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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반/아비담마

6가지 문을 통해서 대상을 안다.

by Rihan 2023.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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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문의 분석

문의 길라잡이에서 문은 여섯 가지이니, 눈의 문, 귀의 문, 코의 문, 혀의 문, 몸의 문, 마노의 문이다.

여기서 눈이 바로 눈의 문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귀 등이 귀의 문 등이다.
그러나 존재지속심을 일러 마노의 문이라고 한다.

 

마음은 '대상을 아는 것'이다.

마음은 항상 문을 통해서 대상을 알게 된다. (6 doors)

 

밖의 대상은 눈, 귀, 코, 혀, 몸을 통해서 안다.

이전에 있었던 경험, 정신적인 대상을 기억하고 아는 것은 바왕가가 문이 된다.

 

1. 문의 길라잡이(dvāra-saṅgaha): 아비담마에서 '문(dvāra)'이라는 단어는 마음이 대상과 교감하는 매개체를 나타내는 전문용어로 쓰인다. 제5장 §§22~24에서는 업을 짓는 문으로 몸의 문(kāya-dvāra)과 말의 문(vacī-dvāra)과 마노의 문[의문, mano-dvāra]도 설하고 있는데 이들은 마음이 세상에 대해서 행위를 하고 업을 짓는 문이기 때문이다.

은유적으로 말하자면 이 여섯 가지 감각의 문을 통해서 마음과 마음부수법들은 대상을 만나러 나가며
대상은 마음과 마음부수법들의 영역에 들어오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먼저 여섯 가지 감각의 문을 열거하고
각각의 문에서 일어나는 마음들을 분류하고
다시 문의 수에 따라서 일어나는 마음들을 분류하고 있다.

2. 눈이 바로 눈의 문이다: 이 다섯 가지 감각의 문은 모두 물질에 속한다.
이들을 감성(pasāda)의 물질이라 부른다(제6장 §3-1 해설 2 참조)

이런 감성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부르는 눈과는 다르다.
눈의 감성은 눈동자 안에 있는 빛이 통과하는 조그마한 한 부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눈의 [감성]은 [여러 물질적인 현상이] 혼합된 전체 눈에서 흰자위에 의해 싸여있고 면전에 서있는 사람의 형상이 비치는 곳인 검은 동자의 중간에 있다.
그것은 일곱 겹의 면에 배어있는 기름처럼 눈의 일곱 세포에 퍼져있다."(Vis.XIV.47)

이런 눈의 감성 등을 통해서 눈 등의 인식과정에 관련된 마음들이 형색 등을 인식하므로 이들을 눈의 문 등이라 부르는 것이다.

*제6장 §3-1 해설 2
'감성'으로 옮긴 pasāda는... '깨끗함'을 뜻한다.
경장에서는 주로 '깨끗한 믿음'의 의미로 쓰이지만 아비담마에서는 이 깨끗함의 의미를 눈, 귀, 코, 혀, 몸의 다섯 가지 감각기관이 가지는 순수한 감각 작용을 나타내는 전문용어로 정착시켰다.

여기서 감성(pasāda)은 그것의 토대가 되는 거친 감각기관과는 구별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눈'이라고 부르는 것은 아비담마에서는 '[여러 물질적인 현상이] 혼합된 눈'이라 한다.
그 중에서 감성은 빛과 색깔을 받아들이고, 눈의 알음알이의 물질적인 토대와 문의 역할을 하는, 망막 안에 있는 '감각에 민감한 물질'이다.

그런 의미에서 감성이라고 옮긴다.
그래서 이 감성은 각각의 감각기관에 위치한 특정한 물질을 뜻한다.

이처럼 감성과 감각기관은 다르다.
아비담마에 의하면 감성을 지탱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 감각기관이다.

3. 존재지속심을 일러 마노의 문이라고 한다: 눈, 귀, 코, 혀, 몸의 문은 모두 물질인 감성이지만 마노의 문은 정신[명, nāma]으로서 바로 바왕가(존재지속심)이다. 대상이 마노의 문의 과정(의문인식과정)을 따라서 인식될 때 이 과정에 관련된 마음들은 마노의 문을 통해서만 대상에 접근할 뿐 물질적인 감각기능에는 의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주석서들마다 마노의 문의 정확한 의미에 대해서 서로 다른 견해를 피력하고 있는데 '위바위니 띠까'에 의하면 의문전향의 마음 바로 앞의 바왕가, 즉 바왕가의 끊어짐이 마노의 문이라고 설명한다.
'위바위니 띠까'는 '옛 주석가는 의문전향을 포함한 바왕가가 마노의 문이라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레디 사야도와 '위방가 주석서'는 모든 바왕가가 아무런 구별 없이 마노의 문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본 책의 저자 아누룻다 스님은 아무런 설명 없이 존재지속심이 마노의 문이라고만 언급하고 있다.

