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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반/초기불교

부처님을 왜 ‘법의 주인’이라고 부를까?

by Rihan 2023.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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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이 세상에 없을 때도 법은 언제나 그대로 존재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부처님을 '법의 주인'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부처님이 법을 가르쳐주지 않으면 우리가 법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모르면 법이 없는 것과 같아진다.

 

마치 우 실라 사야도의 법문 중 삼보는 우리 마음속에 있으며,

삼보를 잊고 있다면 아무리 부처님 법이 책이나 온라인 자료 속에 있다 하더라도 삼보가 없는 것과 같다는 말씀과 그 궤가 비슷하다.

 

 

2.

부처님의 출현은 매우 어렵고, 그 부처님의 가르침과 만나기도 어렵다.

아래는 다섯 가지 어려움에 관한 인용글이다.

 

세상에는 다섯 가지 어려운 일이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부처님 한 분이 이 세상에 출현하는 것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
삼보와 업에 대해 신심을 가지는 것
출가하는 것
정법을 듣는 것입니다.

우선 정등각자 부처님 한 분이 이 세상에 출현하는 것이 어려운 모습을 살펴봅시다.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부처님의 신통 등을 보게 된 것을 계기로 정등각자 부처님이 되려고 발원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들이 모두 정등각자 부처님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수기를 받을 만한 공덕을 갖추어야 보살이 되고, 보살이 되더라도 매우 오랜 세월 동안 열 가지 바라밀을, 세 가지 단계로, 네 가지 실천으로 성취해야 정등각자 부처님이 될 수 있습니다. 정등각자 부처님이 되기 위해 보살이 실천하는 바라밀은 그 어떤 것으로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열 가지 바라밀은 보시, 지계, 출리, 지혜, 정진, 인욕, 진실, 결정, 자애, 평정바라밀의 열 가지이다.

세 가지 단계는 기본, 중간, 최상바라밀의 세 가지이다.

 

기본 바라밀은 외부의 재산 정도를 버리면서 실천하는 것이다.

중간 바라밀은 자신의 신체 일부를 버리면서 실천하는 것이다.

최상 바라밀은 목숨을 버리면서 실천하는 것이다.

 

네 가지 실천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든 바라밀을 실천해야 한다. 세 가지 단계의 열 가지 바라밀, 30바라밀을 의미한다.

둘째, 한 생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실천해야 한다. 인간으로 태어나든 축생으로 태어나든 마찬가지이다.

셋째, 오랜 세월 동안 실천해야 한다. 지혜 보살은 4아승기 대겁과 10만 대겁, 신심 보살은 8아승기 대겁과 10만 대겁, 정진 보살은 16아승기 대겁과 10만 대겁 동안 실천한다.

넷째, 지극정성으로 실천해야 한다.

 

이 실천의 원동력은 중생들에 대한 대연민심이라고 한다.

 

고따마 부처님이 전생에 보살이었을 때 성취하신 바라밀의 양과 같은 기간 동안 무한한 우주의 무한한 다른 존재들이 쌓은 바라밀의 양을 비교한다면 보살 한 분이 성취한 바라밀의 백 분의 일, 천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이처럼 정등각자 부처님이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정등각자가 확실히 되리라는 수기를 받은 보살조차 되기 어렵습니다. 수기를 받을 수 있는 여덟 조건을 빠짐없이 갖추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수기를 받을 수 있는 여덟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람이어야 한다. 천신 등은 수기를 받을 수 없다.

둘째, 남자여야 한다. 여성, 중성, 양성인 사람 등은 수기를 받을 수 없다.

셋째, 원인을 갖추어야 한다. 바로 그 생에서 바라기만 하면 아라한과를 증득할 수 있을 정도로 특별한 선업의 원인을 구족해야 한다.

넷째, 현존하시는 부처님의 면전이어야 한다. 부처님이 아니면 그 사람이 바라밀을 성취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여 결정할 수 없다.

다섯째, 업과 업의 결과에 대한 바른 견해를 가진 출가자나 비구여야 한다. 정득각은 출가자가 성취할 수 있으며 재가자는 성취할 수 없다.

여섯째, 여덟 가지 선정을 증득하고 다섯 가지 신통을 갖추어야 한다.

일곱째, 부처님께 목숨을 보시할 정도의 수승한(adhikāra) 선업을 행해야 한다.

여덟째, 정등각자 부처님이 되기를 바라는 강렬한 바람, 노력, 불굴의 정진, 구함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수기를 받아 보살이 되는 것은 그만두고라도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사람으로 태어나기 어려운 모습은 맹귀우목의 비유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100년 만에 한 번씩 물 위로 올라오는 눈먼 거북이가 넓은 바다에 떠다니는 널빤지에 뚫린 자기 머리 크기의 구멍 속으로 목을 내미는 것보다 악처에 떨어진 뒤 다시 인간의 몸을 받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합니다.

