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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알아보는 기업의 경제성 파악

by Rihan 2022.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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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만으로 알아보는 삼성전자와 미국 빅 테크의 경제성 차이: 애플, 구글, 메타와의 비교 ①

개인적인 사정으로 글을 오랜만에 쓰게 되었습니다. 혹여나 제 글을 기다려주신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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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간과하지만 버핏을 포함한 버크셔의 사람들이 자주 언급하는 내용은 자본적 지출(CAPEX)과 감가상각비(Depreciation)의 차이입니다. 대개 자본적 지출은 유형자산의 취득이 대부분을 이룹니다. 이에 대한 이해를 하시기 위해서는 각각의 회계적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계셔야 합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감가상각비는 유형자산에 대한 자본적 지출을 회계적 기준에 의거해 시간차를 두고 비용에 반영하는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 만약 5 년 정도 쓸 생각으로 기계설비를 10억 원을 주고 구입했다면 해당 10억 원의 지출을 당장 비용으로 잡는 것이 아니라 해당 자산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5 년이라는 기간에 맞춰 매년 2억 원씩 비용처리하는 것이 감가상각비의 의미입니다. 반면, 자본적 지출은 당장 지출된 현금 10억 원 전체를 반영하는 개념인 것입니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시고 나면 가치 평가에 흔히 사용되는 EBITDA가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지표인지 아실 수 있습니다. 버핏과 멍거는 수십 년간 이를 비판해왔으나 EBITDA는 이미 관행으로 자리 잡았습니다...(중략)...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기업 A는 2019년을 제외하면 언제나 자본적 지출이 감가상각비를 초과했을 뿐 아니라 그 규모 또한 엄청나게 컸습니다. 특히 2017년과 2021년에는 감가상각비 대비 무려 22조 원과 15조 원을 초과하는 자본적 지출을 단행했으며 계산을 해보면 지난 11 년간 영업으로 벌어들인 총 현금의 60%가 다시금 자본적 지출로써 재투자 된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자본적지출의 규모가 감가상각비를 초과하는가에 대한 구분은 버핏과 멍거에게 있어 기업의 경제성을 평가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사업에 묶이는 현금의 규모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계정인 유형자산, 매출채권, 재고 중 규모도 일반적으로 가장 큰 유형 자산에 대한 재투자가 얼마나 주기적으로 필요한가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버핏이 얘기하는 훌륭한 기업의 정의는 "자본이 적게 필요하며 성장도 하는 기업"입니다. 만약 유의미한 성장이 없는 가운데 감가상각비보다 자본적 지출이 유의미하게 크다는 의미는 지속적으로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업은 제조업, 중화학 공업, 유틸리티 등 거대한 공장과 기계설비를 많이 필요로 하는 산업에 속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설령 자본적 지출이 감가상각비를 초과한다 해도 그 규모가 절대적으로 크지 않거나 추가적인 자본적 지출 대비 유의미한 수준의 거대한 성장이 뒷받침된다면 이는 전혀 다른 얘기가 됩니다. 감가상각비는 과거의 투자를 의미하지만 자본적 지출은 현재의 투자이며 기업이 성장 중이라면 당연히 이전보다 더욱이 많은 투자가 필요하며 인플레이션이 반영된다면 자본적 지출은 조금씩이라도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어찌 됐든 중요한 포인트는 창출하는 이익 대비 필요한 자본적 지출의 규모가 작을수록 인플레이션에 강한 특성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인플레이션이 심한 환경에서는 예정된 투자를 집행하기 위해 더욱이 많은 현금을 지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업 A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심한 환경이 지속된다면 보다 자본적 지출이 적은 기업 대비 훨씬 큰 출혈을 감내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위의 표에서 간략히 언급하고 넘어갈만한 내용은 우선 기업 A는 부채를 상당히 적게 쓰는 기업이라는 점입니다. S&P 500 기업의 평균 부채 비율은 코로나 사태 직전인 2020년 초 158% 정도였으며 기업 A는 얼핏 봐도 이보다 훨씬 보수적인 재무정책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는 앞서 언급한 ROE에 대해 일부 보정을 해줄 수 있는 요소입니다. ROE는 부채를 많이 조달할수록 높아지는 경향이 있으며 그렇기에 버핏은 늘 부채를 적게 쓰면서 ROE가 높은 기업을 선호한다고 이야기 해왔습니다. ​

