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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스 '일반이론'과 시장의 작동 원리

by Rihan 2022.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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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스의 <<일반 이론>>과 시장의 작동 원리 ①

해당 게시물은 주주총회 해설에 대한 일종의 번외 편입니다. 경제사에서 가장 중요한 저서 중 하나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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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다른 부분은 제 능력의 부족으로 아직 설명드릴 방법이 없지만 다행히도 이번 버크셔 주주총회에서 버핏이 언급한 <<일반 이론>>의 12 번째 챕터는 대체로 제가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었기에 이해하는 데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는 분명 투자에 직접적으로 너무나도 크게 도움이 되는 내용입니다.
어찌 보면 이게 투자에 얼마만큼의 도움이 될까 싶으실 수도 있지만 이러한 인간의 행동 양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나면 저희가 집중하는 두 변수인 "가격"과 "가치" 에 대한 이해가 심화되며 결과적으로 기업 가치 평가의 원리를 깨우치는 데 기여합니다.

 

 

버핏: ...(전략)... 하지만 그 어떤 것도 금융시장에서 일어난 것만큼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시장의 작동에 관해 쓰인 가장 훌륭한 기술이, 아마도 경제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책 중 하나인, 1936년에 출판된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일반이론>>에 담겨 있습니다. 12번째 챕터였던 것 같은데... 어떤 챕터에 있는 내용이든 간에 그는 1936년에 시장에 관한 모든 것을 기술했습니다. 그는 매우 아름다운 산문으로 이를 기록했는데 이는 왜 사람들이 올해 3월에 옥시덴탈을 미친 듯이 사고팔았는지를 설명합니다. 덕분에 저희는 실제 구매 가능한 주식 중 대략 1/4을 사들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더 사들일 수 있었습니다. 이는 투자라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투자는 훗날에 더 많은 돈을 거둬들일 것을 기대하며 지금 돈을 투입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투입하는 것은 현재의 구매력을 투입해 미래에 더 큰 구매력을 얻길 기대하는 행위이지만 말입니다만... 이는 여러분이 교과서에서 배우는 것입니다. 현재의 소비를 지연해 미래에 더 큰 소비를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가족을 부양할 수 있고... 이런 것들 말입니다.

그리고 이는 농장을 구입할 때는 완벽하게 작동합니다. 농장을 구입한 사람은 대체로 이를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부모로부터 이를 이미 물려받았을 수도 있겠죠. 제 말은 앉아서 매일 하루에 열다섯 번씩 호가를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콜이나 풋 옵션을 거래하지도 스트래들이나 스트랭글 같은 옵션 전략 따위를 논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농장 자체가 돈을 더 만들어낼 수 있도록 노력할 뿐입니다. 자동차 대리점이나 아파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아파트를 소유했다면 더 잘 꾸며 세입자를 더 잘 끌어들일 수 있도록 하는 등 말입니다. 하지만 대략 40조 달러 규모의 미국 기업들에 대해 사람들은 포커 칩을 거래하고 (슬롯머신의) 핸들을 당기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한 주식의 3일짜리 콜 옵션을 사고 싶다면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주식 대신 콜 옵션을 팔면 돈을 더 벌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도록 가르칩니다. 아무도 농장에 대한 콜 옵션을 거래하지 않지만 이것이 시장이 미쳐 돌아가는 이유이며 버크셔가 때때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희가 똑똑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이는, 비록 종종 이러한 사실에 의심이 들 때도 있지만, 저희는 이 사업에 필요한 단 한 가지의 자질(올바른 태도)을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케인스: 두드러지게 나타는 사실은 예상 수익률에 대한 우리의 추정이 이루어지는 지식의 기초가 지극히 신빙성이 적다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수년 후의 투자 수익률을 좌우할 요인들에 대해 우리의 지식은 보통 극히 희미하고 흔히 무시되어도 좋을 정도이다.

