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초기불교

교계 싱갈라 경 - 재가자의 삶 (Siṅgālovāda Sutta, D31)

Rihan 2024. 1. 1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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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의 해제

(8) 「교계 싱갈라 경」 (Siṅgālovāda Sutta, D31)

...본경은 재가 불자가 어떻게 불교적인 윤리로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을 영위해야 하는가를 기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찍부터 재가자들의 삶을 다룬 경으로 널리 알려진 유명한 경전이다.

재가자는 재가자의 삶의 도리를 다하여 천상에 태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재가자들에게는 항상 보시와 지계와 천상에 태어남에 관한 법문부터 먼저 하신 뒤에 그들의 근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이 되시면 "모든 부처님들께서 찾아내신 괴로움과 일어남과 소멸과 도라는 법의 가르침을 드러내신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본경에서도 보시와 지계로 요약할 수 있는 재가자의 삶의 덕목을 여러 측면에서 설하시는 것이다. 그러므로 본경의 내용은 소위 말하는 선진국에서 국민이 함양해야 할 덕목으로 거듭 강조하고 있는 봉사하는 삶(보시)과 건전한 삶(지계)과도 일맥상통하는 가르침이요, 그래서 현대 생활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귀중한 재가자의 삶의 방식이다.

- 각묵스님 옮김, '디가 니까야 제3권' P.26, 초기불전연구원(2005)

 

부처님은 「초전법륜경」에서 사성제와 팔정도를 설하시고, 「무아의 특징 경」에서 무상·고·무아에 대한 가르침을 설하셨다. 해당 법문들에 보시에 관한 내용은 없다. 이 법문을 듣는 분들이 보시에 관한 언급 없이도 바로 계를 지키고, 계를 바탕으로 선정을 닦고, 선정을 바탕으로 위빳사나 수행을 하여 이번 생에서 바로 아라한이 될 수 있는 근기를 갖춘 분들이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처님께서는 이번 생에 아라한이 될 근기를 갖추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순차적인 가르침(ānupubbi-kathā)을 설하셨다. 보시는 마음을 부드러워지게 하고, 이렇게 부드러워진 마음으로 계율을 지키고 삼매를 닦고 지혜 수행을 할 수 있다. 부처님은 보시, 지계, 천상, 감각적 욕망의 허물, 출리의 공덕에 대해 차례로 설하시고, 이를 통해 법문을 듣는 이의 근기가 성숙되면 그때 사성제의 가르침을 설하셨다. 이러한 순차적인 가르침(ānupubbi-kathā)에 대한 설명은 「우빨리 경」 (M56)에서 언급된다.

 

18. 그러자 세존께서는 우빨리 장자에게 순차적인 가르침을 설하셨다. 보시의 가르침, 계의 가르침, 천상의 가르침, 감각적 욕망들의 재난과 타락과 오염원, 출리의 공덕을 밝혀주셨다.⁵⁴¹⁾ 세존께서는 우빨리 장자의 마음이 준비되고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마음의 장애가 없어지고 마음이 고무되고 마음에 깨끗한 믿음이 생겼음을 아시게 되었을 때 부처님들께서 직접 얻으신 괴로움과 일어남과 소멸과 도라는 법의 가르침을 드러내셨다. 마치 얼룩이 없는 깨끗한 천이 바르게 잘 염색되는 것처럼 그 자리에서 '생긴 것은 무엇이건 모두 멸하기 마련이다.'라는 티끌 없고 때 없는 법의 눈이 우빨리 장자에게 생겼다. 그때 우빨리 장자는 법을 보았고⁵⁴²⁾, 법을 얻었고, 법을 체득했고, 법을 간파했고, 의심을 건넜고, 혼란을 제거했고, 무외를 얻었고(필자 주 - 두려움이 없는 것), 스승의 교법에서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게 되었다. (필자 주 - 우빨리 장자가 예류자가 되었다.)

⁵⁴¹⁾ "'순차적인 가르침(ānupubbi-kathā)'이란 보시에 대해 설하신 다음 계에 대해, 계의 가르침 다음에 천상에 대해, 천상의 가르침 다음에 도에 대해 이렇게 순차적으로 가르침을 설하신 것(anupaṭipāti-kathā)을 말한다.

'보시(dāna)'란 행복의 원인이고, 증득의 뿌리이고, 부의 기반이고, 위험에 처한 자에게 기댈 곳이 되고, 금생과 내생에서 보시와 같은 그런 의지처가 없다는 등으로 보시의 공덕에 대해 설하셨다. ... 그다음에 보시를 행할 때 계를 성취할 수 있으므로 계의 가르침에 대해 설하셨다.

