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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1) 무명을 조건으로 [업]형성들이,
(2) [업]형성들을 조건으로 알음알이가,
(3) 알음알이를 조건으로 정신·물질이,
(4) 정신·물질을 조건으로 여섯 감각장소가,
(5) 여섯 감각장소를 조건으로 감각접촉이,
(6) 감각접촉을 조건으로 느낌이,
(7) 느낌을 조건으로 갈애가,
(8) 갈애를 조건으로 취착이,
(9) 취착을 조건으로 존재가,
(10) 존재를 조건으로 태어남이,
(11) 태어남을 조건으로 늙음·죽음과 근심·탄식·육체적 고통·정신적 고통·절망이 일어난다.
이와 같이 모든 괴로움의 무더기가 일어난다.
이것이 여기서 연기의 방법이다.
먼저 청정도론에 기술된 12연기의 구성요소에 대한 설명을 알아보았다.
해당 내용은 아래 글에 기술되어 있다.
이번에는 아비담마 길라잡이에 기술되어 있는 12연기에 대한 해설을 옮겨본다.
1. 무명을 조건으로 [업]형성들[행]이 일어난다.
무명(avijjā)은 어리석음(moha)으로 인해 사물의 고유성질을 인식하는 것을 가린다.
무명은 사성제를 모르는 것이다.
아비담마에서 무명은 사성제를 모르는 것,
출생이전을 모르는 것,
사후를 모르는 것,
과거와 미래를 같이 모르는 것,
연기를 모르는 것의 8가지를 말한다.
[업]형성들[행]은 세간적인 유익한 마음이나 해로운 마음과 연결된 29가지 의도(cetanā)를 말한다.
8가지 큰 유익한 마음과 색계의 5가지 유익한 선의 마음은 공덕이 되는 행위(puññābhisaṅkhāra)라 부른다.
12가지 해로운 마음에 있는 의도는 공덕이 되지 않는 행위(apuññābhisaṅkhāra)라 한다.
무색계의 4가지 유익한 선의 마음은 흔들림 없는 행위(āneñjābhisaṅkhāra)라 한다.
중생의 정신적인 흐름[상속]이 무명과 합치되면 그의 [업]형성[행]은 미래에 결과를 생산하는 힘으로써 업을 산출한다.
그래서 무명이 업을 형성하는 으뜸가는 조건이라 한다.
무명은 해로운 행위들에서 현저하게 드러나고, 세간적인 유익한 행위들에서는 존재의 흐름 속에 숨어 있다.
그러므로 세간적인 유익한 [업]형성들과 해로운 [업]형성들은 무명에 조건 지어져 있다고 하는 것이다.
2. [업]형성들[행]을 조건으로 알음알이가 일어난다.
29가지 유익한 [업]형성들[행]이나 해로운 [업]형성들을 반연하여
32가지 과보로 나타난 알음알이(과보의 마음)가 있다.
재생연결의 찰나에 바로 전생에 임종을 맞은 존재의 마지막 속행 과정에서 나타났던 특히 강한 하나의 의도적 행위,
즉 [업]형성[행]이 그 업이 익기 적절한 세상에서 19가지 재생연결식 가운데 하나를 일어나게 한다.
그 후 삶의 과정(pavatti)에서 쌓은 다른 업들이 그 환경에 따라서
다른 과보로 나타난 알음알이들을 일어나게 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제5장 §§27~33을 참조할 것)
3. 알음알이를 조건으로 정신·물질이 일어난다.
위 2번의 과정에서 알음알이는 전적으로 과보의 마음을 뜻했지만
여기서는 삶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과보의 마음 뿐 아니라, 여러 전생의 업을 지은 마음들(유익한 마음들과 해로운 마음들)을 모두 다 의미한다.
여기서 정신[명, nāma]은 과보의 마음과 연결된 마음부수들을 뜻하고
물질[색, rūpa]이라는 단어는 업에서 생겨난 물질들을 의미한다.
‘다섯 무더기를 가진 존재’, 다시 말하면 오온이 다 있는 세상의 알음알이는 정신과 물질 둘 다의 조건이 된다.
그러나 ‘네 무더기를 가진 존재’, 즉 무색계에서 알음알이는 오직 정신의 조건만 된다.
그리고 ‘한 무더기만을 가진 존재’, 즉 인식이 없는 중생의 세상[무상유정천]에서는 그것은 단지 물질의 조건만 된다.
오온을 모두 다 가진 존재의 재생에서 재생연결의 찰나에 재생연결식이 일어날 때
그와 동시에 다른 세 가지 정신의 무더기[온], 즉 느낌의 무더기[수온]와 인식의 무더기[상온]와 심리현상들의 무더기[행온]가 일어난다.
물론 이 때 특별하게 응고된 물질들도 함께 일어난다.
이 경우에 인간에게는 몸과 성과 심장토대의 물질의 십원소들이 해당된다.
