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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반/아비담마

“순서대로 준비, 근접, 수순, 종성으로 일어났다가 멸한다. 본삼매 속행과정으로 들어간다. 본삼매의 끝에 존재지속심으로 들어간다.” (아비담마 길라잡이 4장)

by Rihan 2023.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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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의문에서 본삼매 속행과정
Appanājavana-manodvāravīthi

본삼매로 옮긴 압빠나(appanā)는 √ṛ(to rush, to turn, to fix)의 사역동사인 appeti(Sk. arpayati)에서 파생된 여성명사로서 '[마음을 한 곳으로] 향하게 함, 고정시킴'을 일차적인 뜻으로 가진다. 『청정도론』의 정품(samādhi-kkhandha)에 따르면 여러 가지 명상주제(kammaṭṭhāna) 중의 하나에 집중하여 고정된 표상(nimitta)을 일으키게 하는 것을 거듭해서 닦으면 익힌 표상(uggaha-nimitta)이 생기고 이런 표상에 거듭 몰입함으로써 근접[삼매](upacāra)에 들게 되어 닮은 표상(paṭibhaga-nimitta)으로 발전되며 이를 보호하고 능숙함을 닦아 근접삼매는 이 본삼매(appanā)에 이른다고 한다.(Vis. IV.1~75) 그래서 이 appanā를 본삼매라고 옮긴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 본삼매(appanā)는 일으킨 생각(vitakka)이 크게 개발된 상태이다. 이 일으킨 생각이 함께 생긴 마음부수법들과 더불어 아주 깊게 대상에 몰입하여 이 모두가 그 대상에 몰입된 경지가 바로 본삼매인 것이다. 그래서 초선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마음부수법은 바로 이 일으킨 생각이다. 물론 초선을 넘어선 곳에서 위딱까는 존재하지 않지만 대상에 하나로 몰입하여 마음은 선의 경지에 들게 되므로 이 본삼매(appanā)라는 용어는 색계와 무색계와 출세간의 선에 이르기까지 모든 선정의 증득에 다 사용되는 것이다.

그리고 본삼매에서는 모두 속행(자와나)만이 일어난다. 속행의 끝에 그 본삼매에서 나올 때 존재지속심으로 가라앉게 된다. 그래서 본삼매 속행과정이라 이름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본삼매에서 일어나는 속행과정을 고찰해보자.

 

 

2.

§14. 본삼매 속행과정(appanā-javana-vīthi)

본삼매에서 [일어나는] 속행과정에는 대상이 선명하고 희미한 차이는 없다. 마찬가지로 여운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 [본삼매 속행과정의] 경우에 8가지 지혜와 결합된 욕계의 속행의 마음 중에서 어떤 하나가 순서대로 준비, 근접, 수순, 종성(고뜨라부)으로 네 번 혹은 세 번만 일어났다가 멸한다. 멸한 다음 곧바로 적절하게 네 번째나 혹은 다섯 번째에 고귀한 속행의 마음과 출세간의 속행의 마음을 합한 26가지 가운데 어떤 하나가 마음을 기울인 것에 따라 본삼매의 과정으로 들어간다. 그다음 본삼매의 끝에 존재지속심으로 들어간다.

 

1. 대상이 선명하고 희미한 차이는 없다: ...선정의 경지는 대상을 분명하게 파악했을 때 얻어지기 때문이다.

2. 이 [본삼매 속행과정의] 경우에 8가지 지혜와 연결된 욕계의 속행의 마음 중에서 어떤 하나가... 일어났다가: 수행자가 선이나 도나 과의 경지에 들려 할 때 먼저 의문전향이 일어난다. 그 다음 본삼매 속행과정의 바로 앞에서 아주 빠르게 일련의 욕계의 자와나의 마음들(준비, 근접, 수순, 종성의 마음들)이 일어나 마음은 욕계에서 본삼매로 나아간다. 범부나 유학의 경우 지혜와 함께한 네 가지 욕계의 유익한 마음 중의 하나가 이 속행(자와나)으로 일어나고 아라한의 경우에는 지혜와 함께한 욕계의 작용만 하는 마음 네 가지 중의 하나가 속행으로 일어난다.