'계(sīla)'는 의지처이고, 기반이고, 대상이고, 기댈 곳이고, 귀의처고, 행처고, 피안이라는 등으로 계의 공덕에 대해 설하셨다. ... 그다음에 이 계를 의지하여 천상에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시기 위해 천상의 가르침을 설하셨다.

'천상(sagga)'이란 원하는 것이고, 사랑스러운 것이고, 마음에 드는 것이고, 항상 유희를 즐길 수 있고, 항상 행운이 가득하다는 등으로 천상의 공덕과 관련된 말씀을 하셨다. ...

그리고 나서 이 천상도 무상한 것이니 거기에 탐욕을 갖지 말 것을 가르치시기 위해 "감각적 욕망이란 달콤함은 적고 많은 괴로움과 많은 절망을 주는 것이어서 거기에는 재난이 더 많다."라는 방법으로 '감각적 욕망의 재난과 타락과 오염원'을 설하셨다. ...

이와 같이 감각적 욕망의 재난으로 두려움을 일으키게 하신 뒤 '출리의 공덕(nekkhamme ānisaṃsa)'을 드러내셨다."(MA.iii.89~92)

⁵⁴²⁾ "'법을 보았고(diṭṭha-dhamma)'란 성스러운 진리의 법(사성제, ariya-sacca-chamma)을 보았다는 말이다. 이 방법은 나머지 구절에도 다 적용된다." (MA.iii.92)

- 대림스님 옮김, '『맛지마 니까야 제2권』 「우빨리 경」 (M56)' P.501~503, 초기불전연구원(2012)

 

순차적인 가르침(ānupubbi-kathā)은 흔히 차제설법(次弟說法)이라고도 부른다. 사다리나 계단을 오르듯이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로 점차적으로 수준을 높여 설법하시는 것이다. 시론(施論, 보시의 가르침), 계론(戒論, 계의 가르침), 생천론(生天論, 천상의 가르침, 복을 지으면 하늘에 태어남), 제욕(諸欲, 모든 욕망 = 감각적 욕망)의 과환(過患, 과실과 근심 = 감각적 욕망의 오염원과 위험), 출리의 공덕(세간을 여의는 것), 사성제를 순서에 따라 설법하시는 것이다.

 

보시를 실천하여 복을 쌓고, 계율을 잘 지켜 도덕적인 삶을 살고, 그러한 선업과 복의 결과로 천상에 태어나 행복을 누리고, 이러한 감각적 쾌락도 무상하여 영원하지 않은 위험이 있음을 알아 세간을 벗어나고 떠나는 출리를 행하고, 수행을 통한 순차적인 도닦음으로 사성제를 깨닫고 열반을 성취하는 것이다. 사성제의 가르침을 제시하시기 전 중생의 근기에 따라 수준에 맞는 가르침을 제시하시고(대기설법), 중생의 근기가 무르익을 때 부처님께서 직접 얻으신 사성제의 가르침을 드러내신다.

 

앞서 각묵스님의 해제에서처럼 재가자의 삶은 보시(베풀고 봉사하는 삶)와 지계(건전하고 도덕적인 삶)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보시와 지계가 구족할 때 천상에도 태어날 수 있고, 더 나아가 이 힘으로 순차적이고 점진적인 수행(bhāvanā)을 통해 도와 과를 실현할 수 있다.

 

「교계 싱갈라 경」에 대한 다른 해설은 다음과 같다.

배경과 전체 게송

앞서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계는 삼가야 하는 것과 행해야 하는 것으로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중 지금까지는 삼가야 하는 측면을 주로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계를 완벽하게 구족하려면 행해야 하는 계가 무엇인지 잘 알아 그것까지 갖추어야 합니다. 이것에 대해서 부처님께서는 <교계 싱갈라 경>에서 자세하게 설해주셨습니다(D31).

먼저 배경을 조금 설명하자면 부처님 당시에 4억 냥의 재산을 가진 부호가 있었습니다. 그 부호와 아내는 모두 수다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삼보에 믿음이 없었습니다. 부모가 아무리 훈계해도 부처님이나 스님에게 절을 하면 무릎이 아프고 옷이 더럽혀진다는 핑계, 부처님이나 스님들과 가까워지면 보시해야 하고 그러면 재산이 줄어든다는 핑계 등으로 삼보에 귀의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다른 말은 몰라도 유언은 받아들인다'라고 생각하여 부모는 아들에게 '여섯 방향에 예경하라'라고 유언을 남겼습니다. 그 의미에 대해 아들이 부처님께 묻게 될 것이고 그러면 부처님께서 아들을 제도할 것이라고 알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부호가 예상한 대로 부처님께서 그 아들을 훈계하면서 설하신 내용이 바로 재가자가 행해야 할 율, 즉 '재가자의 율gihivinaya'입니다. 행해야 할 계 중에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라고는 없습니다.

