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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버핏은 불확실한 인플레이션 하의 시장을 어떻게 타개하라고 조언할까요? 이에 대해 논하기 위해 저희는 버핏이 <<인플레이션은 어떻게 투자자들을 갈취하는가>>에서 논의한 내용들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버핏이 주식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가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버핏은 주식을 채권과 사실상 같은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해당 칼럼에서 버핏은 해당 시기의 전체 주식의 집합을 기준으로 주식은 대략 12%의 쿠폰 이자율이 내재된 채권이라고 정의한 바 있습니다. 이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주식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과 사뭇 다릅니다. 이에 대한 설명은 이미 제 블로그에서 여러 번 다루었습니다. 배당뿐 아니라 기업이 창출하는 순이익의 일부마저도 내 몫이라고 여기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였습니다. 다만 채권과의 차이는 배당을 제외한 내 몫에 해당하는 이익잉여금의 일부가 강제로 고스란히 재투자된다는 데 있으며 더 많은 불확실성을 내포한다는 것이었습니다...(중략)...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버핏이 구체적으로 12%라고 명시한 쿠폰 이자율과 1 부근으로 수렴할 것이라 가정한 PBR입니다. 45년 전에는 타당했던 해당 수치가 오늘날에는 타당하지 않습니다. 이는 기술의 발전, 특히 90년대 중후반 인터넷의 등장과 보급이 자본의 한계효용을 크게 증가시킨 데 기인합니다. 구글링을 해보면 오늘날 S&P500 기업의 평균 ROE는 20% 내외 정도로 추정되는 듯하며 이는 저금리 환경과 맞물려 각종 멀티플을 이전과 비교해 크게 높아지도록 하였습니다. 높아진 자본 효율성은 소위 '복리의 마법'이 실현되는 속도를 빠르게 해 주식이 채권 대비 갖는 상대적 우위를 더욱이 심화시켰습니다...(중략)...
1960년대 중반에 시작된 초인플레이션은 1981~1982년 부근에 정점에 달했고 당시 미 재무부 장기채의 금리는 15%를 상회했습니다. 만약 인플레이션이 쉽사리 진화되지 않아 금리가 다시금 10%를 넘게 되는 재앙이 닥친다면 세상의 그 어떤 자산도 가치의 큰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물론 몇몇 예외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 이러한 혼란스러운 경제 환경에서 많은 이들이 안전 자산인 채권을 찾는다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채권 역시 절대 안전하지 않습니다. 혹시라도 미 재무부 장기채 금리가 10%가 된다면 채권 가격은 1/3 이하로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만기까지 기다리면 원금은 보장받을 수 있지 않냐고 주장하실 수도 있겠지만 인플레이션이 날뛰는 환경에서 원금의 보존은 의미가 없습니다. 단순히 미 장기채를 기준으로 비교해도 이자만 연 7%는 손해 보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시점 미 장기채 금리는 3% 내외입니다.) 채권의 이자율과 ROE의 격차가 더욱이 심화된 지금 채권은 전혀 메리트가 없는 자산 중 하나입니다. 주식시장 역시 대재앙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1964-1981년, 무려 17년이라는 기간 동안 다우 지수는 단 1포인트도 오르지 못했습니다. 당시 미국의 명목 GDP는 무려 다섯 배 가까이 성장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한계를 인지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다른 길을 찾아야 합니다.
투자의 관점에서 괜찮은 해답 중 하나는 너무나 진부하지만 훌륭한 기업을 적절한 가격에 사는 것입니다. 물론 신중하셔야 합니다. 극심한 인플레이션 환경이 지속되거나 심화되면 주식 시장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재앙을 맞이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신중히 잘 고르신다면 주식은 웬만한 다른 옵션들보다는 나은 선택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차악과도 같은 것이죠. 여기서 그러면 훌륭한 기업이 무엇이고 적절한 가격이라는 것이 도대체 어느 정도냐라는 의문이 남습니다.
