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을 가진 욕계 과보의 마음들이 재생연결식이 아닌 삶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경우

욕계 유익한 과보의 마음의 대표적인 역할은 재생연결식의 역할일 것이다.
이 마음들은 기쁨, 지혜, 자극의 세 가지 분류에 따라 8가지가 있고, 지혜와 함께 하는지 여부에 따라 2가지 원인을 가지거나 3가지 원인을 가진 마음이다.

필자가 궁금했던 부분은 ‘이 8가지 과보의 마음이 인식과정에서 여운의 마음 역할도 하는  것이라면, 재생연결식 외에 삶의 과정에서도 나타난다는 것인가?’라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삶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보의 마음은 ‘원인 없는 해롭거나 유익한 과보의 마음’이며, ’원인 가진 욕계 유익한 과보의 마음‘의 경우 삶의 과정에서가 아닌 재생연결식으로만 일어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선배 도반께 질문을 드렸고,
선배 도반의 안내에 따라 아비담마 길라잡이 1권 160~161쪽에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청정도론 XIV

100. …(전략)… 이것은 오직 욕계에 포함되어 있는 여섯 가지 대상에서 재생연결, 존재지속심(바왕가), 죽음, 여운의 [마음]으로 일어난다…(후략)…

원인 없는 유익한 과보의 마음들과 원인을 가진 과보의 마음들은 같은 여덟 가지 유익한 마음으로부터 생긴 것이다. 그러나 이 둘은 그들의 특징과 역할에서 서로 다르다.

이들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원인을 가진 과보의 마음들은 모두 다음 생을 결정하는 재생연결식이 되어서 그 생에서의 존재지속심(바왕가)으로 흘러가고 죽음의 마음으로 종결이 되고 삶의 과정에서는 여운의 마음으로만 일어나지만

원인 없는 마음은 한 생의 삶의 과정(pavatti)에서 과보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단 원인 없는 마음 가운데 평온이 함께하는 조사하는 마음 두 가지는 재생연결식의 역할도 한다.)

- 아비담마 길라잡이 1권 160~161쪽 -

따라서 아비담마 (39)~(46) 마음은 삶의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방식은 여운의 마음, 존재지속심 2가지이다.

삶의 과정에서 인식과정 중에는 대상에 따라 여운의 마음으로 일어나거나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인식과정을 벗어났을 경우 존재지속심으로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모든 범부에게 이 8가지 마음이 여운의 마음으로 일어나지는 못한다.

지혜가 없는 재생연결식으로 인간이나 천상 등 욕계의 선처에 태어난 존재들에게는 재생연결식이 하열하기 때문에 세 가지 원인을 가진 큰 과보의 마음이 여운의 마음으로 일어나지 못한다.

이런 존재들에게 여운의 마음들은 원인을 가지지 않거나 두 개의 원인을 가진 것이다.

불가항력으로 원인이 없는 재생연결식을 가지고 태어난 악도의 중생들의 경우 두 개의 원인을 가진 큰 과보의 마음들조차도 여운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단지 원인 없는 과보의 마음들이 이 역할을 하기 위해서 일어날 뿐이다.

- 아비담마 길라잡이 1권 443쪽 -

정리하자면,

- 원인 없는 재생연결식으로 악처에 태어난 자는 욕계 유익한 과보의 마음이 삶의 과정에서 여운의 마음으로 일어나지 못한다.
- 원인 없는 재생연결식, 두 가지 원인을 가진 재생연결식으로 선처에 태어난 자는 욕계 유익한 과보의 마음 중에서는 지혜 없는 4가지 과보의 마음만이 삶의 과정에서 여운의 마음으로 일어날 수 있다.
- 세 가지 원인을 가진 재생연결식으로 선처에 태어난 자는 욕계 유익한 과보의 마음 8가지 모두를 삶의 과정에서 여운의 마음으로 경험할 수 있다.

색계와 무색계 존재에게는 여운의 마음이 일어나지 못한다.
아래와 같이 말하기 때문이다.

§19. 여운의 법칙

그와 마찬가지로 [오직] 욕계의 속행 끝에, [오직] 욕계의 중생에게, 오직 욕계의 법이 대상일 때 여운은 일어난다고 말한다.

- 아비담마 길라잡이 434쪽 -

그렇다면 욕계 세상에 계신 성자분들은 어떨까?

아비담마 길라잡이 1권 445~447쪽을 보면 욕계에 존재하는 아라한을 포함한 네 종류의 성자분들에게 8가지 유익한 과보의 마음은 모두 일어나며,
이를 통해 세 가지 원인을 가지고 태어난 범부와 마찬가지로 삶의 과정에서 8가지 과보의 마음이 여운의 마음으로서 모두 일어날 수 있음을 추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