솔직히 말해서 10년 후에 있어서의 어떤 철도, 동 광산, 직물공장, 특허약의 영업권, 대서양 정기선, 런던 시의 건물 등의 수익률을 추정하는 우리의 지식의 기초는 거의 없거나 아니면 때로는 전무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심지어 5년 후에 관해서도 그렇다. 사실 그런 추정을 진지하게 시도하려는 사람들은 흔히 너무나 소수이기 때문에 그들의 행동이 시장을 지배하지 못하는 것이다.

기업이 주로 그것을 창시한 사람이나 그들의 친구 혹은 동료들에 의해 소유되었던 이전 시기에 투자는 예상 이윤에 대한 정확한 계산에 정말로 의존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인생의 방도로써 사업에 임하는 혈기왕성하고 건설적 충동이 넘치는 사람들의 공급이 충분히 많았다는 사실에 달려있었다.

궁극적인 결과는 대부분 관리자의 능력과 인물됨이 평균 이상이냐 이하냐에 따라 좌우되기는 하였지만, 사실 어느 정도는 복권과도 같았다.

... (중략) ...

만약 인간의 본성이 요행을 얻는 데 아무런 유혹도 느끼지 않고, 공장이나, 철도, 광산 또는 농장을 건설하는 데 그 어떤 만족(이윤을 떠나서)도 느끼지 못한다면, 단순히 냉정한 타산의 결과로서의 투자는 별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 (중략) ...

투기로 말미암은 불안정성을 떠나, 우리의 적극적인 활동의 상당 부분은, 그것이 도덕적인 것이건 쾌락주의적인 것이건 또는 경제적인 것이건 간에, 수학적 기대치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자생적인 낙관에 의존한다는 인간성의 특징에 따른 불안정성이 존재한다.

 

 

상기된 내용 중 우선 눈에 띄는 내용은 이익을 예측하는 행위의 근간이 되는 지식의 기초가 신빙성이 낮으며 대체로 무시되어도 좋다는 부분입니다. 이번 총회에서 버핏이 얘기한 것과 완전히 동일한 맥락입니다. 그는 이번 총회에서 "이익을 예측한다는 것은 제 기준에 이보다 해로운 것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라고 언급하였습니다. 그리고 당시에는 이러한 행위를 시도하는 사람 자체가 매우 소수였다는 기록 역시 눈에 띕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러한 행위가 만연하며 당연하다는 듯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다소 놀라운 일입니다. 문명의 발전이 꼭 선형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크게 이상할 것은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다음에 언급된 내용이 보다 중요합니다. 이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의미 있는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인간이 사업을 행하는 동기의 상당 부분은 냉철하게 계산된 성공 가능성이 아닌 소위 말하는 야성적 혈기(animal spirit)와 요행을 얻고자 하는 한탕주의라는 것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빠르게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욕구를 갖고 있으며 이는 인간의 본성에 내재된 낙관주의와 맞물려 사람들로 하여금 쉽게 모험을 하도록 합니다. 이는 손쉽게 경험적으로 증명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사업이나 주식 투자가 주는 이미지를 떠올려 보면 됩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더욱이 이러한 경향이 미국 등에 비해 심한 것처럼 보이지만 어찌됐든 사업과 주식 투자는 인생을 한 번에 말아먹는 지름길이라는 인식이 다수의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있는 것이 충분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케인스는 이러한 인간의 본성이 기업이 있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는 "만약 야성적 혈기가 둔화되거나, 자생적인 낙관이 휘청이게 되어 우리로 하여금 오로지 수학적 기댓값에 의존하게 하도록 한다면 기업은 쇠퇴하고 사멸하게 될 것이며 이때의 손실에 대한 두려움 역시 이전의 수익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그 근거가 불분명하다"라고 기술하였습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인간이 갖는 반대급부의 본성이 기업을 쇠퇴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도 지적합니다. 경기 침체나 공황의 시기에 근거 없는 두려움을 갖는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그럼에도 모든 것이 비합리적이라고 결론지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우리는 이것으로부터 모든 것은 비합리적인 심리의 파도에 의존한다고 결론지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장기 기대의 상태는 대개 안정적이고, 그렇지 않을 때에 있어서조차도 다른 여러 가지 요인이 그것을 중화하는 효과를 미치게 된다"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는 시장의 대체적인 속성을 이해하게 해줍니다. 시장은 대체로 집단 지성의 결과로 말미암아 합리적인 상태에 머무르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자산은 합리적인 가격에 거래되고 있으며 염가로 자산을 매수하기가 쉽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시장은 종종 그 평형을 잃게 되며 근거 없는 심한 낙관 혹은 비관에 빠지게 됩니다. 이는 즉슨, 대부분의 경우 시장 전체를 기준으로 할 때 염가인 자산을 찾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시기에 시장은 그 합리성을 유지하며 가끔 찾아오는 근거 없는 비관에 절어 있는 기간은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버핏 역시 대체로 시장에서 기업의 가격은 대개 합리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언급을 과거 캐롤 루미스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평범한 시기에 분석한 기업의 주가가 매수할 가치가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만약 스스로 기업 가치평가를 행하면서 "매수" 등급을 줄 수 있는 기업이 "매도" 등급을 줄 수 있는 기업보다 많다면 이는 분명 본인의 방법이 잘못됐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질적으로는 "매수" 등급을 줄 수 있는 기업은 매우 소수여야 정상입니다. (물론 최근에는 시장이 좋지 않아 상대적으로 매수 가치가 있는 기업의 비중이 늘어났을 것입니다.) 