 

따라서 재생연결식에서 지혜 없이 태어난 존재는 본삼매에 들 수 없고, 도나 과를 얻을 수도 없다.

불탐, 부진 뿐만 아니라 불치의 3가지 원인을 모두 지니고 태어나야 한다.

 

3. 순서대로 준비(parikamma), 근접(upacāra), 수순(anuloma), 종성(gotrabhū)으로...: 보통 정도의 기능들[根]을 갖춘 자들에게 이들 예비적인 자와나의 마음들이 네 번 일어난다. 이들은 각각 다른 예비적인 역할을 실행한다.

(1) 여기서 준비로 옮긴 parikamma는 pari(둘레로)+√kram(to stride)에서 파생된 중성명사로 '둘레로 나아감'이라는 문자적인 의미에서 '주위를 정돈함, 준비, 봉사, 시중들기' 등의 뜻으로 쓰인다. 이것은 본삼매를 증득하도록 다음의 정신적인 과정을 준비하기 때문에 준비라고 부른다.

 

보통 정도의 기능을 갖춘 자의 경우이다.

예리한 사람은 준비단계 마음 한 찰나가 없으므로 3번만 마음이 일어난다.

 

근접, 수순, 종성 이후 바로 본삼매로 들어간다.

 

(2) 그다음은 근접인데 upacāra는 upa(위로)+√car(to move)에서 파생된 남성명사로 '그 위에서 움직임'이라는 문자적인 의미에서 '다가감, 접근, 들어감, 입구' 등의 의미로 쓰인다. 이것은 본삼매에 가까이 간 경지이므로 근접[삼매]라 부른다.

(3) 수순이라 옮긴 anuloma는 몸의 털을 뜻하는 loma에다 '~를 따라서'를 뜻하는 접두어 'anu-'를 붙여서 만들어진 단어이다. 털들이 자연스럽게, 아래쪽으로 고르게 누워 있는 모양을 나타낸다. '자연적인 순서대로, 순리대로, 적당한' 등을 뜻하는 형용사이며 여기서는 중성명사로 쓰였다. 이것은 바로 본삼매에 들기 두 단계 전의 심찰나인데 뒤의 본삼매와 앞의 근접삼매 둘 모두에 수순하는 경지이다.

(4) 종성으로 옮기는 gotrabhū는 종족의 성을 뜻하는 gotra와 √bhū(to become)에서 파생된 bhū가 합성된 단어로서 문자적인 뜻 그대로 '성을 가지게 되는 경지'로서 근접삼매에서 본삼매로, 즉 욕계에서 색계로 들어가는 바로 그 순간의 심찰나를 나타내는 전문용어이다. 이런 의미에서 '계통을 바꾸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선의 증득의 경우에 이것은 욕계의 '혈통'에 속하는 마음들을 극복하고 드디어 고귀한(mahaggata) 마음의 혈통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종성(고뜨라부)이라는 이름을 얻고, 첫 번째 도의 경우(예류도) 이 순간에 범부(puthujjana)의 혈통에서 성자(ariya)의 혈통으로 바뀌기 때문에 고뜨라부라는 이름을 얻는다.

이렇게 그 경지가 바뀌는 찰나의 마음을 고뜨라부라는 재미있으면서도 옛 도인들의 직관이 배어있는 용어를 사용하여 나타낸다. 고뜨라부라는 말은 근접삼매(즉 욕계)로부터 본삼매(즉 색계)로 들어가거나, 범부에서 성자가 되는 것 등은 바로 우리의 성을 바꾸는 것과 같은 엄청난 일이며 이들의 경지에는 이처럼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시사해준다.(이들 용어에 대해서는 제9장 §34의 해설을 참조할 것.)

 

종성은 '족보를 바꾸는 마음', '상놈이 양반되는 마음'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2가지 종성이 있다.

