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4. 제5선을 닦고서 그들은 광과천에 태어난다.
인식에 대한 탐욕이 빛바램을 닦고서 무상유정천에 태어난다.
불환자는 정거천에 태어난다.
1. 제5선을 닦고서: 4선천이 층으로 나누어지는 원칙은 앞의 세 천이 나누어지는 원칙과는 다르다. 이 천상에서는 모든 범부들과 예류자들과 일래자들이 제5선을 조금 닦거나 중간 정도로 닦거나 수승하게 닦거나 모두 광과천에 태어난다. 어떤 범부들은 마음과 인식이 모든 괴로움의 근원이라 여기고 인식에 대한 탐욕을 제거하고(saññā-virāga) 제5선을 닦는다. 그들의 제5선의 마음이 인식을 없애버리려는 의도로 가득 배어있기 때문에 그들은 무상유정천에 태어난다. 그들은 그곳에 단지 생명이 있는 육체만을 가지고 태어나서 머물다가 그 수명이 다하면 다시 다른 곳으로 재생하게 된다.
2. 불환자는 정거천에 태어난다: 다섯 가지 정거천에 태어나는 것은 그들의 아주 우세한 정신적인 기능[오근]에 의해서 결정된다. 믿음(saddhā)을 탁월한 기능으로 가진 불환자는 무번천(avihā)에 태어나고, 정진(viriya)이 탁월한 불환자는 무열천(atappā)에, 마음챙김(sati)이 탁월한 불환자는 선현천(sudassā)에, 삼매(samādhi)가 탁월한 불환자는 선견천(sudassī)에, 통찰지(paññā)가 탁월한 불환자는 색구경천(akaniṭṭhā)에 태어난다. 비록 불환자들만이 이 정거천에 태어나지만 모든 불환자가 여기에 태어나는 정해진 법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정거천은 제5선에 든 불환자들만이 태어나는 것으로 간주하면 되겠다. 낮은 선의 경지와 무색계선에 든 불환자는 각각 그 선의 경지에 상응하는 색계와 무색계에 태어날 것이다. 그러나 모든 불환자는 욕계에는 태어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욕계로 재생을 하게 하는 감각적 쾌락에 대한 갈망(kāma-rāga)이 모두 제거되어버렸기 때문이다.
- 대림스님·각묵스님 옮김, 『아비담마 길라잡이』 제1권 pp.524~525, 초기불전연구원(2021)
광과천은 4선을 닦은 수행자들의 일반적인 결과이며, 이곳엔 범부, 예류자, 일래자가 재생한다. 무상유정천Asañña-satta에는 오직 범부만 재생하며, 성자는 태어나지 않는다. "인식(마음)이 괴로움의 원인이다"는 관점은 잘못된 견해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외도 수행자들의 막다른 골목이다. 성자ariya는 오온(물질+마음)의 무상함을 꿰뚫어 본 지혜가 있는 분들이다. 그들은 단순히 마음을 기절시키듯 없애버리는 것이 해탈이 아님을 안다. 그리고 그것이 바른 길이 아님을 알기 때문에 결코 무상유정천에 태어날 업을 짓지 않게 된다. 따라서 이곳은 오직 그러한 견해를 가진 외도 범부들만 태어나서, 정해진 수명(500 대겁) 동안 마치 동상처럼 몸만 있는 상태로 지내게 된다.
색계 4선은 고도로 발달된 집중력이다. 아산냐삿타에 재생하는 외도 수행자들은 이 엄청난 집중력을 잘못된 목표에 쓴다. 그들은 명상 중에 일어나는 미세한 인식saññā 조차 괴로움으로 느끼기 때문에 "마음(인식)이 있으니까 괴롭다. 마음을 아예 없애버리는 것이 해탈이다"라고 결론 내렸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비유하자면 "머리가 아프니(두통), 머리를 잘라버리자"라고 생각한 것과 같다. 반면에 여기서 부처님이 제시하시는 초기불교의 정답은 두통의 '원인(=집착)'을 치료하는 것이다. 이렇게 잘못된 견해를 가진 결과, 높은 삼매 수준의 외도 수행자들은 500 대겁 동안의 멍 때리기를 하게 된다. 인식을 없애겠다는 의도를 가진 강력한 염원·선정의 힘으로 아산냐삿타에 태어나는 것이다.
그 긴 시간 동안 지혜를 닦거나 깨달음을 얻는 과정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이곳은 오히려 불행한 곳으로 볼 수 있겠다. 부처님이 세상에 오셔서 법을 설해도, 마음이 없으니 들을 수도 깨달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명이 다하면 눌러놨던 번뇌가 다시 작동하여, 과거의 업에 따라 다시 욕계(인간, 동물, 지옥 등)로 떨어질 수 있다. 그들은 4선정이라는 엄청난 추진력을 갖추었지만, 목적지 설정을 잘못한 네비게이션을 켠 셈이다. 그래서 아주 빠르게, 아주 먼 곳(무상유정천)까지 갔지만, 결국 막다른 골목에 갇히게 되었다.
