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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과보를 주는 순서에 따라(pāka-dāna-pariyāyena)
과보를 주는 순서에 따라 네 가지 업이 있으니
(1) 무거운(garuka) 업
(2) [임종에] 다다라(āsanna) [지은] 업
(3) 습관적인(āciṇṇa) 업
(4) 이미 지은(kaṭattā) 업이다.
...여기서 pāka는 √pac(to cook)에서 파생된 남성명사로 '익음'을 뜻한다. 이것은 과, 보, 과보, 이숙 등으로 옮긴 vipāka(vi+√pac)와 같은 어근을 가진다. dāna는 √dā(to give)에서 파생된 중성명사로서 '보시'의 뜻으로 정착된 단어이다. 여기서는 문자적인 뜻 그대로 '주는 것'을 나타낸다. 그래서 이 둘을 합한 pāka-dāna를 '과보를 주는'으로 옮겼다. '순서'로 옮긴 pariyāya는 pari(둘레에, 원만히)+√i(to go)에서 파생된 남성명사로 '순서, 방법, 방편'을 뜻하는 말이며 중국에서는 차제, 차별, 방편 등으로 정착된 용어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dhamma-pariyāya라고 하며 중국에서는 법문 등으로 옮겼다.
이 세 단어가 합성되어 여기서는 '[업을] 익게 하는 순서'라는 의미를 나타낸다. 이제 저자는 업을 그 과보가 나타나는 순서에 따라 네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수없이 많은 업 가운데서 '다음 생의 재생연결식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순서'에 따라 넷으로 나눈 것이다.
여기서 '과보'는 재생연결식의 과보를 의미한다.
그리고 '순서'는 재생연결을 결정하는 순서를 의미한다.
무거운 업부터 이미 지은 업까지 네 가지 업 중 하나의 업이 재생연결식을 결정한다.
이 '하나의 업'이 딱 드러나는 곳이 삶의 맨 마지막 자와나 과정 5번이다.
업에 대해서 배우는 불자들이 마음 속 깊이 새겨야 하는 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좋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쁜 과보에 반응하면 스스로에게 좋지 않다. 어떤 일이 있어도 선업을 지으려 노력해야 한다. 이는 부처님도 대신해줄 수 없다.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믿음으로 선업을 더욱 증장시키려 노력해야 한다.
1. 무거운(garuka) 업: ...garuka는 '무거운'을 뜻하는 형용사 garu에다 '-ka' 어미가 붙은 단어로 뜻에는 변화가 없다. 여기서 말하는 '무거운 업'이란 그 힘이 너무나 강하기 때문에 다른 어떤 업도 이것을 없애고 재생연결식이 될 수 없는 업을 말한다.
(1) 해로운 측면에서 보면 ⓐ 다섯 가지 무간업(pañca-anantariya-kamma)과 ⓑ 어떤 도덕적인 기준도 다 부정해버리는 아주 삿된 견해(niyatamicchādiṭṭhi)가 무거운 업이고
(2) 유익한 측면에서 보면 선의 경지들을 증득하는 것, 즉 고귀한 업(mahaggatakamma)이 무거운 업이다.(VṬ.170, PdṬ.213 등)
유익한 무거운 업, 즉 '극선업'은 2가지로 볼 수 있다.
1) 깨닫는 것(= 열반을 실현하는 것, 열반 대상을 보는 것), 2) 본삼매를 체험하는 것이다.
극선업을 지은 자는 악처에 떨어지지 않는다.
성자는 윤회하는 내내 악처에 태어나지 않는다.
(1) 해로운 무거운 업 가운데 ⓐ 다섯 가지 무간업은 빠알리어로는 아난따리야 깜마(ānantariya-kamma)인데 ānantariya는 '가운데, 사이, 틈' 등을 뜻하는 antara에다 부정접두어 'an-'을 첨가하여 anantara가 되고 이것의 곡용형을 취해서 ānantariya가 되었다. 문자적인 뜻 그대로 '틈이 없는'을 의미하며 중국에서는 무간으로 직역하였다.
다섯 가지 무간업(오무간업)은 ① 아버지를 살해하는 것 ② 어머니를 살해하는 것 ③ 아라한을 살해하는 것 ④ 나쁜 마음으로 부처님 몸에 피를 내는 것 ⑤ 승가를 분열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죄업을 지으면 무간지옥에 떨어진다고 해서 무간업이라 부르는 것이다.
먼저 선의 경지를 얻고 나중에 무간업을 지으면 선정의 힘은 무간업의 힘 때문에 상실되고 지옥에 떨어지게 된다. 데와닷따는 먼저 신통을 얻었지만 부처님 몸에 피를 내게 하고 승가를 분열시켰기 때문에 지옥에 떨어졌다. 먼저 무간업을 지은 자는 나중에 고귀한 색계나 무색계와 출세간의 경지를 얻을 수 없다. 아자따삿뚜는 부처님으로부터 『디가 니까야』 제1권 「사문과경」 (D2)을 듣고 예류과를 증득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지만 아버지를 살해한 뒤 왕이 된 무간업 때문에 도와 과를 얻을 수 없었다. 이렇게 오무간업은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큰 장애인 것이다.