 

1️⃣ 욕계 마음에서 색계 마음이 일어날 때

2️⃣ 범부가 성자가 될 때 (= 예류도가 일어날 때) → 범부의 마음에서 성자의 마음, 예류도 마음이 일어나기 직전

 

4. 멸한 다음 곧바로...: 종성(고뜨라부)의 마음의 바로 다음에 예리한 기능들[根]을 갖춘 자에게는 네 번째 자와나(속행)에서, 보통의 기능을 갖춘 자에게는 다섯 번째 자와나에서 본삼매에 속하는 첫 번째 자와나의 마음이 일어난다. 이것은 5가지 색계의 유익한 마음이나 작용만 하는 마음 가운데 하나이거나(10), 4가지 무색계의 유익한 마음이나 작용만 하는 마음 가운데 하나이거나(8), 4가지 도나 과의 마음 가운데 하나이다(8). 그래서 모두 26가지가 된다.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점은 본삼매 속행과정에서는 이들 각 찰나의 자와나(속행)들은 각각 다른 종류일 수 있고, 일어나는 곳(bhūmi)까지도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욕계의 한 인식과정에서 나타나는 일곱 개의 자와나들은 반드시 같은 종류의 자와나이다.

 

 

본삼매 속행과정의 특징은 속행과정에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오문인식과정과 제한된 속행과정에서 자와나가 최대 7번으로 제한되는 것과 달리, 본삼매 속행과정에서 자와나는 계속해서 일어난다.

 

그러나 처음 본삼매를 증득할 때는 표와 같이 1번으로 자와나가 제한되고, 그 다음 존재지속심으로 가라앉는다.

수행을 많이 할수록 이 본삼매 속행과정에서의 자와나의 개수를 늘려갈 수 있다.

 

능숙한 수행자의 경우 천 번, 만 번, 십만 번, 백만 번, 하루, 이틀 이렇게 본삼매 속행과정이 지속될 수 있다.

'하루 동안 삼매에 들어있다'는 것이 이런 것이다.

즉, 노력해서 수행의 정도에 따라 본삼매에서의 자와나 과정을 늘려갈 수 있다.

 

도와 과를 증득하는 속행과정에서 도의 마음은 한 찰나에만 일어난다.

 

5. 마음을 기울인 것에 따라(yatha-ābhinīhāra-vasena): 이 빠알리어는 yathā(마치)+abhinīhāra+vasena(~에 의해서)로 분석된다. 여기서 abhinīhāra는 abhi(~에 대하여)+ni(아래로)+√hṛ(to carry)에서 파생된 남성명사로 '아래로 향하여 옮김'이라는 문자적인 뜻에서 '행위, 노력, 결정' 등을 뜻한다. 여기서는 문자적인 뜻을 존중하여 '마음을 기울임'으로 번역하였다. Vasena는 vasa의 도구격으로서 단어의 뒤에 첨가되어 '~에 의해서, ~를 통해서, ~로써'의 의미를 나타낸다.

여기서 이 단어가 뜻하는 바는 본삼매의 속행에서 일어나는 마음들은 수행자가 그의 마음을 기울이는 방향에 조건 지어져 있다는 뜻이다. 만일 그가 초선을 증득하기를 원하면 그는 고요한 사마타(samatha)를 닦아서 그의 마음을 초선에 도달하도록 한다. 같은 방법으로 나머지 선의 경지에 도달하도록 한다. 만일 수행자가 도나 과를 증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그는 위빳사나(vipassanā)를 닦아서 그의 마음이 그런 경지에 도달하도록 한다. 이런 것을 자유자재함(vasibhāva, 혹은 vasitā)이라 한다.(여기에 대해서는 제9장 §18을 참조할 것)

6. 본삼매의 끝에: 본삼매의 끝에는 바로 바왕가(존재지속심)로 가라앉게 된다. 여운은 일어나지 않는다.

 

 

3.

§15. 본삼매에서의 상호관계

기쁨이 함께한 속행의 바로 다음에는 본삼매도 오직 기쁨이 함께한 것이 기대된다. 평온이 함께한 속행의 바로 다음에는 본삼매도 평온이 함께한 것이 일어난다.

그곳에서 유익한 속행 바로 다음에는 유익한 속행과 낮은 단계의 세 가지 과를 통해 본삼매에 든다. 작용만 하는 속행 바로 다음에는 작용만 하는 속행과 아라한과를 통해 본삼매에 든다.