먼저 전체를 요약한 게송을 소개합니다.

네번뇌업 제거하고 네동기로 악업안해
재산손실 여섯문을 의지하지 않으면서
나쁜친구 멀리하고 좋은친구 의지하라
이와같이 열네가지 사악함을 없애고서
동서남북 상하모두 여섯방향 돌보면서
두세상의 정복위해 실천하는 재가자는
이세상과 저세상의 둘모두를 얻게되니
몸무너져 죽은뒤에 선처천상 태어나네

- 비구 일창 담마간다 지음, '가르침을 배우다' P.230~231, 도서출판 불방일(2021)

 

위의 해설에서 삼가야 하는 것은 근신계vārittasīla를 말하고, 행해야 하는 것은 실천계carittasīla를 의미한다. 근신계는 하지 않아야 하는 것, 부처님께서 금하신 것이다. 출가자라면 바라이 죄 등의 계목, 재가자라면 오계 등에 포함된 악행을 의미한다. 실천계는 실천해야 하는 행위들이다. 출가자라면 은사스님에 대한 의무와 같은 것이고, 재가자라면 앞으로 살펴볼 「교계 싱갈라 경」에 나타난 재가자의 율(gihivinaya)과 포살일에 준수하는 포살 8계 등이 있다. 계를 완벽하게 구족하고 더욱 청정하게 하기 위해서는 근신계를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실천계까지 갖추어야 한다.

 

 

2. 경의 앞부분

교계 싱갈라 경²⁸⁵⁾
재가자의 삶
Siṅgālovāda Sutta(D31)

²⁸⁵⁾ ... 본경의 빠알리어 제목은 싱갈로와다 숫따(Siṅgālovāda Sutta)이다. '싱갈라를 교계하신(ovāda, 필자 주 - 가르치며 훈계함) 경'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교계 싱갈라 경」으로 옮겼다. 중국에서는 「선생경」(善生經)으로 옮겨져서... 싱갈라 혹은 싱갈라까를 중국에서는 善生으로 음역하였다. 그리고 일찍이 후한 때에 안세고가 「불설시가라월육방예경」으로 옮겨서 중국에 소개하였으며, 우리에게는 '육방예경'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여기서 시가라월은 싱갈라까의 음역이다.

...2-1. 그때 세존께서는 오전에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발우와 가사를 수하시고 걸식을 위해서 라자가하로 들어가셨다. 세존께서는 [라자가하로 들어가시다가] 장자의 아들 싱갈라까가 아침 일찍 일어나서 라자가하를 나와서 옷을 적시고 머리를 적시고 합장을 하고 동쪽 방향과 남쪽 방향과 서쪽 방향과 북쪽 방향과 아래 방향과 위 방향의 각 방향으로 절을 하는 것을 보셨다...

"세존이시여, 저의 부친께서 임종을 하시면서 제게 말씀하시기를 '얘야, 방위를 향해서 절을 해야 한다.'라고 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래서 저는 부친의 유언을 존경하고 존중하고 숭상하고 예배하고 공경하여서 아침 일찍 일어나서 라자가하를 나와서 옷을 적시고 머리를 적시고 합장을 하고 동쪽 방향과 남쪽 방향과 서쪽 방향과 북쪽 방향과 아래 방향과 위 방향의 각 방향으로 절을 합니다."

여섯 방향

2-2. "장자의 아들이여, 그러나 성자의 율에서는²⁸⁸⁾ 이렇게 육방(六方)으로 절을 해서는 안 된다."

²⁸⁸⁾ '성자의 율에서'로 옮긴 원문은 ariyassa vinaye이다... 만일 합성어로 ariya-vinaye로 나타나면 '성스러운 율에서'로 옮기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 어떻게 쓰이든 초기경에서 ariya는 모두 불교를 지칭하는 술어이다. 그러므로 성자의 율은 불교의 율이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아리야 사와까는 성스러운 제자 혹은 성제자로 옮겨지는데 부처님 제자 혹은 불교도를 칭하며, 아리야 삿짜는 성스러운 진리인데 불교의 진리라는 의미가 강하게 들어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세존이시여, 그러면 성자의 율에서는 어떻게 육방으로 절을 해야 합니까? 세존께서 제게 성자의 율에서는 어떻게 육방으로 절을 해야 하는지 법을 설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3-1. "장자의 아들이여, 성스러운 제자는 네 가지 업의 오염원들을 제거하고 네 가지 경우로 사악한 업을 짓지 않으며 여섯 가지 타락의 입구가 되는 재물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는 이와 같은 열네 가지 사악함을 없애고 육방을 감싸는 자가 되어 두 세상을 얻기 위해서 도를 닦는다. 그는 이 세상과 저 세상을 다 얻는다. 그는 몸이 무너져 죽은 뒤 좋은 곳[善處]이나 천상에 태어난다.