또한 손톱 위에 올려진 흙의 양이 온 세상의 흙의 양보다 매우 적은 것처럼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중생들은 매우 적고 사람 아닌 다른 곳에 태어나는 중생들이 매우 많다고 설하셨습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사실을 숙고해 본다면 한 분의 부처님께서 출현하기가 얼마나 여려운지 알 수가 있습니다. 한 분의 부처님께서 출현하기가 그렇게 어렵기 때문에 어떤 한 존재가 그러한 부처님과 만나는 것, 그 가르침과 만나는 것도 매우 어렵습니다.

- 일창스님 지음, '부처님을 만나다' 83-85쪽, 이솔출판(2012)

 

 

3.

부처님이 출현하지 않으셨을 때의 삶은 스스로 선업을 실천하기도 어렵다.

견해가 바로잡히지 않으면 선·불선을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다음은 선업을 실천하기 힘든 여덟 가지 적당하지 않은 순간, 팔난(akkhaṇa)에 대한 인용글이다.

 

지옥에서의 삶,
축생으로서의 삶,
아귀로서의 삶,
무상유정천에서의 삶,
변방에서의 삶, 
사견을 지닌 자로서의 삶,
[태어날 때부터] 불구자로서의 삶,
부처님이 출현하지 않을 때의 삶

이러한 여덟 가지 불행한 상태를 말합니다.

첫째, 지옥에 태어나면 매우 심한 고통을 계속해서 받기 때문에 선업을 행할 기회가 없습니다.

둘째, 축생으로 태어나면 바르고 선한 법을 인식으로조차 알지 못하고 계속해서 두려움에 떨며 목숨을 유지하기 때문에 역시 선업을 행할 기회가 없습니다.

셋째, 아귀로 태어나면 항상 굶주림과 갈증, 뜨거움 등으로 고통받기 때문에 역시 선업을 행할 기회가 없습니다.

넷째, 무상유정천은 물질만 있고 정신이 없기 때문에, 또 법문을 들을 수 있는 귀 감성물질이 없기 때문에 선업을 실천할 수 없습니다.

다섯째, 변방에서는 부처님뿐 아니라 비구나 비구니 등을 쉽게 접할 수 없습니다. 주로 지혜가 부족한 이들이 살며 설령 지혜롭다 하더라도 법을 들을 기회가 없기 때문에 그곳에서의 삶은 불행합니다.

여섯째, 사견을 지닌 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들을 수 있는 곳에 산다 하더라도, 부처님께서 출현하여 법을 우뢰처럼 설하시더라도 그 가르침을 들으려 하지 않고 실천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불행한 삶을 삽니다.

일곱째, 감각기관이 불구인 존재들은 부처님이나 성자들을 보지 못하고 그 가르침을 듣지 못하며, 또한 태어날 때 탐욕없음, 성냄없음, 어리석음없음 이라는 세 가지 원인을 갖추지 못해 법을 제대로 실천할 수 없기 때문에 불행한 삶을 삽니다.

마지막으로 여덟째, 비록 사람으로 태어나서 정상적인 감각기관을 갖추고 바른 견해를 가졌더라도 부처님께서 출현하시지 않으면 그 때의 삶은 불행합니다. 부처님께서 출현하시지 않으면 부처님의 가르침이 없고, 부처님의 가르침이 없으면 윤회에서 벗어나게 하는 지혜의 실천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팔난에서 벗어나 부처님께서 출현하신 좋은 시기를 '부처님 출현 아홉 번째 시기'라고 합니다. 이 시기에 감각기능을 온전히 갖추고 사람으로 태어나 정견을 갖추었다면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실천할 수 있고 수행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바로 그러한 행운을 거머쥔 사람들입니다. 그야말로 얻기 힘든 매우 소중한 기회를 가졌으니 이 좋은 기회를 놓치고 나서 후회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출현하시고 그 가르침을 만난 이 좋은 시기를 절대로 놓치지 않으리라. 만약 이 좋은 기회를 놓쳐버린다면 나는 사악처의 먹이가 되어 오랜 세월 동안 고통을 받을 것이다'라고 깊이 숙고해서 그렇게 좋은 기회를 보람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지계·삼매·지혜라는 세 가지 가르침을 아라한과에 이를 때까지 쉬지 않고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 일창스님 지음, '부처님을 만나다' 85-87쪽, 이솔출판(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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