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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반/초기불교

몸과 마음을 이완시킨 채로 천천히, 느긋하게 대상에 의도적으로 계속해서 몰입한다.

by Rihan 2022.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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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해야 할 일’을 ‘좋아하는 일’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내가 제안하는 방법은 할 일에 대해 끊임없이 슬로싱킹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해야 할 일과 관련한 무수히 많은 시냅스가 활성화되고 몰입도가 올라가서 그 일이 내게 가장 의미 있는 일이 되고, 곧 가슴 뛰는 일이 된다.

 

그런데 이 장벽을 넘는 아주 쉬운 방법이 있다.
바로 몸과 마음을 이완시킨 채로 명상하듯 천천히, 느긋하게 생각하는 슬로싱킹이다.

슬로싱킹은 집중된 상태를 유지하되, 생각이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문제 해결을 위해 역동적으로 두뇌 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집중과 다르다.

슬로싱킹을 연습하고 익숙해질수록 다급하게, 얕게 생각하던 기존의 습관을 천천히 깊게 생각하는 습관으로 교체하게 된다.

슬로싱킹을 익힌다는 것은 곧 생각의 습관을 바꾸는 과정이다.

 

이 선수가 골프에 재미를 붙이고 몰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골프 연습을 하는 동안은 관련 뇌세포와 시냅스가 활성화해 몰입도가 올라간다.
이때 몰입도를 충분히 올리려면 최소한 20~30시간은 연속해서 연습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육체적인 한계로 한두 시간 연습한 후에는 반드시 휴식을 취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연습하는 동안 활성화한 뇌세포와 시냅스는 휴식하는 동안 비활성화하기 시작한다.

즉 몰입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몰입도를 떨어뜨리지 않으려면 몸이 쉬는 동안에도 머리는 쉬지 않고 골프에 관한 생각을 계속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만으로 관련 뇌세포와 시냅스를 활성화하는 훈련을 ‘이미지 트레이닝’이라고 한다.

운동을 계획하는 전운동 영역을 비롯한 뇌 대부분은 어떤 동작을 실제로 하든 아니면 상상만 하든 거의 동일하게 작동한다…(중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여자 역도 금메달리스트인 장미란 선수 역시 경기장에서 역기를 들어올리는 장면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정기적으로 했다고 한다.

 

“이런 경험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고강도 훈련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냥 긴 시간 천천히 리듬을 타듯 공 하나로 저글링, 컨트롤, 드리블, 스트레칭을 하면서 머릿속으로 실전을 떠올리며 운동했습니다.

그냥 상상한거죠. 내가 영상 속 메시처럼 드리블하는 걸.”

 

이러한 몰입 이론을 바탕으로 나는 이 골프 선수에게 다음 세 가지를 실천할 것을 제안했다.

첫째, 연습할 때는 물론이고 연습하지 않을 때도 오로지 골프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영상을 봐도 골프에 관한 것을 보고, 책을 읽어도 골프에 관한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눠도 되도록 골프 이야기를 한다.

둘째, 생각할 때는 스트레스를 받아서는 안 된다.
안락한 의자나 소파에 앉아 편안한 자세로 쉬면서 부담 없이 생각하고, 생각하다 졸리면 앉은 채로 선잠을 자도 좋다. 그것이 바로 슬로싱킹이다.

셋째, 마치 공 하나에 목숨이 걸린 것처럼 연습이나 시합에 절실하게 임해야 한다.
그러나 결과가 어떨지에는 집착하지 말고 과정에 최선을 다하도록 한다.

 

다시 연주에 몰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학생에게는 다음 네 가지를 실천하라고 했다.

첫째, 연습할 때는 물론이고 연습하지 않을 때도 연주할 곡에 대해서만 생각하도록 노력한다.
예를 들면 이전의 연주에서 만족스러운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해 되돌아보는 것이다.

둘째, 그런 생각들을 할 때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편안히 슬로싱킹한다.

셋째, 몰입을 잘하려면 절실함이 필요하다. 가령 ‘이번 연주회에 내 인생이 걸렸다’ 식으로 생각에 절실함을 더하면 몰입에 도움이 된다.

넷째, 실제 무대에서 고도의 몰입을 하려면 무대에 서기 직전까지, 대기실에서도 연주에 관한 생각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몰입도를 갑자기 끌어올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므로 며칠 전부터 몰입도를 올려놓아야 하고, 이를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까지 유지해야만 한다.

 

이 학생도 의도적인 노력으로 해야 할 일을 좋아하는 일로 바꿔놓았다.

슬로싱킹으로 몰입도를 올림으로써 내 일에서 재미와 의미를 발견하고…(중략)…

이렇듯 결과에 집착하기보다 과정에 몰입하면 삶이 만족스럽고 행복할 뿐 아니라 좋은 결과가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전략)… 나는 발레를 하지 않는 시간에도 발레를 하고 있다.

하루 중 어느 한 순간도 발레를 하고 있지 않은 시간은 없다.
깨어 있을 때는 무조건 발레만 생각한다.

그야말로 발레에 ‘미쳤다’는 표현이 알맞을 정도로”

그녀가 발레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깨어 있을 때 무조건 발레만 생각했기 때문인데, 이러한 몰입적인 사고는 관련 시냅스를 활성화시켜 몰입도를 올린다.

…(중략)…

그렇다면 남다른 열정, 절실함이나 동기부여가 없어서 자연스럽게 몰입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이 책에서 소개하는 슬로싱킹에 의한 의도적인 몰입이다.
이를 위해서는 강수진이 깨어있을 때 무조건 발레만 생각했듯이 깨어 있을 때 무조건 자기가 하는 분야를 생각하려는 의도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러한 생각과 행위가 진정 마음속에서 우러나오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흉내만 내도 몰입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나 몰입을 장기간 실천하면 시냅스 배선에 괄목할 만한 변화가 생기면서 두뇌 자체가 달라진다.
자신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뒤에 소개할, 몰입을 장기간 체험한 사람들에게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출처: 황농문, ‘슬로싱킹’, 위즈덤하우스(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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