훌륭한 기업이라 함은 매우 명료합니다. 버핏이 정의하는 훌륭한 기업은 정확히 인플레이션에 강한 기업의 정의와 동일합니다. 이는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순유형자산 투자가 적게 필요하며 창출하는 현금을 지속적으로 재투자해 성장도 할 수 있는 기업입니다. 여기에 더해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가 상승을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가시킬 수 있을 정도로 어느 정도 독보적인 서비스나 제품을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개념은 이러하지만 이를 구분하실 수 있으려면 많은 기업들의 재무적 수치를 그들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와 연관 지어 비교해 보면서 감을 익히셔야 합니다. 구글, 애플, 메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이러한 유형에 속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아마존은 상대적으로 많은 유형자산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공장과 기계설비가 많이 필요한 전통적인 산업에 속하는 기업들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아마존의 캐시카우인 클라우드 사업은 자본이 딱히 필요하지 않습니다만 온라인 소매업은 꽤나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합니다.) 과거 삼성전자의 이익이 이들 빅 테크 기업들 이상으로 찍히는 것을 두고 많은 이들이 삼성전자가 미국 기업이었으면 시가총액이 xxx 정도는 됐을 거라는 식으로 전문가든, 일반인이든 가리지 않고 많이들 얘기하곤 했습니다. 물론 한국에 상장되어 있다는 점이 분명 미국에 상장되어 있는 것에 비해 단점일 수는 있으나 이는 각 기업들 간의 경제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지한 발언입니다. 삼성전자는 물론 제공하는 서비스와 제품의 시장 지배력 역시 이들 기업에 미치지 못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벌어들이는 돈을 엄청난 규모로 필히 재투자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는 엄청난 규모의 공장과 최신 기계설비가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사업입니다. 기술력에 뒤처지면 언제든 후발 주자들에게 밀릴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벌어들이는 현금의 대부분을 다시 공장을 짓고, 기계를 사들이고, 연구개발을 하는 등에 소모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제조업 특성상 막대한 현금이 재고와 매출채권에 묶이기도 합니다. 21년도 말 기준 구글과 애플은 재고를 거의 갖고 있지 않으며 메타는 재무상태표상 재고가 아예 없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41조 원에 이르는 재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가용현금의 차이를 야기합니다. 당연히 매출채권도 삼성전자가 훨씬 많이 갖고 있습니다.
애플의 아이폰은 이미 문화가 되었고 이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자본적 지출 대부분은 외부업체에 떠넘기고 있으며 구글과 메타는 애초에 주력 사업인 온라인 광고를 실행하기 위한 자본적 지출이 딱히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에 대한 증거로 이들 빅 테크 기업들은 매년 최소 한화 수십 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자사주를 매입하는 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모든 투자를 집행해도 이러한 경제적 특성에 힘입어 현금이 남아도는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이렇게 할 여력은 없습니다.
이는 현금흐름 단위로 비교해 보면 더욱이 차이가 극명해집니다. 메타의 21년도 순이익은 약 377억 달러로 환율을 1,200원으로 가정했을 때 한화 약 45조 원입니다. 삼성전자의 21년도 순이익은 약 40조 원으로 물론 유의미한 차이가 나긴 하지만 엄청난 차이까지는 아닌 듯합니다. 하지만 현금흐름 기준으로 비교하면 차이는 보다 극명해집니다. 삼성전자의 잉여현금흐름은 대략 18조 원이지만 메타의 잉여현금흐름은 대략 47조 원으로 그 차이가 엄청나게 벌어집니다. 만약 오늘날의 환율인 1,300원을 적용하면 차이는 더욱이 극명해지나 이는 정상적인 경우는 아마도 아닐 것이기에 적당한 수치를 가정했습니다.
물론 단순히 한 해의 데이터를 갖고 이를 일반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근 몇 년 동안 신공장 증설 등에 따른 막대한 자본적 지출을 집행하면서 현금흐름이 다소 악화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러한 투자가 훗날 훨씬 많은 현금을 벌게 해줄 수도 있으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충분히 훌륭한 성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이는 미래의 영역이기에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기본적인 경제적 특성에 따른 체급 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빅 테크들보다 훨씬 많은 이익의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과연 이것이 가능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며 투자자 각자가 판단할 몫입니다. 하나 분명한 것은 삼성전자보다는 미국의 빅 테크 기업들이 인플레이션에 훨씬 강하다는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사업의 현상 유지를 위해서라도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점점 비싸지는 각종 원재료 및 기계설비 등을 계속해서 구입할 수밖에 없지만 미국의 빅 테크들은 이러한 압박에서 훨씬 자유롭습니다.
