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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반/아비담마

“악처의 중생은 고통스럽기 때문에, 천신들은 너무 즐겁기 때문에 무상·고·무아라는 법의 보편적 특징을 보기 어렵다.” (아비담마 길라잡이 5장)

by Rihan 2023.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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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욕계 선처의 세상(kāma-sugati-bhūmi)

욕계 선처의 세상은 일곱 가지로서 (1) 인간 (2) 사대왕천 (3) 삼십삼천(제석천) (4) 야마천 (5) 도솔천 (6) 화락천 (7) 타화자재천이다. [4가지 악도를 포함한] 이 11가지는 욕계 세상이라 부른다.

 

'선처'로 옮긴 sugati는 앞의 apāya의 동의어로 설명했던 duggati의 반대되는 용어로서 su(좋은)+√gam(to go)에서 파생된 여성명사이다. 중국에서도 선처나 선취로 옮겼다. 본서의 저자는 이를 다시 욕계 선처와 색계 선처와 무색계 선처로 나누어 설명한다. 먼저 욕계의 선처부터 설명한다. 이 선처는 인간을 제외하면 모두가 천신(deva)들이다.

한편 '천신'으로 번역한 데와(deva)는 √div(to shine)에서 유래된 명사로 설명한다... 즉 '빛나는 존재'라는 뜻에서 신을 의미하며 인간보다 수승한 천상의 존재들을 말한다. 경에서는 천신의 무리라는 뜻으로 devā라는 복수 형태로 많이 나타나며 여성형 추상명사 어미인 '-tā'를 첨가해서 데와따(devatā)로도 아주 많이 나타나는데 뜻은 같다... 이미 니까야의 도처에서 부처님은 천인사, 즉 하늘과 인간의 스승(satthādevamanussānaṃ)으로 묘사되고 있듯이 신들은 불교에서 당연하고 아주 자연스러운 존재이다.

1. 인간(manussa): manussa는 '인간'을 뜻하며 산스끄리뜨 manuśa는 '마누(Manu)의 후손'이라는 의미이다. 인도신화에서는 마누를 최초의 인간이라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상좌부 불교의 주석서에서도 '마누의 후손이라고 해서 마눗사라 한다.'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마음이 탐·진·치와 불탐·부진·불치로 넘쳐흐르기 때문에 마눗사라 한다.'는 설명을 더 선호한다. 인간에게는 마음의 기능이 더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어떤 중생들보다도 유익함(선)과 해로움(불선)의 가치를 잘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라 하겠다. 다른 어느 존재들보다 선업을 지을 가능성도 많고 반대로 악업을 지을 가능성도 많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가 인간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부처님의 영역까지도 도달할 수 있으며 어머니를 살해하고 아버지를 살해하는 극악한 짓도 할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인간 세상에는 고통과 즐거움이 섞여있다. 그러나 고통이나 즐거움이 영원하지 않고 항상 덧없이 바뀌기 때문에 무상하고, 무상하기 때문에 괴로움이고, 그러므로 어느 것도 자아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는 이런 사실을 꿰뚫으면 거룩한 깨달음을 실현할 수 있는 세상이므로 선처에 포함된다.

 

4악처의 중생은 고통스럽거나 멍청하기 때문에 무상·고·무아라는 법의 보편적 특징을 깨닫지 못한다.

천신들은 반대로 감각적 쾌락으로 인해 너무 즐겁기 때문에, 영역에 나타나는 대상들이 모두 너무 아름답고 예쁘기 때문에 깨달음을 보기 어렵다.

 

2. 사대왕천(Cātu-mahārājikā): ...catu(4)+mahā(큰)+rāja(왕)의 곡용형을 취하여 '-ika' 어미를 붙여 만든 단어이다. 이 자체는 '신'을 뜻하는 devatā의 형용사로 보기도 하고 sugati(선처)의 형용사로 간주하기로 하여 여성형으로 표기하고 있다. '사대왕에 속하는 [세상]'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사대왕천으로 옮겼다.

이 세상은 인간보다 훨씬 긴 수명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보다 더 풍부한 감각적 쾌락이 있다고 한다. 사대왕천은 문자적인 뜻 그대로 네 가지 영역으로 구분된다. 이 넷은 동서남북의 네 방위와 일치한다. 동쪽의 천왕은 다따랏타인데 천상의 음악가들인 간답바들을 통치하고, 남쪽의 천왕은 위룰하까인데 숲이나 산이나 숨겨진 보물을 관리하는 꿈반다들을 통치하고, 서쪽의 위루빡카 천왕은 용들을 통치하며, 북쪽의 웻사와나 천왕은 약카(야차)들을 통치한다고 한다.