- 각묵스님 옮김, '디가 니까야 제3권' P.311~314, 초기불전연구원(2005)

 

'교계 싱갈라'는 부처님께서 앞서 살펴본 장자의 아들, 싱갈라라는 재가자를 가르치고 훈계했다는 뜻이다. 부처님께서 「교계 싱갈라 경」을 통해 설하신 가르침은 크게 아래의 6가지이다.

 

① 4가지 업의 오염원들을 버린다.

② 4가지 사악한 업을 짓지 않는다.

③ 6가지 재산을 잃게 만드는 행위를 추구하지 않는다.

④ 4가지 나쁜 친구를 알고 피한다.

⑤ 4가지 좋은 친구를 알고 섬긴다.

⑥ 6가지 방향에 예배하며 섬긴다.

 

이렇게 28가지의 가르침을 정확히 알고 실천할 때 부처님의 제자는 스스로의 현생과 내생 모두의 이익을 얻는다. 그리고 몸이 무너져 죽은 뒤 선처나 천상에 태어나게 된다.

 

 

3. 네 가지 업의 오염원은 무엇인가?

(1) 네 가지 업의 오염원

3-2. "그러면 무엇이 네 가지 업의 오염원들을 제거하는 것인가? 장자의 아들이여, 생명을 죽이는 것은 업의 오염원이다. 주지 않은 것을 가지는 것은 업의 오염원이다. 삿된 음행을 하는 것은 업의 오염원이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업의 오염원이다. 이런 네 가지 업의 오염원들을 버린다."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4. 선서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 뒤 다시 [게송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생명을 죽이고 주지 않은 것을 가지고 거짓말을 하고
남의 아내를 범하는 것을 현자들은 칭송하지 않는다."

- 각묵스님 옮김, '디가 니까야 제3권' P.314~315, 초기불전연구원(2005)

 

업을 오염되게 하는 4가지는 부처님의 제자라면 모두가 지켜야 하는 5계 중 불음주를 뺀 것과 같다.

 

① 생명을 죽이는 것

② 주지 않은 것을 가지는 것

③ 삿된(잘못된) 음행을 하는 것

④ 거짓말을 하는 것

 

이런 네 가지 업을 오염되게 하는 것을 버려야 한다.

 

인연과보의 법칙에는 공짜가 없다. 저지른 업에는 상응하는 대가가 돌아온다. 생명을 죽이면 내 수명이 깎이고 심하면 악처에 태어난다. 주지 않은 것을 가질 때 내 재산이 줄어들고 심하면 악처에 태어난다. 잘못된 음행을 할 때 성불구자로 태어나거나 원수가 많고 심하면 악처에 태어난다. 거짓말을 할 때 비방을 많이 받고 심하면 악처에 태어난다. 사악처에 태어나면 선처에 다시 태어나기가 매우 어렵다. 이런 이유로 부처님께서는 중생들을 연민하는 마음으로 위의 4가지가 자신의 업을 '오염되게' 한다고 알려주셨을 것이다.

 

 

4. 네 가지 사악한 업은 무엇인가?

(2) 네 가지 사악한 업을 지음

5. "어떻게 네 가지 경우로 사악한 업을 짓지 않는가? 열의 때문에 하지 않아야 할 것²⁹⁰⁾을 하면서 사악한 업을 짓는다. 성냄 때문에 하지 않아야 할 것을 하면서 사악한 업을 짓는다. 어리석음 때문에 하지 않아야 할 것을 하면서 사악한 업을 짓는다. 두려움 때문에 하지 않아야 할 것을 하면서 사악한 업을 짓는다.