알음알이는 함께 존재하는 정신과 물질의 요소들 가운데서 가장 으뜸이기 때문에
알음알이를 반연하여 정신·물질이 일어난다고 하는 것이다.
4. 정신·물질을 조건으로 여섯 감각장소가 일어난다.
여기서 정신·물질은 3번과 같은 의미이다.
여섯 감각장소 가운데 처음의 다섯은 물질의 감성인 눈, 귀, 코, 혀, 몸의 감성이고
마노의 감각장소[의입]는 32가지 과보의 마음이다.
업에서 생긴 물질들[색]이 일어날 때 이들은 다섯 가지 감각장소가 일어나는 조건이 된다.
물론 이들 다섯 가지 감각장소도 업에서 생긴 물질의 한 형태이다.
관련된 마음부수들[명]이 일어날 때 그들은 과보의 마음,
즉 여기서 말하는 마노의 감각장소[의입]를 일어나게 하는 조건이 된다.
다시 말하면 12연기의 세 번째 구성요소인 과보인 알음알이[식]가 네 번째 구성요소인 정신[명]을 조건 짓고
그 정신은 다시 다섯 번째 구성요소인 여섯 감각장소[육입] 가운데 과보인 알음알이를 조건 짓는다.
이들은 서로 지탱하는 조건으로 서로 서로 관련되어 있다.
욕계에서 정신·물질은 여섯 감각장소 모두를 일어나도록 조건 짓고
색계에서는 눈과 귀와 마노의 감각장소들만 일어난다.
무색계에서는 정신[명]만이 마노의 감각장소를 일어나게 한다.
무색계에서는 마노만이 유일한 감각장소인데 다섯 가지 물질로 된 감각장소들은 당연히 존재하지 않는다.
5. 여섯 감각장소를 조건으로 감각접촉이 일어난다.
여기서 감각접촉[촉, phassa]은 과보의 마음과 연결된 감각접촉을 의미한다.
감각접촉이란 마음과 마음부수들이 대상들과 여섯 감각장소들[육입] 중의 하나에서 ‘함께 만나는 것(saṅgati)’이다.
눈의 감각장소에서 일어나는 감각접촉을 눈의 감각접촉[안촉]이라 한다.
그것은 눈과 형색과 눈의 알음알이가 함께 만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다른 감각접촉들, 즉 귀의 감각접촉[이촉] 등도 마찬가지로 그들 각각의 감각장소에서 일어난다.
마노의 감각접촉[의촉]은 32가지 과보의 마음 가운데 10가지 쌍으로 된 다섯 가지 알음알이[전오식]를 제외한 22가지 과보의 마음과 관계된 감각접촉이다.
감각접촉은 감각장소들이 있을 때만 일어날 수 있으므로 감각접촉은 여섯 감각장소를 반연한다고 하는 것이다.
6. 감각접촉을 조건으로 느낌이 일어난다.
감각접촉이 일어날 때 느낌은 같은 감각접촉의 조건에 따라 동시에 일어난다.
감각접촉은 알음알이가 대상과 조우하는 것이고
그 조우는 반드시 특정한 정서적인 색조를 띠는데
이것이 그 감각접촉이 일으키는 느낌인 것이다.
느낌에는 눈의 감각접촉에서 생긴 느낌[안촉수], 귀의 감각접촉에서 생긴 느낌[이촉수] 등 여섯 가지가 있다.
그것의 정서적인 특색에 의해서 느낌은 감각장소와 대상에 따라
즐거운 것, 괴로운 것, 중립적인 것으로 나누어진다.
7. 느낌을 조건으로 갈애가 일어난다.
느낌은 갈애를 일으키는 조건이 된다.
갈애에는 형색에 대한 갈애, 소리에 대한 갈애 등 여섯 가지가 있다.
이들 각각은 다시 감각적 쾌락에 대한 갈애[kāma-taṇhā]와
존재에 대한 갈애[bhava-taṇhā]와
존재하지 않음에 대한 갈애[vibhava-taṇhā]의 세 가지가 있다.
여기서 존재에 대한 갈애는 영원하다는 견해[상견]와 결합된 갈애이고
존재하지 않음에 대한 갈애는 단멸한다는 견해[단견]와 결합된 갈애이다.
갈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탐욕(lobha)의 마음부수 하나로 줄어든다.
비록 갈애는 그 대상에 따라 구분이 되지만 갈애 그 자체는 실제로 대상과의 감각접촉을 통해서 일어난 느낌에 의지한다.
그가 즐거운 느낌[sukha-vedanā]을 경험하면 그 즐거운 느낌을 맛들이며,
대상이 그 즐거운 느낌을 일어나게 하는 한 그 대상을 갈망한다.
반면에 그가 괴로운 느낌[dukkha-vedanā]을 경험하면 그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갈애를 가지며
그것을 대체할 즐거운 느낌을 갈구한다.