3. 삼십삼천(Tāvatiṃsā):  ...tayo(3)+tiṃsa(30)의 합성어로서 33을 나타내는 tavatiṃsa의 곡용형이며 '33에 속하는 [천신]'이라는 의미이다... 즉 이 신들은 33의 무리로 되어 있으며 이들의 우두머리가 인드라(Indra)라고 한다. 인드라는 삭까(Sakka)라고도 하며 중국에서는 제석 혹은 석제로 옮겼다. 그래서 삼십삼천은 제석천이라고도 부른다. 베다에서 이미 인드라는 크샤뜨리야의 신으로 자리매김이 되었다... 아그니(Agini, 불의 신)는 바라문 계급의 신이고 인드라는 크샤뜨리야의 신이고 하는 식으로 베딕 문헌에 나타난다.

베딕 문헌에서 신들은 자주 '인드라를 상수로 하는 신들'로 표현되어 나타난다. 이를 받아들여서 초기불교에서도 '신들의 왕'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인드라는 중국에서 천주로 옮기기도 하였다. 물론 불교에서는 이 신들을 삼십삼천이라는 한 세상에서 인드라를 상수로 하여 거주하는 신들로 이해하며 이들은 모두 감각적 쾌락을 즐기는 경지인 욕계의 신들로 간주한다...

4. 야마천(Yāmā): ...√yam(to restrain)에서 파생된 명사이다. 주석서는 야마천을 "천상의 행복을 얻어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에 야마라 한다."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경들에서는 여기서처럼 삼십삼천 바로 위의 욕계천상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분명히 할 점은 염라대왕의 야마(Yama)와 야마천의 야마(Yāma, 혹은 Suyāma)는 다르다. 야마(Yama)는 중국에서 염라로 음역한 존재로 염라왕(Yama-rāja) 혹은 우리에게 익숙한 염라대왕을 뜻하는 죽음의 신이다... 염라대왕이 주재하는 이 죽음의 세상(Yama-loka) 혹은 야마의 세상은 아귀계(petti-visaya)로 봐야 한다...

5. 도솔천(Tusitā): ...√tuṣ(to be content)에서 파생된 단어로 문자적인 뜻 그대로 '만족'을 뜻한다. 주석서에는 이 만족을 희열(pīti)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지족이라고 옮겼고 도솔 혹은 도솔천으로 음역하였다. 석가모니 부처님뿐만 아니라 위빳시(Vipassī) 부처님 등 모든 부처님들이 인간 세상에 태어나시기 전에 머무셨고 지금은 미륵(Metteyya) 보살이 거주하는 곳이라고 하며 우리에게 도솔천 내원궁으로 알려진 도솔천궁(Tusitapura)은 주석서 문헌의 여러 곳에 나타나고 있다...

6. 화락천(Nimmānarati): ...nimmāna는 nis(밖으로)+√mā(to measure)에서 파생된 중성명사로 '밖으로 재어서 [만들다]'라는 문자적인 뜻 그대로 '창조'를 뜻한다. rati는 √ram(to rejoice)에서 파생된 여성명사로 '좋아함, 사랑, 즐김'을 뜻한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화락천으로 직역을 했다. 여기서 화는 만든다, 창조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이 천상의 신들은 그들의 정신적인 힘으로 그들이 원하는 감각적 쾌락의 대상을 창조할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그것을 즐기는 신들이라고 한다.

7. 타화자재천(Para-nimmita-vasavatti): ...para(他, 다를 타)+nimmita(nimmāna의 과거분사)+vasa-vatti의 합성어이다... para-nimmita는 '남에 의해서 창조된'의 뜻이다. vasa는 √vaś(to control)에서 파생된 남성명사로 '통제, 제어, 지배'의 뜻이고 vatti는 √vṛt(to turn)에서 파생된 형용사로서 '행하는, 개입된'의 뜻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vasa-vatti는 '지배할 수 있는, 제어할 수 있는'의 뜻이다.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남에 의해서 창조된 것을 지배할 수 있는 [천신]'이라는 의미이다. 이 단어의 뜻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이곳에 거주하는 신들은 자기 스스로는 욕망의 대상을 창조하지 못하지만 시종들이 창조해주는 것을 지배하고 제어할 수 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타화자재천으로 직역했다.

사대왕천부터 타화자재천까지는 여섯 가지 욕계 천상, 즉 육욕천(cha kāmāvacarā)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인용 출처: 대림스님·각묵스님 옮김, '아비담마 길라잡이 제1권', 초기불전연구원(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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