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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무대에 내가 원하는 혹은 필요로 하는 생각을 올린다는 것은 무대 감독이 의식의 무대에 하나의 문제를 올려 끈질기게 조명을 비춘다는 뜻이다.
그 문제가 어려우면, 즉 무대 위의 공연이 난해하고 지루하면 관객은 그것을 보려 하지 않는다. 그래도 감독은 줄기차게 그 문제에만 조명을 비춘다.
가끔 다른 자극이 무대 위에 난입해 조명을 받지만, 감독은 그 문제를 다시 무대 위에 올림으로써 다른 자극을 내몬다. 결국 관객은 무대 위를 장악한 그 문제를 계속 관찰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자신이 그 문제와 관련이 있음을 떠올린 관객 하나가 무대 위로 올라간다. 즉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되는 장기기억이 인출된다. 그렇게 관객이 한 명, 두 명 무대 위로 올라가면서 의식의 무대가 관련 장기기억으로 채워지면 서서히 해결의 실마리가 잡히고 문제가 풀리는 것이다.
문제가 쉬우면 무대 가까이 앉은 장기기억이 인출되어 답이 빨리 얻어지고, 문제가 어려우면 멀리 앉은 장기기억이 인출되어야 하므로 답을 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아무리 생각해도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는 것은 관련 장기기억이 무대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 앉은 장기기억을 인출하려면 문제가 무대 위에서 오랫동안 조명을 받으며 공연해야 한다.
정리하면, 문제를 풀려면 그와 관련한 장기기억이 인출되어야 하고, 어려운 문제일수록 그것을 의식의 무대 위에 충분히 오래 올려 두어야 한다. 이러한 원리에 따라 처음에는 풀리지 않던 문제도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결국 풀리게 되는 것이다.
의식의 통합작업공간 이론에 따르면 이런저런 상념이 떠오르는 상태는 의식의 내용 하나가 무대를 장악하지 못하고, 그 내용이 수시로 바뀌는 상태를 말한다. 이것이 바로 산만한 상태, 즉 몰입도가 낮은 상태이다. 이때 의식의 무대는 주로 미래에 대한 걱정 등 부정적인 감정들이 차지한다.
우리가 인터넷 뉴스, SNS, 채팅, 유튜브에 빠지는 것도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떨치고 의식의 무대를 더 자극적인 무언가로 채우기 위한 행위다. 이런 자극적인 내용이 의식의 무대를 장악하도록 내버려두면 결국에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게 된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의식의 무대에 내가 원하는, 혹은 필요로 하는 생각을 올려야만 한다. 내가 의식의 통제 능력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의식의 무대를 무엇이 차지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의식의 내용이 나를 만들어간다고 생각해도 된다. 의식의 내용이 무의식에 영향을 미치고, 이 무의식이 다시 의식의 내용에 영향을 미치면서...(후략)
의식의 내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환경이다. 어떤 환경에서 누구를 만나고 어떤 경험을 하느냐가...(중략)... 삶의 행로를 정하는 데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의식을 통제할 수 있다면 어떤 경험을 하든, 어떤 상황에서 누구를 만나든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숙명론적인 삶을 사는 대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이끌어갈 수 있다.
어떤 환경에서도 내 인생의 행로를 스스로 개척하고 팔자를 바꾸어 살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의식을 통제하고, 인생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의도적인 몰입'이다. 의도적인 몰입은 긴박한 상황에서 별다른 노력 없이 위기감에 의해 몰입이 유도되는 '수동적인 몰입'과 구별된다. 또 취미 활동과 같이 흥미와 재미를 느껴 저절로 빠져드는 '능동적인 몰입'과도 다르다. '의도적인 몰입'이란 의도적으로 생각을 지속해 몰입도를 올리는 방법이다. 즉 의식의 무대에 의도적으로 내가 원하는 내용을 지속해서 올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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