장자의 아들이여, 성스러운 제자는 열의 때문에... 성냄 때문에... 어리석음 때문에... 두려움 때문에 하지 않아야 할 것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네 가지 경우로 업을 짓지 않는다."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²⁹⁰⁾ '하지 않아야 할 것'은 agati의 역어이다. '가지 않아야 함'으로 직역할 수 있다. 본경에서처럼 네 가지 하지 않아야 함으로 정리되어 나타난다. 예를 들면 『청정도론』에서는 버려야 할 법을... 18가지로 정리하고 있는데, 그 여덟 번째에 이 '하지 않아야 함'을 들고 있다... 열의(chanda), 성냄(dosa), 어리석음(moha), 두려움(bhaya) 때문에 하지 않아야 할 것의 넷이다. 이것은 성자들이 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하지 않아야 함이라 한다... 이러한 네 가지를 행하는 것을 사악한 업(pāpa-kamma)이라고 부르고 있다.

6. 선서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 뒤 다시 [게송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열의, 성냄, 어리석음, 두려움 때문에 법을 파하는 자는
그의 명성을 잃게 되나니
이는 마치 이지러지는 시기의 달과 같다.
열의, 성냄, 어리석음, 두려움 때문에 법을 파하지 않는 자는
그의 명성이 가득하나니
이는 마치 차는 시기의 달과 같다."

- 각묵스님 옮김, '디가 니까야 제3권' P.315~316, 초기불전연구원(2005)

 

① 열의(chanda)

② 성냄(dosa)

③ 어리석음(moha)

④ 두려움(bhaya)

 

때문에 하지 않아야 할 것을 하며 사악한 업을 짓는다. 성스러운 제자는 이 네 가지 동기로 법을 파하는 행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사악한 업을 짓지 않는다.

 

이 네 가지 동기로 하지 않아야 할 행동을 한다는 것이 정확하게 어떤 것일까?

네동기로 악업안해

다음으로 '네동기로 악업안해'란 네 가지 잘못따름agati에 따라 악업을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좋아함에 잘못따라 성을냄에 잘못따라
어리석음 잘못따라 두려움에 잘못따라
이와같은 네동기로 나쁜행위 하지마라

첫 번째, 자기가 좋아한다고 잘못 따라가는 것, 즐 잘못 행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판사가 판결을 내릴 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그 사람의 편을 들며 잘못된 판결을 하는 것입니다. 또는 무엇을 나누어줄 때도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나누어 주는 것도 좋아함에 따라 잘못 행하는 것입니다. 나머지에 대해서도 같은 방법으로 알면 됩니다.

두 번째는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잘못된 결정을 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사실 여부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잘못 결정하는 것입니다. 네 번째는 후환이 두려워서 사실과 다르게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이 덕목은 특히 통치자나 한 단체를 이끄는 지도자들이 유념해야 할 사항입니다. 판결을 내릴 때, 재산 등을 분배할 때, 상벌을 줄 때 등에 주의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잘못따름에 따라 행동하면 이지러지는 달처럼 명성을 잃는다고 설하셨습니다. 과거 생에 부패한 판사가 뇌물을 받고 사실과 반대로 판결한 과보로 부처님 당시에 항아리만한 고환을 가진 아귀로 태어난 일화가 있습니다. 고환이 매우 커서 어깨에 걸치고 다녀야 했고 그것을 독수리나 매가 뜯어먹어 매우 심한 고통을 당했다고 합니다(S19:10).

또한 깟사빠 부처님께서 갓 열반하셨을 무렵, 부처님의 법과 율에 대해 해박한 두 장로는 자신들을 잘 시봉했다는 이유로 여법하지 않게 행동하는 비구의 편을 들어주었습니다. 그 장로들은 지계나 많이 배움 등 자신들의 다른 덕목으로 더 높은 천상에 태어날 수 있었지만 그 잘못따름에 대한 후회 때문에 고따마 부처님 당시에 사대왕천의 야차천신으로만 태어났다고 합니다(SnA.i.193).

- 비구 일창 담마간다 지음, '가르침을 배우다' P.232~233, 도서출판 불방일(2021)

 

요약해 보면

 

① 열의(chanda) 때문에 악업을 짓는 것은 상대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것,

② 성냄(dosa) 때문에 악업을 짓는 것은 상대를 싫어한다는 이유로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것,

③ 어리석음(moha) 때문에 악업을 짓는 것은 사실 여부를 잘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것,

④ 두려움(bhaya) 때문에 악업을 짓는 것은 후환이 두렵기 때문에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모든 중생은 자신의 업에 따라 과보를 받을 것이다. 따라서 자연법칙이나 원칙을 거슬러서 행동함으로써 스스로도 자신의 업을 더럽히고, 상대방에게도 그가 받을 수 없는 과보를 주려는 시도를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의미가 없다. 이는 구태여 스스로 오물을 찾아서 뒤집어쓰는 수고를 하는 것과 같은 매우 어리석은 행위다.