이미 자본적 지출의 규모가 크다는 것에서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기업 A는 사업을 영위함에 있어 유형자산의 비중이 높은 기업입니다. 다만 위의 표에서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이지만 기업 A의 경우 향후 비교하게 될 여타의 기업 대비 유형자산에 대한 감가상각이 훨씬 큰 폭으로 진행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실정은 향후 노후된 자산에 대한 교체가 일어나게 될 경우 재무제표 상 유형자산의 비중과 감가상각비를 더욱이 큰 폭으로 상승시킬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감가가 크게 진행된 자산이 대부분 기계장치에 해당한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이는 충분히 개연성이 높은 이야기로 간주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여타의 기업들의 데이터를 보고 보다 자세하게 논하기로 하겠습니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은 경영진의 주주환원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배당의 경우 어느 정도 지급이 증가하긴 했지만 자사주 매입은 전혀 없다시피 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기업 A가 최근 자본적 지출을 큰 폭으로 늘리는 추세이며 유형 자산 특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계장치에 대한 감가상각이 이미 70% 이상 진행되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기업 A가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기에는 재정적 부담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현금은 충분히 많이 갖고 있지만 이후에도 엄청난 규모의 투자가 예정되어 있다면 주주환원 정책에 현금을 섣불리 태우는 것은 기업을 재무적 곤경에 처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배당을 늘린 것은 어느 정도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구색 정도일 거라는 추측 정도는 해봐도 크게 이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론 정확한 의중은 경영진만이 알 것입니다.) ​

기업 A가 지난 십여 년간의 지표 상 좋은 기업임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습니다. 거대한 기업임에도 꾸준히 이익을 재투자하며 적당한 매출과 이익의 성장을 이룩했으며 (매우 러프하게 연평균 매출 5.4%, 영업이익 12.7% 증가) 여전히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만약 지금과 과거의 투자가 현명했다면 훗날에 훨씬 큰 리턴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성장을 위해서는 엄청난 규모의 자본적 지출이 필요하며 이는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이 필요한 기업 대비 경제성이 떨어지는 요인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특히 오늘날처럼 인플레이션이 극심한 환경이 지속된다면 이는 이전보다 훨씬 큰 단점으로 부각될 수 있습니다. 예정된 투자를 집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현금의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음은 물론 주주환원 정책을 실행하기에도 훨씬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아낌없이 미래를 위해 투자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기업 A 주식의 성과는 얼마나 해당 기업의 투자가 미래에 적절한 리턴을 가져올 수 있는가에 달려있을 것입니다. 

 

기업 B가 기업 A와 비교해 유의미한 차이를 갖는 부분 중 다른 하나는 성장률입니다. 기업 B의 지난 십 년간 매출은 21.1%, 영업이익은 20.9% 성장했습니다. 기업 A의 매출이 연평균 5.4%, 영업이익이 12.7%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실로 큰 차이입니다. 