 

여기서 레디 사야도의 의견에 따르자면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바왕가가 마노의 문이 될 수 있다.

 

§13. 마음에 따른 분류

여기 눈의 문에서는 오문전향과 눈의 알음알이와 받아들이는 마음, 조사하는 마음, 결정하는 마음, 욕계의 속행과 여운의 46가지 마음(1+2+2+3+1+29+8=46)이 적절하게 일어난다.

그와 마찬가지로 귀의 문에서도 오문전향과 귀의 알음알이 등 46가지 마음이 일어난다.
이와 같이 다섯 문에서 54가지 욕계 마음이 모두 일어난다.

마노의 문[의문]에서 67가지 마음이 일어난다.
즉 의문전향과 55가지 속행과 여운의 [마음]이다.(89 - 한 쌍의 전오식 - 3가지 마노의 요소 - 9가지 고귀한 과보 = 67)

재생연결식과 존재지속심(바왕가)과 죽음의 [마음]으로 일어나는 19가지는 문에서 벗어난 것이다.

 

1. 눈의 문에서는 ... 46가지 마음이: 46가지 마음은 다음과 같다.

1가지 오문전향의 알음알이
2가지 눈의 알음알이
2가지 받아들이는 알음알이
3가지 조사하는 알음알이
1가지 결정하는 알음알이
29가지 욕계 속행의 알음알이(12가지 해로운 마음, 8가지 유익한 마음, 8가지 아름다운 작용만 하는 마음, 1가지 미소짓는 마음)
8가지 여운의 알음알이(욕계 아름다운 과보의 마음)이다.

같은 종류의 마음들이 귀, 코, 혀, 몸의 문에서도 각각의 대상에 대해서 일어난다.

2. 적절하게: 비록 46가지 마음이 눈의 문에서 일어나지만 그들이 한 인식과정에서 모두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이것들은 조건에 따라서 결정된다.

레디 사야도는 이런 조건을 (1) 대상(ārammaṇa), (2) 존재하는 곳(bhūmi), (3) 개인(puggala), (4) 마음에 잡도리함[작의, manasikāra]에 따라서 분류하고 있다.

(1) 대상에 따라서:
예를 들어 대상이 원하지 않는 것이라면 눈의 알음알이, 받아들이는 마음, 조사하는 마음, 여운의 마음은 해로운 과보의 마음들이다.
대상이 원하는 것이면 이들은 유익한 과보의 마음들이다.
만일 대상이 열렬히 원하는 것이면 조사하는 마음과 여운의 마음은 기쁨과 함께하며, 대상이 보통으로 원하는 것이면 평온이 함께한다.

(2) 존재하는 곳에 따라서:
눈의 문에서 일어나는 인식과정이 욕계(kāmabhūmi)에서 일어나면 46가지 모두 일어날 수 있지만
색계에서 일어나면 여운의 마음은 일어나지 않는다. 여운의 역할은 오직 욕계에서만 일어난다.

(3) 개인에 따라서:
범부(puthujjana)나 유학(sekha)의 경우 속행의 마음들은 유익한 것이거나 해로운 것이다.
물론 유학의 경우는 증득한 경지에 따라서 다르다.

탐욕에 뿌리박고 사견과 함께하는 네 가지 마음과 의심과 함께하는 마음은 예류자와 일래자와 불환자에게 없고,
성냄에 뿌리박은 두 가지 마음은 불환자에게 없다.

아라한의 경우 속행은 모두 작용만 하는 마음들이다.

(4) 마음에 잡도리함에 따라서:
만일 범부나 유학이 지혜롭게 마음에 잡도리하면 유익한 속행이 일어나고 지혜 없이 마음에 잡도리하면 해로운 속행이 일어난다.
마찬가지로 자극받은 마음과 자극받지 않은 마음들이 일어나는 것도 이와 같은 조건들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3. 다섯 문에서 54가지 욕계 마음이 모두 일어난다: 다섯 감각의 문에서 모든 욕계 마음은 일어난다.