 

이러한 '네 가지 사악한 업'은 업과 과보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에 짓는 불선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업의 인과법칙을 이해하고 있을 때, 우리는 '인과관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습관적으로 짓는 선업'이라고 부르는 두 가지 원인을 가진 유익한 업을 짓는 것을 넘어서 더 수승한 세 가지 원인을 가진 유익한 업을 짓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마음이 기울게 된다. 업과 과보를 아는 지혜, 업이 자기에게 소속되어 있다는 지혜, 업이 자신의 주인임을 아는 지혜, 중생들은 자신만의 업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아는 지혜 등으로 다양하게 번역되는 깜맛사까따 냐나(kammassakatā-ñāṇa)가 있다면 업의 인과관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지혜가 함께한 유익한 행, 세 가지 원인을 가진 선업을 자연스럽게 짓게 된다. 그것이 나에게도 남에게도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필자는 '하지 않아야 할 것', '잘못 따름'이라고 번역된 agati를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아 이치에 맞지 않게 행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반대로 성스러운 제자는 대상에 대한 집착을 여의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이치에 맞는 행동을 함으로써 두려움이 없으므로 결과적으로 법을 파하는 행동을 하지 않고 악업을 짓지 않게 된다.

 

 

5. 여섯 가지 재산을 잃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3) 여섯 가지 타락의 입구

7. "그러면 어떤 것이 여섯 가지 타락의 입구가 되는 재물을 추구하지 않는 것인가? 장자의 아들이여, 방일하는 근본이 되는 술과 중독성 물질의 섭취에 몰두하는 것이... 때 아닌 때에 길거리를 배회하기에 몰두하는 것이... 구경거리(공연)를 보러 다니기에 몰두하는 것이... 방일의 근본이 되는 노름에 몰두하는 것이... 사악한 친구를 사귀기에 몰두하는 것이... 게으름에 빠지는 것이 타락의 입구가 되는 재물이다."

① 술과 중독성 물질의 여섯 가지 위험

8. "장자의 아들이여, 방일하는 근본이 되는 술과 중독성 물질의 섭취에 몰두하는 것에는 다음의 여섯 가지 위험이 있다. 지금 여기에서 재산을 잃고, 분쟁을 조장하며, 병이 발생하는 장소이고, 나쁜 명성을 낳고, 은밀한 곳을 드러내게 되고(필자 주 - 부끄러움이 없어져 음부까지 노출하는 것), 통찰지가 무기력하게 되는 이러한 여섯 가지 경우가 생긴다..."

② 때 아닌 때에 길거리를 배회하는 여섯 가지 위험

9. "장자의 아들이여, 때 아닌 때에 길거리를 배회하기에 몰두하는 것에는 다음의 여섯 가지 위험이 있다. 자기 스스로를... 그의 자식들과 아내도... 재산을 지키지 못하고 보호하지 못한다. [남이 저지른] 범죄행위들에 대해서 [자신이 저지른 것으로] 의심받는다. 그에 대한 헛소문이 증가한다. 많은 괴로운 것들이 그의 앞에 있게 된다..."

③ 구경거리(공연)를 보러 다니기에 몰두하는 여섯 가지 위험

10. "장자의 아들이여, 구경거리(공연)를 보러 다니기에 몰두하는 것에는 다음의 여섯 가지 위험이 있다. '어디서 춤을 추나, 어디서 노래하나, 어디서 연주하나, 어디서 낭송하나, 어디서 박수치며 하는 공연이 있나, 어디서 북치며 하는 공연이 있나?라고 [찾아다녀 다른 것을 소홀히 한다.]²⁹¹⁾ ..."

²⁹¹⁾ 주석서에서는 그가 이런 구경거리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다니느라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들고 있다.(DA.iii.946)

④ 노름에 몰두하는 여섯 가지 위험

11. "장자의 아들이여, 방일의 근본이 되는 노름에 몰두하는 것에는 다음의 여섯 가지 위험이 있다. 이기면 증오가 따른다(필자 주 - 상대편으로부터 원한을 산다는 뜻). 지면 남에게 잃은 물건에 대해서 한탄한다. 실제로 재산이 없어진다. 법정에서 하는 진술에 신빙성이 없어진다. 친구와 동료들로부터 멸시를 받는다. '이 사람은 노름꾼이니 아내를 부양하기에 적당하지 않아.'라고 하면서 아무도 그를 결혼상대로 원하지 않는다..."