 

 

케인스: ...(전략)... 증권 시장이 없는 곳이라면 우리가 약정한 투자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재평가할 하등의 목적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증권거래소는 매일 같이 투자물을 재평가하는데 이는 개인으로 하여금 (비록 사회 전체에게는 아니지만) 투자 계약을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제공한다. 이는 마치 아침 식사 후 기압계를 확인한 농부가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에 그의 농업 비즈니스로부터 자본을 빼내기로 결정한 후 며칠 뒤에 다시금 돌아올 것을 재고하는 것과 같다.

증권 거래소에서 매일 행해지는 재평가는 본디 한 개인과 다른 사람 사이의 기존 투자물의 이전을 원활히 하도록 만들어진 것이기는 하나, 그것은 불가피하게 경상투자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왜냐하면, 비슷한 유형의 기업을 매입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비용으로 새로운 기업을 만든다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주식 시장에서 상장해 즉시 이익을 볼 수 있다면 막대한 금액이 들어가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자할 유인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특정 종류의 투자물은 전문 기업가의 실질적 전망보다는 오히려 증권거래소에서 직접 거래하는 사람들의 평균적인 기대에 의해 지배된다. 그렇다면 이토록 대단히 중요한 날마다의, 심지어는 시간마다의 재평가는 실제로 어떻게 행해지고 있는 것인가?
​​
... (중략) ...

비록 철학적으로 우리가 갖고 있는 지식은 수리적 기대치를 계산하는 데 충분한 기초를 마련해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것이 결코 유일하게 정당하다고 할 수 없기는 하지만 말이다. 사실상, 시장의 평가에는 예상 수익률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모든 종류의 고려가 들어 있는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증권 시장은 매일 같이 상장된 증권들의 가치를 실시간으로 재평가하며, 몇몇 시장성 없는 증권들을 제외하면, 개인의 입장에서는 실시간으로 주식을 사고팔 수 있습니다. 케인스는 우선 이러한 유동적인 시장은 양면성을 갖는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투자를 촉진할 수도 있지만 극심한 불안정성을 더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유동성은 결과적으로 경상 투자율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결과적으로 이러한 유동성은 주식 시장으로 하여금 기업의 경영에 관여하는 기업인들보다는 주식을 거래하는 데 참여하는 사람들의 기대에 좌우되게 한다는 이야기를 덧붙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대에는 관성이 있어, 적어도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시장은 소위 말하는 모멘텀을 따르게 됩니다. 이러한 관성은 실제로 주식 시장에 참여해 이를 관찰해 본 분들 중에는 동물적 감각으로 배우신 분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장에서는 꽤나 자주 한 번 어떠한 기대가 형성이 된다면 이에 반하는 어떠한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그러한 추세가 유지가 되며 이후에 새로운 추세가 형성이 되고 다시 바뀌는 것이 반복됩니다. 모멘텀 트레이딩으로 불리는 투기법이 가능한 것도 시장의 이러한 성질에 기인합니다. 물론 그 증거를 남들보다 먼저 알아챈다는 것이 매우 어렵긴 하지만 말입니다. 