불환자들과 아라한들이 머무는 청정한suddha 거주처vāsa인 정거천suddhāvāsa 다섯 천상의 어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맥락들이 보인다.
- Avihā
- 믿음saddhā이 탁월한 아나함들이 태어난다는 아위하는 한자로는 번뇌가 없다는 뜻의 무번(無煩)으로 번역되었지만, 빨리어 원어의 뉘앙스는 '떨어지지 않는'에 가깝다. 자기 번영(성취)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빠알리어 원어를 고려한다면 한자어 '무번'은 그 의미가 잘 와닿진 않는다.
- 참고로 불환과를 얻어 숫다와사에 태어난 이들은 다시는 그보다 더 낮은 세상에 태어나지 않고 정거천에서 아라한이 되어 열반에 들게 된다.
- Atappā
- a- + √tap(타오르다) → 열기가 없는 곳 → 번뇌의 뜨거움이 없는 곳, 괴롭힘이 없는 곳 = 무열(無熱)
- Sudassā
- su- + dassa(√dṛś 보다 → 보이는) → 보기에 아름다운, 잘 보이는 = 선현(善現 - 나타날 현)
- 마음챙김이 잘 확립되어 우세한 자들은 태도와 행동이 신중하고 우아하며 단정해진다. 마음챙김이 없으면 행동이 허둥대거나, 거칠거나, 산만해진다. 내면의 사띠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dassa까지 아름답게 만든다.
- 마음챙김은 위의(= 위엄 있는 거동 → 일상 행동 속에서 단정하고 예법에 맞는 행동거지)를 아름답게 만든다. 초기불전에서 사띠가 잘 확립된 수행자의 모습은 항상 pāsādika(보기 좋은, 호감을 주는, 믿음이 가는 인상의)로 묘사된다. 이것은 단순히 예쁘다기보다는 '마음을 맑게 하고 믿음·호감을 일으키는 느낌', 즉 신뢰감 있고 단정한 뉘앙스의 단어다.
- Sudassā가 '보기 좋음/잘 보임(대상 측)'의 느낌이라면, Sudassī는 ‘보는 능력이 뛰어남(주체 측)’ 느낌이 더 강하다. 선견천Sudassī은 삼매samādhi와 짝을 이룬다. 삼매는 마음이 대상에 집중하여 움직이지 않는 것이므로, 대상을 뚫어지게 ‘잘 보는(Seeing)’ 능력과 연결된다. 반면 선현천Sudassā은 마음챙김sati과 짝을 이룬다. 마음챙김은 나 자신을 객관화하여 알아차리는 기능이므로, 이것이 완성되면 객관적인 나의 모습이 ‘잘 보이는(Seen)’ 상태, 즉 아름다운 대상이 될 것이다.
- Sudassī
- su- + dassī(보는 자) → 잘 보는, 탁월하게 보는 = 선견(善見)
- 삼매가 깊으면 대상을 왜곡 없이 있는 그대로 잘 보게(善見) 된다. 선현천이 '남이 나를 볼 때 아름다운 것(객관)'이라면, 선견천은 '내가 세상을 볼 때 명확한 것(주관)'이라는 차이가 있다.
- Akaniṭṭhā
- a-(부정) + kaniṭṭhā(가장 작은, 가장 어린) → 가장 작지 않은 곳 = 가장 큰 곳, 최상의 곳(이중부정)
- 색구경천의 구경究竟은 '더 이상 나아갈 데가 없는 최고의 경지'를 의미한다. 말 그대로 akaniṭṭhā는 물질적인 세계(색계)의 가장 꼭대기에 위치하며, 더 이상 위가 없는 최상의 경지다. 이 위로는 물질이 없는 무색계이므로, 형상(물질)을 가진 세계로서는 여기가 최고점(Top)이다.
- 구(究): 연구할 구, 다할 구. (깊이 파고들다, 끝까지 가다)
- 경(竟): 마침내 경, 다할 경. (끝나다, 국경, 경계)
32. 무색계 유익한 업을 닦고서 그들은 그에 대응하는 무색계 [천상]에 태어난다.
다시 말하면 공무변처를 닦은 사람이 죽을 때에 방일하지 않고 다른 장애에 끄달리지 않으면 공무변처의 천상에 태어난다. 같은 방법으로, 다른 무색계의 경지도 마찬가지이다. 색계의 마음처럼 무색계의 유익한 마음은 각각 그에 상응하는 과보의 마음만을 일으킬 수 있으며 그것은 단지 그 각각의 마음들이 속하는 무색계 천상에서 재생연결식과 바왕가와 죽음의 마음의 역할만을 한다.
- 대림스님·각묵스님 옮김, 『아비담마 길라잡이』 제1권 pp.525~526, 초기불전연구원(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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