기본적으로 삼성전자보다 미국의 빅 테크 기업들이 훨씬 가치가 있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나 형성된 가격의 수준이 다르기에 어떤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옳을지 판단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언제나 가격 대비 가치라는 문제가 투자자들에게 주어지며 이는 실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정확한 답은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나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가격이라는 것은 금리 수준에 따라 그 상대적 매력도가 지속적으로 변하기에 이를 논하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과 금리에 대한 무수한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애초에 가격과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없기에 이를 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우선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여러분이 사과 한 개, 컴퓨터 한 대를 구입할 때 가격 수준을 판단하는 것과 기업의 가격인 주식의 가격 수준을 판단하는 것에는 크게 다른 것이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산출물이 나오는 자산과 그렇지 않은 자산이라는 큰 차이에 따른 구분이 분명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다르지 않습니다...(중략)...
결론은, 늘 그렇지만, 너무나 많은 불확실성이 있어 더욱이 조심하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좋은 기업은 실제로는 충분히 좋지 못할 확률이 높으며 싸다고 생각하는 가격은 싸지 않을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입니다. 기준을 많이 높이셔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판단하는 근거는 기업의 경제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플레이션율과 이에 따른 금리 수준 등이 최악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데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헛된 희망을 갖지 않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 기업의 이익이 훗날에 이 정도는 되지 않을까라는 행복 회로는 틀릴 가능성이 너무 높습니다. 버핏 역시 이번 주주총회에서 "이익을 예측하는 행위보다 더 해로운 행위를 상상하기 힘들다"라고 언급했으며 이는 대부분의 기본적 분석을 행하며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범하고 있는 오류입니다. 애초에 그게 가능했다면 망하는 사업이 있을까요?
인플레이션이 심화될수록 주식이든 채권이든 부동산이든 가치를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명목상의 가치는 모르겠지만 실질가치는 인플레이션에 비례해 증가하기 매우 힘듭니다. 저희는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명목상의 가치라도 최대한 지킬 수 있는 자산을 찾아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이러한 인플레이션이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질 수도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의 향방과 이에 따른 금리의 향방에 따라 주식 시장은 다시금 크게 오를 수도 바닥을 모르고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무책임한 말처럼 들리실 수 있지만 이것이 진실입니다. 현시점의 금리 수준은 아직까지는 40여 년 전의 재앙을 상상하기에는 이릅니다만 역사적으로 금리라는 것은 정말 빠르게 오를 수도 빠르게 떨어질 수도 있는 종류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금리의 역사에 관해 궁금하신 분은 이전에도 추천드린 시드니 호머의 <<금리의 역사>>를 한 번 읽어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금리의 움직임에 대한 패턴을 알아내고자 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용지물인지를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80년대 초까지 이어진 인플레이션과 금리 수준이 얼마나 이례적이었는지 눈으로 보신다면 조금 안심이 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인플레이션에 관한 버핏의 대답 중 가장 큰 울림이 있는 부분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최고의 투자는 자기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정으로 핵심을 꿰뚫은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기 자신이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된다면 인플레이션이든 경제 공황이든 충분히 잘 먹고 잘 살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분명 투자보다 더 잘하고 좋아하는 자신만의 영역이 있을 것입니다. 이를 잘 갈고닦아 누구나 인정하는 이가 된다면 돈 걱정은 저절로 해결될 확률이 매우 높을 것이겠죠? 그리고 인정받는 삶 속에서 인생이 보다 윤택해지고 행복해질 것을 믿습니다. 경제가 조금 힘들다고 세상이 망하지는 않습니다. 지금껏 그래왔듯이 다들 이에 적응할 것이며 이 또한 결국 지나갈 것입니다.
Comment Reply: 다만 너무 암울하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버핏의 투자법은 되려 돈이 많은 사람보다 돈이 적은 사람에게 유리합니다. 저 역시 과거 tontine님처럼 생각한 적이 있으나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비록 각자의 장단이 있지만 오히려 저희가 버핏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에 확신을 드릴 수 있습니다. 비록 버핏처럼 기업을 전부 인수해 현금흐름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이점이고 저희는 그렇게 할 수 없기에 기업의 퀄리티 측면에서 버핏보다 높은 기준을 적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보다 작은 기업에도 투자가 가능하며 작은 기업에서 보다 가격과 가치의 괴리가 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많은 이점을 향유하고 있으니 조금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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