⑤ 사악한 친구를 사귀는 여섯 가지 위험

12. "장자의 아들이여, 사악한 친구를 사귀기에 몰두하는 것에는 다음의 여섯 가지 위험이 있다. 노름꾼, 방탕한 자, 술꾼, 사기꾼, 협잡꾼, 싸움꾼들이 그의 친구와 동료가 된다...."

⑥ 게으른 자의 여섯 가지 위험

13. "장자의 아들이여, 게으름에 빠진 자에게는 다음의 여섯 가지 위험이 있다. 너무 춥다면서 일을 하지 않는다. 너무 덥다면서 일을 하지 않는다. 너무 이르다면서 일을 하지 않는다. 너무 늦었다면서 일을 하지 않는다. 너무 배고프다면서 일을 하지 않는다. 너무 배부르다면서 일을 하지 않는다. 그가 이와 같이 해야 할 일에 대한 핑곗거리를 많이 가지고 사는 동안 아직 벌지 못한 재산은 벌지 못하며 번 재산은 다 써버리게 된다..."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14. 선서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 뒤 다시 [게송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술친구가 있고
'친구여, 친구여'라고 말만 하는 자가 있지만
필요가 생겼을 때 동료가 되어 주는 자
그가 진정한 친구이다.

해가 떠도 잠자는 자들과 남의 아내를 범하는 자들
증오의 화신인 자들과 손해를 주는 자들
사악한 친구들과 가슴이 메마른 자들
이런 여섯 경우는 사람을 파멸하게 만든다.

사악한 친구와 사악한 동료와
사악한 행위와 행동의 영역을 가진 자는
이 세상과 저 세상
두 곳으로부터 사람을 파멸하게 만든다.

노름과 여자, 술, 춤과 노래
낮에 자고 때 아닌 때 돌아다니는 것
사악한 친구를 사귀는 것, 가슴이 메마른 것
이런 여섯 경우는 사람을 파멸하게 만든다.

노름을 하고 술을 마시고
남들에게 목숨과 같은 여자들을 범하고
저열한 자를 섬기고 존경할 만한 자를 섬기지 않는 자는
이지러지는 시기의 달과 같이 파멸하게 된다.

술꾼이 재산도 없고 무일푼인데
목마른 자가 물 마시듯 [술만] 마셔대면
물에 던진 [돌멩이]처럼 빚 속에 가라앉아
즉시에 자신의 가문조차 사라지게 만들 것이다.

낮에 자는 버릇을 가진 자와
밤에 일어나 [돌아다니는] 버릇을 가진 자와
항상 술에 취해 있는 자는
가정을 가져 머물 수 없다.

너무 춥고 너무 덥고
너무 이르다고 하면서
일을 내팽개쳐 버리는 자에게
젊었을 때의 기회는 사라져 버린다.

여기 이 세상에서 춥고 더움을
마른풀보다 하찮은 것으로 간주하여
사람으로서 해야 할 바를 하는 자
그는 행복으로부터 멀어지지 않는다."

- 각묵스님 옮김, '디가 니까야 제3권' P.316~320, 초기불전연구원(2005)

 

이에 대한 해설도 참고해 본다.

재산손실 여섯문을 의지하지 않으면서

재가자의 율 전체 게송에서 '재산손실 여섯문을 의지하지 않으면서'라는 내용을 통해 부처님께서는 재산을 관리하는 방법을 설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본래 바라시는 바는 중생들이 열반을 증득하여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하지만 보시에 관한 설법, 계에 관한 설법, 천상에 관한 설법, 감각욕망의 허물과 벗어남의 이익이라는 도의 설법 등 차제설법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것은 바로 성취되지 않습니다. 보시와 지계 등의 바탕이 필요합니다. 또한 재가자의 경우 재산적인 측면으로 안정되지 않으면 쉽게 선업을 실천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재가자의 재산관리까지 대연민심으로 설해주셨습니다. 재산손실의 원인 여섯 가지는 게송으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방일원인 술먹는것 때아닌때 배회하고
구경거리 보러다녀 방일원인 노름하며
나쁜친구 사귀면서 게으름에 빠지는것
재산손실 여섯문을 의지하지 말아야해