하지만 더욱이 유의미한 차이는 기업 B는 기업 A와 비교해 훨씬 적은 자본적 지출만으로 이러한 높은 성장률과 이익률을 달성했다는 것입니다. 기업 B는 지난 11 년간 약 1,539억 달러를 유형자산에 투자했고 이는 1,200 원의 환율을 가정하면 약 184조 원입니다. 반면 기업 A는 동 기간 약 322조 원을 유형자산에 투자했습니다. 해당 기간에 기업 B가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의 총합은 약 517조 원이며 기업 A는 동 기간에 약 537조 원을 벌어들였습니다. 심지어 이 기간에 기업 B는 유럽 연합으로부터 공정 경쟁 관련 총 약 12조 원 수준의 벌금을 지불했다는 것을 고려할 때 투자를 제외하면 둘은 비슷한 수준의 현금을 벌어들였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하지만 기준을 잉여현금흐름으로 잡으면 기업 A가 215조 원, 기업 B가 약 333조 원으로 기업 B가 해당 기간에 무려 118조 원 가량을 더 벌어들였습니다. 그리고 이 차이는 향후에 더욱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업 A는 필연적으로 기업 B에 비해 더욱이 많은 현금을 투자해야만 하고 기업 B는 잉여 현금을 신사업 등에 보다 높은 이익률로 재투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 B의 매출과 이익은 기업 A와 달리 단 한 번도 역성장 하지 않았다는 것도 눈에 띕니다. 물론 매출이나 이익이 역성장 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혹여 이것이 굉장한 이점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잘못 생각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사업은 경우에 따라서 잘 될 때도 있고 잠깐이나마 잘 안될 때도 있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기업 B 역시 언젠가 성장이 정체되고 역성장하는 시기를 맞이할 것입니다. 실로 지금까지 위대한 기업들 중에도 이러한 사례를 빈번하게 찾을 수 있습니다. 금융업계나 언론은 기업이 조금이라도 역성장하면 해당 기업에 돌이킬 수 없는 큰 문제가 생긴 것처럼 떠들지만 사업이 부진한 구간 없이 언제나 잘 될 것이라 생각하는 것 자체가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얘기인지는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중략)...기업 B가 기업 A에 비해 적은 투자로 훨씬 높은 이익과 성장률을 달성했다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었습니다. 

 

Comment Reply: 분모에 해당하는 순유형자산의 정의는 전체 자산에서 부채와 무형자산을 빼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엄밀하게 정의하자면 계산하고자 하는 기간의 평균을 내주셔야 합니다. 번거로워서 저는 그냥 해당 연도의 수치를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애플의 경우 특정 시점부터 무형자산을 기타 비유동 자산에 합쳐 넣어 정확한 값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대략적인 값을 적용했습니다. 크게 중요한 것도 아니고요.

분자에는 세전이익이나 순이익 중 어떤 것을 적용해도 크게 무리는 없습니다. 제가 계산한 것에는 영업이익을 사용했는데 이래저래 편하기도 하고 비교 대상 기업들이 모두 재무적으로 건전하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감히 약간의 조언을 드리자면 정말 중요한 것은 이를 엄밀하게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공식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계산을 해보는 것은 중요하지만 숫자를 1퍼센트 단위로 엄밀하게 계산할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해를 올바르게 하셨다면 수치는 조금은 틀려도 된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숫자만으로 알아보는 삼성전자와 미국 빅 테크의 경제성 차이: 애플, 구글, 메타와의 비교 ②