ⓑ 어떤 도덕적인 기준도 다 부정해버리는 아주 삿된 견해(niyata-micchādiṭṭhi)에 대해서는 §22의 해설 마지막 부분에 언급하고 있는 세 가지 그릇된 견해(micchā-diṭṭhi)를 참조하기 바란다.
(2) 한편 선업의 측면에서 보면 선의 마음은 무거운 업이다. 그러므로 선정의 힘은 웬만한 악업을 지었더라도 내생에 선처에 태어나게 하는 아주 무거운 업이 된다. 이런 측면에서도 선을 닦는 것은 자신을 향상시키는 아주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그래서 불자들은 선정을 닦기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본삼매를 닦으면 악도에 떨어지지 않는다.
2. [임종에] 다다라(āsanna) [지은] 업: ...āsanna는 ā(주위에)+√sad(to sit)의 과거분사형으로 '이 가까이에 앉은'이라는 문자적인 의미에서 '가까운'을 뜻하는 형용사로 쓰인다. 본서에서 āsanna는 '죽음에 직면한, 임종에 다다른'의 의미로 사용된다.
여기서 '임종에 다다라 지은 업'이란 임종에 임박해서 지은 업⁴⁰¹⁾, 구체적으로 말하면 금생의 마지막 자와나(속행)의 과정이 일어나기 바로 직전에 지은 강한 업을 뜻한다. 나쁜 성질을 가진 사람이 죽기 직전에 그가 지은 선행을 생각하거나 죽기 직전에 선업을 지으면 좋은 생을 받게 된다. 착한 사람이 만일 죽기 직전에 그가 지은 악업을 생각하거나 죽기 직전에 악업을 지으면 불행한 곳에 태어날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상좌부 불교 국가에서는 죽어가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가 지은 선업을 기억해 내도록 유도하고 마지막 순간에 좋은 생각을 일으키도록 힘을 다해서 도와주고 있다.
⁴⁰¹⁾ 복주서들은 "임종 시에 기억한 것이나 그때 지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VṬ.169; PdṬ.214)
대승불교에서 나무아미타불을 외우면 극락왕생한다고 믿는 것과 같다.
임종을 맞이할 때 그 자세가 중요하다. 선업을 상기하고 좋은 마음을 가지는 것이 좋다.
위에서 말한 무거운 업을 일생 동안에 짓지 않은 사람이 임종에 다다라서 강한 업을 지으면 이것이 일반적으로 재생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이것은 물론 그 사람이 일생 동안 지은 선업이나 악업에서부터 벗어날 수도 있음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런 업들도 조건을 만나면 그들의 과보를 나타낼 것이다. 한편 『청정도론』에서는 습관적인 업을 [임종에] 다다라 지은 업보다 위에 두고 있다.
3. 습관적인(āciṇṇa) 업: ...āciṇṇa는 ā(주위에)+√car(to move) 혹은 √ci(to gather)의 과거분사로 간주하는데 '행한, 닦은, 축적한'의 뜻으로도 쓰이며 업과 관계된 뜻으로는 '습관적으로 계속해서 빠져든'의 뜻으로 설명한다. 즉 습관적으로 반복해서 지어온 선업이나 악업이라는 의미이다. 무거운 업이나 임종에 다다라 지은 강한 업이 없으면 이 습관적인 업이 재생연결식을 내는 역할을 하게 된다.
4. 이미 지은(kaṭattā) 업: ...kaṭattā는 kaṭa(√kṛ, to do의 과거분사)에 추상명사형 어미 '-tta(-tva)'를 붙여 이루어진 단어로 문자적인 의미 그대로 '이미 행하여졌음'을 뜻한다. 그리고 여기서는 탈격(Ablative)으로 쓰여서 '이미 행하여졌기 때문에'라는 뜻이 된다. 위 세 가지에 속하지 않은 나머지 업들이 이 영역에 속한다. 이 업도 역시 재생연결을 결정하는 힘은 충분히 지니고 있다. 위의 세 가지 업이 없으면 이미 지은 업이 재생연결 시에 그 기능을 발휘한다.
『청정도론』 에는 업의 성숙하는 순서에 따른 설명이 다음과 같이 나타나 있다.
[청정도론 XIX]: "15. 다른 네 가지 업이 있다. 무거운 업, 습관적인 업, [임종에] 다다라 지은 업, 이미 지은 업이다.
① 유익한 것이든 해로운 것이든 무겁거나 가벼운 업 중에서 어머니를 살해하는 등의 업이나 혹은 고귀한 경지(즉 선의 증득)의 업이 무거운(garuka) 업이고, 이것이 먼저 과보를 준다.
② 그와 마찬가지로 습관적인 것과 습관적이지 않은 것 중에서 좋은 행위든 나쁜 행위든 습관적인(bahula) 것이 먼저 과보를 준다.
③ [임종에] 다다라 지은(āsanna) 업이란 임종 시에 기억나는 업이다. 임종에 가까운 사람이 그 업을 기억할 수 있다. 그것에 따라 태어난다.
④ 이 셋에 포함되어있지 않고 자주 반복하여 지었기 때문에 이미 지은(kaṭatta) 업이라 한다. 앞의 세 가지 업이 없을 때 이것이 재생연결을 일으킨다."
인용 출처: 대림스님·각묵스님 옮김, '아비담마 길라잡이 제1권', 초기불전연구원(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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