결정적으로 이러한 관성은 예상 수익률은 물론 때로는 전혀 관계가 없는 여러 요인들의 합으로써 형성이 되며 그 기저에는 예상 수익률이라는 것이 결국에는 불확실한 요소라는 이유가 자리합니다. 이러한 불확실성으로 말미암아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는 종종 빈약한 근거에도 쉽사리 바뀔 수 있으며 이는 가치 투자라는 투자법을 행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근간이 됩니다.

 

 

 

케인스의 <<일반 이론>>과 시장의 작동 원리 (최종)

케인스: 그러나 사물의 절대적인 견지에서 볼 때 자의적일 수밖에 없는 관성은 그 자체의 약점을 가지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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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스: 그러나 사물의 절대적인 견지에서 볼 때 자의적일 수밖에 없는 관성은 그 자체의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충분한 투자를 확보함에 있어 현시대의 문제 상당 부분은 바로 이 관성의 불안정성에 의한 것이다. 이 불안정성을 두드러지게 하는 몇 가지 요인이 간략하게 언급될 것이다.

(1) 사회의 총자본투자의 지분 가운데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또 당해 사업의 현재 및 장래의 사정에 대해 그 어떤 특별한 지식을 가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소유되고 있는 부분이 점차 증가한 결과, 그것을 소유하는 사람 또는 그것을 매입할 것을 숙고하는 사람들에 의한 투자물의 평가에 있어서의 진정한 지식의 요소가 현저하게 저하했다.

(2) 현존하는 투자물의 이윤의 날마다의 변동은, 분명히 일시적이고 중요하지 않은 성질의 것이라 하더라도, 시장에 대해서는 극히 과도한, 심지어 터무니없을 정도의 큰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다. ... (후략)

(3) 무지한 다수 개인의 군중 심리의 결과로 정립된 관성적인 가치 평가는 실질적으로 예상 수익률에 큰 차이를 가져오지 않는 요소들로 말미암아 급격하게 바뀔 수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관성을 잡아둘 확고한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어떤 확실한 변화를 예상할 만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하더라도 현존의 사태가 무한정 계속되리라는 가설이 평소보다 덜 그럴듯하게 들리는 비정상적인 시기에는 즉, 비록 터무니없지만 한 편으로는 합리적 계산을 행하기 위한 확고한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는 합리적인 것처럼 보일 때, 시장은 낙관과 비관이라는 감성의 파도에 취약하게 되는 것이다.

(4) 그러나 특히 주의할 만한 하나의 측면이 있다. 독자들은 아마 평균적인 개인투자자들 이상의 판단력과 지식을 가진 노련한 전문가들 사이의 경쟁이 고립되어 있는 무지한 개인들의 변덕을 수정할 수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직업적 투자자 및 투기업자의 정력과 기술은 다른 방향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사람들의 대부분은 투자물의 전 존속기간에 걸쳐 그것의 가능할 것으로 사료되는 이익에 대한 탁월한 장기적인 예측을 하는 데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 대중보다 조금 먼저 가치 평가의 관성적 기초의 변화를 예측하는 데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투자물이 그것을 '보유할 목적으로' 매입하는 사람에게 정말로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가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군중 심리의 영향 하에서 시장이 3개월 후나 1년 후에 그것을 얼마로 평가할 것인가에 관심이 있는 것이다.

...(중략)...