이전 게시글과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필히 1 편을 읽어주셔야 이해하실 수 있는 내용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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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를 목적으로 기업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각 기업이 갖는 주요 변수(key variables)를 규명하고 이를 여타의 무수한 기업들과 비교해 봐야 합니다. 구글의 경우 경영진이 제시하는 Paid clicks, Cost-per-click, Cost-per-impression 등과 같은 지표가 될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MAU, 평균 유튜브 시청 시간 추이, 광고 단가 등도 귀중한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찌 됐든 제가 제시하는 자료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정량적 변수들 외에 정성적인 요소들 역시 기업을 평가함에 있어 중요합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이러한 정성적 요소들이 정량적 요소보다 중요합니다. 애플이나 나이키 같은 기업들이 갖는 브랜드 파워, 코카콜라 제품이 갖는 차별화된 맛 등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온전히 지표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기에 평가하기가 어렵습니다. 객관적인 지표는 물론 어느 정도는 느낌과 감까지 동원해야 하는 영역일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어떤 기업이 압도적으로 나은 무언가를 갖고 있다 한들 마지막 관문인 ​"가격"에서 다시금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가격 수준에 따라 퀄리티가 떨어지는 기업이 더 나은 투자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본 시리즈에서 논하는 경제성은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내용이지만 여기서 "지금까지" 더 나은 경제성을 가진 기업이라고 결론이 내려졌다 한들 무조건 더 나은 투자 대상이라는 결론을 내리시면 안 됩니다. 애초에 경제성이라는 것 역시 얼마든지 미래에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왜 기업 A가 기업 B와 비교해 낮은 경제성을 갖는지에 대해 일부 설명을 드렸습니다. 핵심은 기업 A는 상대적으로 기업 B와 비교해 이익률도 낮고 자본적 지출도 크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에 취약하며 , 지난 십여 년간 벌어들인 현금 대비 지출한 금액이 훨씬 크기 때문이었습니다. 

...(중략)...

하지만 전체 자산 중 재고, 매출 채권, 유형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에 있어 기업 A와 B는 상이합니다. 기업 B는 재고를 거의 갖고 있지 않으며 유형 자산의 비중 역시 기업 A보다 작습니다. 앞서 언급한 세 계정이 각 기업의 재무상태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4.3%와 38.4%로 꽤나 유의미한 차이를 보입니다. 게다가 기업 A의 유형 자산 중 상당 부분이 비교적 과거에 구입되어 감가가 훨씬 큰 폭으로 진행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이러한 차이가 훨씬 크게 벌어지게 될 것입니다. 

기업 A가 21년도 말에 보유하고 있는 유형 자산에 지불한 총 금액은 약 377조 원으로 이중 227조 원이 감가 되어 장부에는 약 150조 원만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반면 기업 B는 약 1,470억 달러, 한화로 약 176조 원을 21년도 말에 보유하고 있는 유형자산을 구입하는 데 사용하였고 이 중 494억 달러가 감가 되어 975억 달러, 한화 약 117조 원이 장부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실제로는 기업 A는 기업 B보다 201조 원을 유형 자산 구입에 추가로 지출하였지만 장부상으로는 33조 원만 더 기록되어 있는 것입니다.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기업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히 노후화된 기계 설비 등을 교체해 주어야 하며 시간이 지나면 단순 교체 작업만으로 기업 A의 재무상태표에서 유형 자산의 절대적 크기와 비중이 유의미하게 늘어나게 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인플레이션 환경이 오랜 기간 지속된다면 더욱이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 시점이 온다면 기업 A와 기업 B의 ROE나 순 유형자산 이익률과 같은 수익성 지표의 차이는 더욱이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기업 B가 기업 A와 비교해 유의미한 수준으로 수익성을 앞서고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두 기업의 장기적인 실질 수익성의 평균은 지금까지 봐온 수준 이상으로 벌어질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물론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그렇다는 것입니다.)

언급된 지표만을 갖고 소개해 드릴 수 있는 기업 B가 기업 A 대비 갖는 마지막 강점은, 기업 B가 기업 A에 비해 훨씬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업 A 역시 꽤나 많은 현금을 배당하면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고 있긴 합니다만 기업 B와 비교하면 그 규모가 미약합니다. 기업 B는 21년에만 한화 60 조원 가량을 자사주 매입에 투입하면서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러한 추이는 미국 빅 테크 기업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이며 이는 향후 기업 B의 사업이 크게 나빠지지 않는다면 필히 주가를 끌어올려 줄 촉매가 될 것입니다. 기업 A에 대해서는 현시점에 이러한 보너스를 기대하기 힘듭니다. 향후에도 투입해야 하는 자본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훨씬 크기 때문에 대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같은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에 투입할 수 있는 현금의 양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빅 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은 이러한 경제성 차이에 상당 부분 기인합니다. 