물론 어떤 한 감각의 문에서 다른 4가지 감각의 문과 그 4가지 대상에 관련된 마음은 일어나지 못한다.
예를 들면 눈의 문에서 나머지 귀, 코, 혀, 몸의 문과 그 대상들에 관련된 마음은 일어나지 못한다.

4. 마노의 문[의문]에서: 모든 55가지 속행의 마음은 모두 마노의 문에서 일어난다.

마노의 문에서 다음의 22가지 마음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은 오문전향, 한 쌍의 전오식, 2가지 받아들이는 마음, 5가지 색계 과보의 마음, 4가지 무색계 과보의 마음이다.

5. 문에서 벗어난 것(dvāra-vimutta): 이들 §9에서 언급된 19가지는 문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부른다.
이런 재생연결식과 존재지속심과 죽음의 마음과 관련된 특별한 역할은 모두 감각의 문에서 일어나는 인식과정에서는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들은 더 이상 새로운 대상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전생의 죽음의 마음이 일어나기 바로 전에 일어난 대상을 오직 그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위 도표에서 욕계 속행 29가지와 고귀한 & 출세간 속행 26가지는 아래 내용을 참고할 수 있다.

 

[청정도론 XIV]: "121. ...(전략)... 즉 8가지 욕계 유익한 마음, 12가지 해로운 마음, 9가지 나머지 욕계 작용만 하는 마음이다. 이것은 5문의 경우에 해당된다. 그러나 의문(마노의 문)에서는 이 속행들이 의문전향 다음에 일어난다.

종성(gotrabhū, 성자의 반열에 드는 찰나의 마음)의 경지 위로는 다음의 26가지 속행 중에서 하나가 조건을 가졌을 때 일어난다.
즉 색계의 5가지 유익한 마음과 5가지 작용만 하는 마음, 무색계의 4가지 유익한 마음과 4가지 작용만 하는 마음, 출세간의 4가지 도의 마음과 4가지 과의 마음이다.

이와 같이 55가지 유익한 마음, 해로운 마음, 작용만 하는 마음, 과보로 나타난 마음이 속행의 마음으로 일어난다고 알아야 한다."

 

§14. 문의 숫자에 따른 분류

[문을 통해 일어나는 것] 중에서 36가지 마음이 적절하게 하나의 문에서 일어난다.
즉 한 쌍의 전오식(10)과 고귀한 속행(색계10+무색계8)과 출세간의 속행(4+4)이다.

세 가지 마노의 요소는 다섯 가지 문을 통해 일어난다.

기쁨이 함께한 조사, 결정, 욕계의 속행은 여섯 문을 통해서 일어난다.

평온이 함께한 조사하는 마음과 큰 과보의 마음은 여섯 가지 문을 통해서 일어나기도 하고 문에서 벗어난 것이기도 하다.

고귀한 과보의 마음은 항상 문에서 벗어난 것이다.

 

1. 적절하게: 한 쌍의 전오식은 그에 상응하는 감각의 문들에서 일어나고 고귀한 속행과 출세간의 속행은 모두 마노의 문[의문]에서 일어난다.

2. 기쁨이 함께한 조사: 이 마음은 다섯 감각의 문에서는 조사와 여운의 역할을 하고 마노의 문에서는 여운의 역할만을 한다.

3. 결정: 이 마음은 다섯 감각의 문에서는 결정하는 역할을 하고 마노의 문에서는 전향의 역할을 한다.

4. 큰 과보의 마음: 이 8가지 마음은 여섯 문을 통해서는 여운의 역할로 일어나고, 문에서 벗어난 마음을 통해서는 재생연결식과 존재지속심과 죽음의 역할로 일어난다.

5. 고귀한 과보의 마음: 5가지 색계 과보의 마음과 4가지 무색계 과보의 마음의 9가지 마음은 그 색계와 무색계에서 재생연결식과 존재지속심과 죽음의 마음으로만 일어난다. 그래서 항상 문에서 벗어나 있다.

 

§15. 요약

36가지 마음은 하나의 문을 통해 일어나고,
세 가지는 5문에서,
31가지는 여섯 문에서,
10가지는 여섯 문을 통하거나 혹은 문에서 벗어난 것이고
9가지는 전적으로 문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와 같이 다섯 가지가 밝혀졌다.

 

 

 

출처: 대림스님·각묵스님 옮김, '아비담마 길라잡이 1' 3장, 초기불전연구원(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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