 

이 문단의 목적은 본삼매에 들기 위한 준비단계의 인식과정에 나타난 마음들과 본삼매의 마음들의 상호관계에 대한 일반적인 원칙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여기서 일반적인 원칙을 서술하고 바로 다음의 §16에서 운문으로 자세한 적용을 드러내고 있다.

 

§16. 요약

기쁨이 함께한 유익한 마음 다음에는 32가지,
평온이 함께한 유익한 마음 다음에는 12가지,
기쁨이 함께한 작용만 하는 마음 다음에는 8가지,
평온이 함께한 작용만 하는 마음 다음에는 6가지 [본삼매 속행이] 일어난다.

범부와 유학의 경우 세 가지 원인을 가진 욕계의 유익한 마음 다음에 [본삼매 속행이] 일어나고
탐욕을 여읜 [아라한의 경우] 세 가지 원인을 가진 욕계의 작용만 하는 마음 다음에 [본삼매 속행이] 일어난다.

이것이 의문인식과정의 방법이다.

 

1. 기쁨이 함께한 유익한 마음 다음에는...: 기쁨이 함께하고 지혜와 결합된 2가지 유익한 마음이 본삼매에 들기 위한 준비단계의 역할들을 수행할 때 범부와 유학의 경우 다음 32가지 마음이 본삼매에서 속행으로 일어난다.

즉 초선에서 제4선까지의 고귀한 유익한 마음(이 4가지에는 기쁨이 있으므로),
초선부터 제4선까지의 경지에 있는 4가지 도의 마음과,
초선에서 제4선까지의 경지 가운데 아라한과를 제외한 3가지 과의 마음(4+16+12=32)이다.

2. 평온이 함께한 유익한 마음 다음에는...: 평온이 함께하고 지혜와 결합된 2가지 유익한 마음이 본삼매에 들기 위한 준비단계의 역할들을 수행할 때 이런 범부와 유학의 경우에는 다음의 12가지 마음이 본삼매에서 속행으로 일어난다.

즉 제5선과 무색계의 고귀한 유익한 마음,
제5선의 경지에 있는 4가지 도의 마음,
제5선의 경지에서 아라한을 제외한 3가지 과의 마음(5+4+3=12)이다.

3. 기쁨이 함께한 작용만 하는 마음 다음에는...: 기쁨이 함께하고 지혜와 결합된 2가지 단지 작용만 하는 마음 다음에는, 즉 이런 아라한의 경우에는 다음의 8가지 마음이 본삼매에서 속행으로 일어난다.

초선에서 제4선까지의 고귀한 작용만 하는 마음과
초선에서 제4선까지의 경지에 있는 아라한과의 마음(4+4=8)이다.

4. 평온이 함께한 작용만 하는 마음 다음에는...: 같이하여 평온이 함께하고 지혜와 결합된 2가지 작용만 하는 마음 다음에는, 즉 이런 아라한의 경우에는

제5선과 무색계의 고귀한 단지 작용만 하는 마음과,
제5선의 경지에 있는 아라한과의 마음의 6가지 마음(1+4+1=6)이 본삼매에서 일어난다.

5. 범부와 유학의 경우 세 가지 원인을 가진 욕계의...: 여기서 세 가지 원인을 가진 욕계의 유익한 마음(kāma-puñña-tihetu)이란 '예류와 일래와 불환의 도와 과를 얻을 원인을 가진'이라는 뜻으로 지혜와 결합된 4가지 욕계의 유익한 마음을 뜻하는 형용사이다. 이들 4가지 마음은 불탐, 부진, 불치의 세 가지 원인을 가졌기 때문이다.

범부와 낮은 단계의 세 가지 도와 과를 얻은 유학들이 지혜와 결합된 4가지 욕계의 유익한 마음으로 본삼매에 든 경우에는 위에서 설명한 대로 44가지 마음(32+12) 가운데 하나의 마음이 본삼매에서의 속행으로 일어난다.

지혜와 결합된 4가지 욕계의 작용만 하는 마음으로 본삼매에 든 아라한의 경우에는 14가지 마음(8+6) 가운데 하나의 마음이 본삼매에서의 속행으로 일어난다.

 

 

 

인용 출처: 대림스님·각묵스님 옮김, '아비담마 길라잡이 제1권', 초기불전연구원(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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