중립적인 느낌[adukkhamasukha-vedanā]은 고요한 성질을 가지지만 이것 역시 갈애의 대상이 된다.
그러므로 이런 세 가지 느낌이 여러 가지 형태의 갈애를 일어나게 하는 조건이 되는 것이다.
8. 갈애를 조건으로 취착이 일어난다.
여기서 취착(upādāna)은 제7장 §7에서 설명한 네 가지이다.*
*네 가지 취착이 있으니 (1) 감각적 쾌락에 대한 취착 (2) 사견에 대한 취착 (3) 계행과 의례의식에 대한 취착 (4) 자아의 교리에 대한 취착이다…(중략)…
이 네 가지 가운데 첫 번째는 감각적 쾌락에 대한 강한 집착이다.
주석서에서는 감각적 쾌락 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한 집착이라고 더 넓게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사견에 대한 취착’은 도덕적으로 아주 해로운 허무주의나 운명론자와 같은 견해를 가지는 것이나
세상에 대한 단견과 상견과 같은 견해에 빠지는 것을 뜻한다.
‘계행과 의례의식에 대한 취착’은 종교적인 의례의식을 행하거나 고행 혹은 이와 유사한 계행이나 서계나 수행 방법으로 해탈에 이를 수 있다고 집착하는 것이다.
‘자아의 교리에 대한 취착’은 [불변하는] 존재 더미가 있다는 견해[유신견, sakkāya-diṭṭhi]를 가지는 것이다.
유신견은 오온에 대해 각각 네 가지로 자아를 상정하는 것으로 경에서는 오온을 자아라고 관찰하는 것, 오온을 가진 것이 자아라고 [관찰하는 것], 오온이 자아 안에 있다고 [관찰하는 것], 오온 안에 자아가 있다고 [관찰하는] 20가지를 들고 있다.
이 가운데서 감각적 쾌락에 대한 취착은 마음부수 가운데 탐욕(lobha)이 드러난 것이고
나머지 셋은 사견의 다른 형태들이다.
감각적 쾌락에 대한 취착은 갈애가 강력해진 것인데 탐욕의 마음부수이다.
나머지 세 가지 취착은 사견의 마음부수의 형태들이다.
이들 각각은 모두 갈애에 조건 지어진 것이다.
첫 번째인 감각적 쾌락에 대한 취착의 경우,
대상에 대한 약하거나 초보 단계의 탐욕을 갈애라고 하는 반면
아주 강렬한 탐욕은 취착이라고 한다.
나머지 세 가지 경우는 사견에 조건 지어진 탐욕을 갈애라고 하고
그 탐욕의 영향을 받아서 받아들인 견해를 취착이라고 한다.
9. 취착을 조건으로 존재가 일어난다.
두 가지 존재[유, bhava]가 있다.
‘업으로서의 존재[업유, kamma-bhava]’와 ‘재생으로서의 존재[생유, upapatti-bhava]’이다.
감각적 쾌락에 대한 취착을 조건으로 존재를 생기게 하는 업을 행하면 그것은 업으로서의 존재[업유]이다.
그것으로부터 생긴 무더기들[온]이 재생으로서의 존재[생유]이다.
업유는 29가지 유익한 의도나 해로운 의도, 즉 재생을 있게 하는 모든 유익한 업이나 해로운 업을 말한다.
생유는 32가지 과보의 마음과 이들과 결합된 마음부수들과 업에서 생긴 물질들을 말한다.
취착은 업유의 조건이다.
취착 때문에 중생들은 업으로 축적이 되는 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취착은 역시 생유의 조건이다.
바로 그 취착이 중생들로 하여금 업에 의해 결정되는 상태로 다시 재생의 순환 속으로 들어가게 하기 때문이다.
10. 존재를 조건으로 태어남이 일어난다.
여기서 태어남(jāti)은 같은 세상이나 다른 세상의 새로운 삶에서
세간적인 과보의 마음들과 그들의 마음부수들과 업에서 생긴 물질들이 일어남을 의미한다.
미래의 태어남을 일어나게 하는 가장 본질적인 조건은 유익한 업이나 해로운 업,
즉 현재의 업으로서의 존재[업유]에 달려있다.
11. 태어남을 조건으로 늙음·죽음…
일단 태어남이 있으면 거기에는 반드시 늙음과 죽음,
그리고 태어남과 죽음 사이에 있는 근심·탄식·육체적 고통·정신적 고통·절망 등의 모든 다른 종류의 괴로움이 따라오게 된다.
그래서 태어남을 이들의 주된 조건으로 따로 골라내어 언급하는 것이다.
니까야에 언급되는 12연기에 대한 정리는 ‘초기불교이해’ 제 15장과 16장에 있다.
12연기에 대한 아비담마적 해석은 ‘청정도론’ 제17장 전체에서 다룬다.
출처: 대림스님·각묵스님 옮김, ‘아비담마 길라잡이 2’, 초기불전연구원(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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