그리하여 직업적인 투자자는, 뉴스나 분위기로부터, 경험적으로 시장의 군중 심리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그런 종류의 임박한 변화를 남보다 빨리 예측하는 데 관심을 가지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이것은 이른바 '유동성'에 주안을 두고 조직된 투자 시장의 불가피한 현상이다. ...(중략)... 숙련된 투자의 사회적 목표는 우리의 장래를 덮고 있는 시간과 무지의 어두운 힘을 타파하는 데 두어져야 하지만, 오늘날의 가장 숙련된 투자의 현실 상의 개인적 목표는, 미국인들이 잘도 표현한 것처럼 '부정 출발'을 해서 대중을 속여 넘기고, 저질의 혹은 가치가 떨어지는 은화를 다른 이에게 떠넘기는 데 있는 것이다.

수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친 투자의 예상 수익률을 예견하기보다는 지금으로부터 수개월 후에 있어서의 관성적인 평가의 기초를 예견하기 위한 기지의 전투에 있어 전문가들의 뱃속을 채우기 위해 대중 안에 호구들이 필요하지도 않다. 이는 전문가 자신들끼리 연출하는 것이다. 그것은 또한 어느 누군가가 관성적인 평가의 기초가 어떤 진정한 장기적인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는 단순한 신앙을 가지고 있어야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무지한 이들이 시장 가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며 결국에는 투자를 직업으로 갖는 이들이 되려 합리적인 장기 기대에 따라 증권을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투기 성향에 휩쓸리게 됨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오늘날에는 훨씬 심화되었습니다. 케인스의 시대와 비교해 오늘날의 유동성은 비교할 수가 없는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입니다. 장기 기대에 입각한 예상 수익률은 본질적으로 불확실해 자그마한 외풍에도 인간의 근원적 불안감을 자극할 여지가 충분하며, 매일 같이 증권의 가격을 재평가해 주는 매우 유동적인 증권 시장의 특성은 이러한 불안 심리를 건드리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실시간 재평가라는 특성은 잘만 하면 사람들로 하여금 빠르게 부자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불어넣어 도박 욕구를 증진시킵니다. 그리고 이러한 도박판에서 사람들은 서로 속고 속이며 내가 가진 것을 최대한 비싼 가격에 떠넘기고자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대부분의 개인과 기관들이 오늘날에도 자행하고 있는 행위이며 버핏과 멍거는 이러한 세태를 비판하고 있는 것입니다. 

투기의 성행은 분명 사회적으로 이롭지 않습니다. 케인스 역시 본 서에서 "일국의 자본 개발이 도박 활동의 부산물이 된다면 일이 제대로 되기 힘들다"라고 역설하고 있으며 당시 유동성이 훨씬 낮은 영국에서 미국보다 이러한 도박 성향이 훨씬 심했다고 기술했습니다.

 

 

케인스: ...(전략)... 진정한 장기 기대에 입각한 투자는 오늘날에는 너무나 어려워서 사실상 행해지고 있지 않다. 이를 시도하는 사람은 확실히, 어떻게 군중이 행동할 것인가를 군종보다도 더 잘 추측하려고 하는 사람에 비하여, 훨씬 수고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훨씬 더 큰 위험을 무릅써야 하며, 지적 능력이 동등하다면 더욱이 비참한 오류를 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경험적으로 사회적으로 유익한 투자 정책이 가장 많은 이윤을 낳는 투자 정책과 일치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세월의 힘과 장래에 대한 우리의 무지를 극복하는 일은 남들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보다 더욱이 많은 지력을 필요로 한다. 게다가 인생은 그리 길지 않다. ​

인간의 본성은 빠른 결과를 원하고 일확천금을 얻는 것에는 특유의 희열이 있으며 먼 장래의 소득에 대한 할인율은 보통 사람에게는 대단히 높다. 직업으로써의 투자는 도박적 본능이 없는 사람에게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지루하고 힘든 경기이다. 반면에 이러한 도박적 본능을 가진 이는 이러한 성향에 대한 응분의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 (중략) ....​

