용한 음악을 들으면서 쉰다고 하지만 음악에 대한 탐욕의 마음이 일어나고 있다. 탐욕과 성냄의 마음은 엄청난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하기 마련이다. ….(중략)… 이런 의미로 현대인들은 제대로 쉬고 있지 못하다. 쉰다는 것의 의미도 모르고 있다. 제대로 쉰다는 것은 마음이 탐욕과 성냄이라는 심리 현상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벗어나기 위해서는 탐욕과 성냄의 대상이 될 수 없.. 2022. 10. 19.
우리의 모든 고통스러운 정신적 느낌은 집착에서 온다.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불행한 것이 아니고, 생각을 집착하고 있는 상태이다. 즉 불만족한 ‘느낌’을 만나 ‘성냄’을 ‘집착’하고 있는 상태이다. 우리의 모든 고통스러운 정신적 느낌은 집착에서 온다. 헤어진 사람을 집착하고, 자식을 집착하고, 돈을 집착한다. …(중략)… 생각은 집착하면 할수록 점점 커진다. 출처: 최동엽, ‘숨’, 생각나눔(2019) 2022. 10. 19.
염오는 세상에 대한 의미부여가 끝나는 것이다. 금생의 행복은 보시, 지계, 학문과 기술이고요. 내생의 행복이라고 하면 인간계와 천상에 태어나는 것이잖아요. 내생에 인간과 천상에 태어나려면 결국은 보시와 지계를 닦아야 한다. ...(중략)... 범천, 색계 천상, 무색계 천상에 태어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삼매를 닦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맨 마지막 자와나 과정(속행 과정)에서 그것에 관계되는 삼매에 들어서 닮은 표상을 대상으로 해서 거기에 맞는 천상에 태어나겠지요. 내생의 행복 중 범천에 태어나기 위해서는 보시, 지계만 가지고는 안 됩니다. 보시, 지계만 닦아서는 욕계 천상에는 태어납니다. 맨 마지막에 염오 - 이욕 - 해탈이 여기에 나오잖아요. 염오 - 이욕 - 소멸, 염오 - 이욕 - 해탈이 나오는 것은 이것은 해체해서 보기, 무상-고-무아, 염오-이.. 2022. 10. 19.
정신과 물질을 보는 것만으로 위빳사나라 할 수 없다. “대왕이여, 예를 들면 깨끗하고 최상품인 유리 보석이 팔각형이고 아주 잘 가공되고 맑고 투명하여 모든 특질을 다 갖추었으며 푸르고 누르고 붉고 흰 실이나 갈색의 실로 묶여 있다 합시다. 그것을 눈이 있는 사람이 손에 놓고서 ‘이 유리 보석은 깨끗하고 최상품이며 팔각형이고 아주 잘 가공되고 맑고 투명하여 모든 특질을 다 갖추었는데 푸르고 누르고 붉고 흰 실이나 갈색의 실로 묶여 있구나.’라고 살펴보는 것과 같습니다. 그가 이와 같이 마음이 삼매에 들고, 청정하고, 깨끗하고, 흠이 없고, 오염원이 사라지고, 부드럽고, 활발발하고, 안정되고, 흔들림이 없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 지와 견으로 마음을 향하게 하고 기울게 합니다. 그는 이와 같이 꿰뚫어 압니다. ‘나의 이 몸은 물질로 된 것이고, 네 가지 근본물질[.. 2022.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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