...(중략)...

마지막으로 정리를 하자면 지난 십여 년간 기업 B는 기업 A에 비해 훨씬 적은 투자를 집행했음에도 더 많은 이익을 창출했고 훨씬 가파르게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성 차이에 기인해 남아도는 현금을 이용해 몇 년 전부터 막대한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이 지속될 경우 필히 주가를 상승시킬 것입니다. 그렇다고 기업 A의 주식이 기업 B의 주식보다 미래 성과가 무조건 떨어질 것이라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무책임한 말처럼 들리실지 모르지만 미래에 어떤 특정 사업이 얼마나 더 번창할지를 예단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기 때문입니다. 비록 미래의 이익을 예측하는 것이 금융업계의 관행으로 자리 잡았지만 버핏은 이번 주주총회에서도 이러한 관행을 두고 "이익을 예측하는 것은 내 기준에 이보다 더 해로운 것을 상상할 수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기업 A가 현재 시행 중인 막대한 투자가 이익의 드라마틱한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지금껏 논의한 기업 B의 상대적 강점은 희석될 것입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역사는 기업 B가 기업 A보다 거의 모든 측면에서 앞서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는 것입니다. 

각 기업이 다른 수준의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점도 사안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가격 수준은 언제나 상대적으로 좋은 기업을 보다 나쁜 투자 대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무수한 비교를 통해 답을 찾으셔야 할 것입니다.

 

만약 여러 기업의 상장 초기 부근의 재무제표를 많이 보신 분들이라면 ROE가 급격하게 떨어진 시점부터 이를 충분히 의심하실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상장 직후의 기업은 새롭게 조달한 자본의 크기가 비대해짐과 동시에 상장 관련 부대 비용이 발생함에 따라 ROE와 같은 수익성 지표가 일시적으로나마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중략)...

하지만 이러한 압도적인 성장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위에 첨부한 이베이의 사례에서 확인하실 수 있듯이 고속 성장을 하던 기업의 성장이 갑자기 멈추고 다시금 이를 반전시키지 못하는 경우 역시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실수하는 부분이 과거의 성장이 미래에도 상당 부분 이어질 것이라 가정하는 것에 있습니다. 성장은 주가를 가장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변수지만 반면에 가장 불확실한 변수입니다. 어느 정도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기업이 분명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러하지 않습니다. 제가 제시한 데이터만을 갖고 기업 C의 성장이 향후 얼마나 이어질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기업 C의 자산 규모가 이전에 본 두 기업에 비해 훨씬 작다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적은 자산을 사업에 투입한 만큼 순유형자산 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재고도 없고 창출하는 현금 대비 매출채권이나 유형 자산 규모도 작습니다. 사업에 묶여 있는 자산이 적다는 것은 언제나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기업 C 역시 앞서 살펴 본 두 기업과 마찬가지로 부채를 적게 사용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이익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자본의 규모가 계속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ROE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기업 B와 마찬가지로 굉장히 많은 현금을 자사주 매입에 투입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결국 자본의 크기를 줄여 ROE를 큰 폭으로 상승시킬 여지가 존재합니다. 아직 다루지 못한 기업 D가 무지막지한 수준의 자사주 매입을 통해 ROE를 엄청난 수준으로 끌어올린 기업의 예입니다. 기업 B와 C는 이러한 전철을 밟고자 하고 있습니다. 