끝으로, 공공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장기투자자들은, 자금이 위원회, 이사회, 은행 등 어디서 운용되든 간에, 가장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된다. 왜냐하면 보통의 의견을 가진 사람의 안목에는 장기투자자는 남다르고, 엉뚱하며, 경솔해 보이기 때문이며 그것이 장기투자자의 행동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그가 성공한다 한들 대중들로 하여금 그의 경솔함을 강화하는 데 그칠 뿐이며 그가 단기적으로 성공하지 못한다면-이는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그는 가차 없는 비판을 받을 것이다. 세속적 지혜에 따르면, 관습에 역행하여 성공하는 것보다는 관습에 따라 실패하는 것이 본인의 평판에는 유리하다.

 

 

상기된 내용은 장기투자자가 된다는 것이 왜 어려운가에 대한 본질을 담고 있습니다. 케인스는 이를 두고 거의 행해지고 있지 않다(scarecely practicable)라고 표현했습니다. 우선적으로 이는 남들보다 높은 지력을 요구한다고 그는 기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그가 말한 지력(intelligence)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투자 세계에서의 지력은 분명 이론 물리학이나 수능과 같은 시험 등에서 요구되는 것과는 사뭇 다릅니다. 이는 정말로 어려운 개념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되려 필요한 개념은 상당히 쉬운 편입니다. 다만 굉장히 많은 것을 넓게 알아야 하며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 발맞춰 끊임없이 공부해야 합니다. 버핏과 멍거가 투자라는 것이 정말 쉬운 게임이지만 평생 공부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에는 이러한 이유에 상당 부분 기인합니다. 

남들보다 똑똑하고 현명해야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운이 좋게도 세상에는 (적어도 버핏과 멍거의 관점에서는) 그릇된 믿음과 지식이 만연합니다. 이는 금융업계와 학계 모두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특징입니다. 최근에 올린 게시물들 중 버핏과 멍거가 금융업 전체를 싸잡아 비판하는 모습과 이에 대해 제가 부연한 것들을 많이 보셨을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일전에 이들은 경영 대학에서 가르치는 이론들에 대한 비판 역시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들 모두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특징은 주식을 (비록 직접적으로 얘기하지는 않지만) 투기의 대상이며 기업과는 유리된 별개의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입니다. 

...(중략)...

그러나 이러한 장기투자를 행함에 있어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인간의 본성을 거슬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슷한 이야기를 본 블로그의 여러 게시글에서 언급했습니다. 인간은 자연적으로 빠르게 결과를 얻고자 하며 늘 일확천금을 꿈꿉니다. 그리고 이러한 본성은 도박과 복권 등에 대한 환상을 갖도록 합니다. 사람들은 주식을 사놓고 가만히 눌러 앉아있는 것을 여러 이유로 견디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를 견디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군중과 유리된다는 것입니다. 단기적인 인간 본성은 장기적으로 사고하며 기다리는 인간을 이해하기 힘들게 만듭니다. 오늘날에도 대중의 눈에 합리적인 장기투자자들은 케인스가 말한 것처럼 기이하고 무모해 보이기 십상입니다. 그리고 대중은 튀는 행동을 하는 이들에게 고운 시선을 보내지 않습니다. 비단 투자뿐 아니라 세상만사가 그러합니다. 일반적이지 않은 길을 택하는 이들은 결과를 내기 전에는 단순히 사회가 정한 틀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물며 버핏처럼 수십 년 동안 결과로 증명한 이들조차 일정 기간 실적이 좋아 보이지 않을 경우 비판을 받습니다. 닷컴 버블 시절에 남들과 달리 인터넷 기업을 멀리했을 때도, 코로나 이후 주가 급등기에 현금을 쌓아 놓고 기다릴 때 등의 시기가 좋은 예시입니다. 그리고 본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대다수는 이처럼 남들과 유리되어 비판을 받는 상황을 견디지 못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조금 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지만 진정한 장기투자자이자 가치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르게 행동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메커니즘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며 애초에 그러한 길을 가는 것을 꺼려 합니다. 중요한 내용이니 이에 대해서도 추후에 따로 논의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지적 우위 역시 이러한 본성을 거슬렀을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믿는 것과 다른 것이 옳다고 믿는다는 것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매우 똑똑한 사람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말이기 때문입니다. 남들 모두가 'A'라고 할 때 'B'라고 자신 있게 얘기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결론적으로 장기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절대적 수준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인지하는 겸손함과,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보다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상대적 수준의 자신감, 엄청나게 어려운 개념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높은 지적 능력은 필요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지식의 총량은 남들보다 월등히 많아야 하는 동시에 매우 객관적이어야 하는 등등의 모순적 특징들을 갖춰야 함을 의미합니다. 찰리 멍거는 일전에 칼텍과의 인터뷰에서 "좋은 투자는 인내심과 공격성이라는 이상한 조합을 갖춰야 하며 많은 사람들은 이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결국 인간이라면 응당 갖고 있는 여러 심리적 본성을 거슬러야 가능한 것입니다. 이토록 어려운 것이기에 케인스 역시 이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언급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지금까지 거의 완벽에 가깝게 행한 이가 바로 워런 버핏입니다. 투자만으로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부자가 된 이는 이전에도 지금도 버핏밖에 없다는 것 자체가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세계인지 간접적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추가로 케인스가 "인생은 그리 길지 않다"라고 말한 것은 복리의 효과를 염두해 두고 한 말입니다. 버핏 역시 그렇기에 최대한 어린 나이에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여러번 강조했습니다. 

 

 

Comment Reply: 12장에서 케인스가 하고자 하는 말을 짧게 요약드리자면 이는 자본의 한계 효율성을 구성하는 자본재의 가격과 예상 수익률 중 예상 수익률을 결정하는 요인에 대해 더욱이 깊이 탐구하고자 작성된 내용입니다. 예상 수익률이라는 것은 애시당초 기업을 운영해 벌어들이는 이익 대비 지불하는 가격으로 결정됩니다. 그렇기에 분모인 지불 가격은 분명 기업이 벌어들일 미래 수익과 관련되어 책정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유동적인 증권시장의 출현 등의 이유로 순수한 사업적 목적 외에 이와 관련 없는 여러 요인들이 지불 가격(주식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정부는 자산의 예상 수익률을 관리하는 데 있어 이자율을 관리하는 것 이외에도 이러한 요인들을 고려해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투자를 하는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케인스가 이를 집필한 본래의 목적 보다는 그가 얘기하는 인간의 본성과 사업, 유동화된 증권시장의 역학관계에 대한 기술입니다. 사실 이는 관점을 바꿀 수만 있다면 매우 쉬운 내용이 되지만...(중략)... 본디 투자라는 것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고심해 봐야 하는 부분입니다. 버핏의 관점에서 투자는 자산의 가격의 상승을 기대하는 것이 아닌 지불 가격 대비 얼마만큼의 산출물을 얻을 수 있냐입니다. 그는 자산가격의 상승을 기대하는 것은 모두 투기로 간주합니다. 케인스의 정의도 마찬가지고요.

 

 

Comment Reply: 말씀해주신대로 요즘은 3개월에서 1년 정도의 기간이면 장기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1년이 넘어가면 더욱이 그러하고요. 이 역시 사람들이 주식과 사업을 동일시 하지 않는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이미 잘 돌아가고 있는 사업을 돈을 주고 샀으면 이로부터 응분의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최소 수년의 시간이 걸리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굉장히 단순하고 당연한 이러한 메커니즘을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아이러니합니다. 이는 케인스나 버핏과 멍거가 얘기한 것처럼 인간의 본성과 연관이 있는 것이겠죠. 투자를 잘 하고자 한다면 이를 극복해야 하나 이는 정말 쉬운 것은 아닌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어렵다고 자주 느끼고 있습니다.

 

 

Comment Reply: 버핏 역시 자신이 투자를 가르쳐야 한다면 밸류에이션과 시장 딱 두 가지를 가르치겠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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