어찌 됐든 지난 십여 년간 기업 A, B, C의 성과를 단순 비교하자면 각각의 기업은 유형 자산에 투자한 1원당 대략 1.67 원, 2.25 원, 2.81 원을 벌어들였습니다. 세 기업 모두 투자 원금 대비 훌륭한 성과를 냈지만 투입된 자본 대비 성과에 대한 순위를 단순하게 매기자면 기업 B>C>A의 순이 될 것입니다. 물론 이는 각 기업이 처한 환경을 고려한다면 조금은 다른 해석을 할 여지도 있습니다. 기업 C의 경우 상장한 지 막 십 년이 된 기업으로 고속 성장을 위해 더욱이 아낌없이 투자했을 시기를 근래에 지나왔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압도적인 성장을 해냈습니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한다면 기업 C가 본격적으로 이익을 회수하는 기간은 다른 기업들보다는 늦은 시점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굉장히 많은 것들을 더 보고 고려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본 지표에 의거하면 기업 A는 어떠한 관점에서 보아도 기업 B와 C의 경제성을 이기지 못합니다. 창출하는 이익 대비 훨씬 많은 자본을 투입해야 하며 그럼에도 성장률마저 뒤처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B와 C는 더욱이 적은 자본을 필요로 하는 만큼 보다 많은 현금을 주주환원 정책에 투입할 여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익 자체의 성장은 물론 자사주 매입을 통한 EPS의 성장까지 동시에 이뤄낸다면 미래에 주가가 보다 큰 폭으로 상승할 확률을 갖고 있습니다. 이익 자체의 성장은 기업 A가 B와 C보다 추후에는 더 크게 성장할 수도 있지만 자사주 매입을 통한 EPS의 증대는 기업 A에게서는 기대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심지어 자사주 매입은 사업의 성공보다는 훨씬 예측이 쉽습니다. 

이제 다음 게시물에서 마지막으로 기업 D를 다룬 뒤에 지금껏 살펴본 모든 기업들을 상호 비교하도록 하겠습니다. 각 기업을 이렇게 상호 비교하는 것이 버핏과 멍거의 투자법의 기본입니다. 이를 두고 멍거는 "기회비용"의 관점이라고 지속적으로 언급하였습니다.

 

 

 

숫자만으로 알아보는 삼성전자와 미국 빅 테크의 경제성 차이: 애플, 구글, 메타와의 비교 (최종)

해당 시리즈의 마지막 게시글입니다. 해당 시리즈를 처음 접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첫 게시물부터 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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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D는 해당 포스팅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룬 자본적 지출 대비 이익 창출력에 있어서는 가히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업 D는 지난 11년 동안 총 1,216억 달러를 자본적 지출에 투입했고 이는 고작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의 16.3%에 불과합니다. 다시 말해 투자한 현금 대비 6.12배를 벌어들였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투자한 현금 대비 2.81배를 벌어들인 기업 B와 비교해도 압도적이며 각각 투자 현금 대비 2.25배, 1.67배를 벌어들인 기업 C, A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일 정도입니다. 누누이 강조 드렸지만 이렇게 사업에 필요한 자본이 적을수록 인플레이션에 강한 특징을 가지게 됩니다. 

한 가지 눈여겨볼 만한 점은 21년도 이전에는 15년도의 최대 영업이익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16년도에는 15년도와 비교해 모든 지표가 유의미하게 역성장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여전히 엄청난 현금을 창출하는 기업이었지만 성장은 정체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21년도에 큰 반전을 만들어냈고 21년도 한 해에만 전년대비 매출은 33%, 영업이익은 64% 성장하면서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라는 것을 증명해냈습니다. 

10년 단위로 보면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률은 각각 연평균 12.4%와 12.9%로 준수한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이미 11 년 전에도 연 수십조 원을 벌어들이는 기업이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는 실로 놀라운 성장입니다. 이는 기업 B, C보다는 못하지만 기업 A보다는 높은 성장률입니다. 향후 기업 D가 얼마만큼 더 성장할 수 있을지 개인적으로 매우 기대가 되네요.

해당 사례는 버핏이 늘 강조하는 내용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입니다. 사업은 잘 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으며 이익을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나날이 성장하던 기업의 매출과 이익이 15년도를 기점으로 고꾸라질 것을 누가 예상했을 수 있을 것이며 그럼에도 이 거대한 기업이 21년도에 갑자기 더욱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것을 누가 확신할 수 있었겠습니까? 

 

재무상태표 상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부채비율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안정적이고 좋은 기업은 부채를 적게 쓴다는 기존의 통념을 뒤엎는 수치입니다. 심지어 21년도에는 450%가 넘는 부채비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종종 부채비율이 200%가 넘어가면 재무적으로 불안정하다는 등의 근거 없는 이야기가 언론 혹은 심지어 정부 기관 등에서 꽤나 자주 소개되고 있습니다. 기업 D는 이에 대한 완벽한 반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기업 D의 부채 비율이 이렇게 높아진 데는 우선적으로 자본의 크기가 크게 줄었다는 데 있습니다. 2017년 말에 1,340억 달러 수준이던 기업 D의 자기자본은 21년도 말에 630억 달러로 크게 줄어들어 반 이하가 된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수익성이 좋은 기업의 자본이 줄어들 수 있었을까요? 답은 바로 주주환원 정책에 있습니다. 기업 D는 2013년을 기점으로 연간 100억 달러가 넘는 배당을 지급함과 동시에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습니다. 9년 동안 기업 D는 무려 4,637억 달러를 자사주 매입에 사용했고 이는 삼성전자를 통째로 인수해도 한화로 200조 원이 남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이는 해당 기업의 EPS를 큰 폭으로 증가시켜 주가 상승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자본이 줄어드니 부채비율이 늘어날 수밖에 없던 것입니다. ​

또한, 상대적으로 부채가 많기에 부담하는 이자 비용의 규모가 클 것 같지만 막상 기업 D의 재무제표를 자세히 뜯어보면 안정성 높은 대규모의 채권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어 되려 순 이자소득을 얻고 있습니다. 이처럼 부채비율이 높다 한들 기업 D의 재무 안정성은 완벽한 수준입니다. 매년 엄청난 규모의 현금을 벌어들이는 와중에 잘 설계된 재무 정책으로 말미암아 보유하고 있는 현금과 유가증권으로 충분히 모든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기업 D는 재무 상태를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

그럼에도 이러한 높은 부채비율은 기업 D에게 레버리지 효과를 일으켜 높은 수준의 ROE와 순유형자산 이익률을 가능하게 해주었습니다. 주주들은 21년도 기준 147%라는 말도 안 되는 ROE의 이점을 향유했습니다. 기업 D는 여전히 이번 회계 연도(기업 D는 회계연도를 9월에 마감합니다)에만 벌써 500억 달러의 자사주를 매입했으며 이익은 작년보다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주주들의 EPS는 더욱이 늘어날 것이고 ROE는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기업 A는 삼성전자, B는 알파벳(구글), C는 메타 플랫폼(페이스북), D는 애플입니다. 본 글을 처음부터 따라오신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생각보다 삼성전자와 미국 빅 테크 기업의 격차가 상당히 크다는 것을 실감하셨을 것입니다. 비단 이익의 크기를 떠나서 각 사업이 갖고 있는 고유의 경제성으로 말미암아 가장 많은 재투자가 필요하며 재투자 한 단위에 대한 효율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빅 테크 기업들은 남는 현금을 이용해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 가치 제고에도 큰 힘을 쏟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사업 고유의 경제성을 뛰어넘는 성과를 장기적으로 만들어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리고 애플과 다른 기업들과의 격차는 이보다 크다는 것에도 많이 놀라신 분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애플은 사업의 규모 대비 압도적으로 적은 자본이 필요하면서도 가장 많은 현금을 매년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통한 주주 환원 정책의 규모 역시 압도적입니다. 이는 기업의 순이익 자체는 증가시키지 못하지만 EPS를 증가시켜 필히 주식의 가치를 크게 상승시킬 것입니다. (물론, 사업이 크게 역성장 한다면 다른 얘기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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