...재산손실의 세 번째 문은 구경거리를 보러 다니는 것입니다. 경전에서는 춤 공연, 노래 공연, 연주 공연, 구연 공연, 동라 공연, 큰북 공연의 여섯 가지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춤이나 노래, 연주 등의 구경거리를 보기 위해 먼저 그 준비를 가기 전에 끝내야 하고, 공연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벌어진다면 먼 거리도 가야합니다. 가서는 긴 시간 동안 즐기느라 그때 해야 할 중요한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로 인해 수입이 줄어드는 재산의 피해를 봅니다. 혹은 자주 구경거리를 보러 다니며 집을 비우면 도둑을 맞아 재산을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재산손실의 다섯 번째 문은 나쁜 친구와 사귀는 것입니다. 도박을 일삼는 노름꾼, 여자나 음식을 지나치게 밝히는 도락가, 술을 지나치게 마시는 술꾼, 가짜를 진짜라고 속이는 사기꾼, 면전에서 속이는 협잡꾼, 난동을 부리는 싸움꾼 등을 부처님께서 나쁜 친구로 예를 드셨습니다. 이러한 이들과 가까이하면 재산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많은 나쁜 결과를 초래합니다. 오두막에 불이 번져서 대저택까지 태우듯이 모든 두려움, 위험, 재앙은¹⁸⁸ 모두 나쁜 친구 때문이라고 설하시기도 했습니다(A3:7)...

¹⁸⁸ '두려움bhaya'이란 예를 들어 '도둑이 온다'라는 소리에 생겨나는 두려움과 같은 마음의 두려움을 말한다. '위험upaddavā'이란 예를 들어 도둑이 온다고 하여 숲으로 도망치면서 가시에 찔리는 등의 여러 위험, 그러한 위험을 겪을 때 마음이 요동치는 것이다. '재앙upassaggā'이란 예를 들어 도둑에게 재산을 다 약탈당하여 이리저리 부여잡고 슬퍼하는 것이다.

- 비구 일창 담마간다 지음, '가르침을 배우다' P.233~237, 도서출판 불방일(2021)

 

재가자는 가난하여 재산이 없을 때 안정되지 못하고 여유가 없어 쉽게 선업을 실천하지 못한다.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여유가 있을 때 보시와 지계라는 선업의 토대, 공덕행의 토대를 보다 수월하게 행할 수 있다. 스스로 편안하고 복덕이 충만할 때 감각적 욕망의 허물과 위험도 알아차릴 수 있고, 출리와 도와 과를 향해 나아갈 수도 있다. 따라서 재가자라면 스스로를 곤궁하고 타락하게 만드는 재산 손실의 여섯 가지 입구를 멀리해야 한다. 이로써 자기 재산을 지키고 공덕행을 위한 기반을 단단히 해야 한다.

 

① 술과 중독성 물질을 섭취할 때 악명이 생기고 지혜가 없어진다.

② 밤에 길거리를 배회할 때 자신과 가족, 재산을 지키지 못한다.

③ 구경거리(공연)에 관심을 가지고 보러 다닐 때 해야 할 것에 소홀해진다.

④ 노름에 몰두할 때 재산이 없어지고 신뢰를 받지 못한다.

⑤ 사악한 친구를 사귈 때 온갖 두려움, 위험, 재앙이 닥쳐온다.

⑥ 게으름에 빠질 때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재산은 줄어든다.

 

현대인에게 구경거리는 단순히 오프라인의 구경거리, 공연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 이목을 끄는 것도 구경거리에 해당될 것이다. 수시로 SNS, 온라인 커뮤니티, 동영상 플랫폼 등을 배회하는 현대인들은 '구경거리를 보러 다니는 것에 몰두하는 자'와 같다. 좋아요, 댓글 알림에 중독되고 숏폼 콘텐츠를 몇 시간이고 바라보고 있는 자가 해야 할 일에 장기간 집중할 수는 없다. 이렇게 쉽게 얻을 수 있는 도파민(감각적 욕망)에 자주, 오래 노출되어 있을수록 우리는 그 대상에 결박되고 재가자와 수행자로서 해야할 일과 의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된다.

 

 

6. 네 가지 나쁜 친구는 누구인가?

(4) 친구인 척하지만 친구가 아닌 네 가지

15. "장자의 아들이여, 다음 네 가지는 친구인 척하지만 친구가 아니라고 알아야 한다.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으면서도] 분명히 가져왔다고 하는 자는... 말만 최고로 하는 자는...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자는... 나쁜 짓에 동무가 되는 자는 친구인 척하지만 친구가 아니라고 알아야 한다."

16. "① 장자의 아들이여, 다음 네 가지 경우를 통해서 [아무 것도 가져오지 않았으면서도] 분명히 가져왔다고 하는 자는 친구인 척하지만 친구가 아니라고 알아야 한다. 적게 주고 많은 것을 원하고, 두려움 때문에 의무를 행하고(필자 주 - 우애로 어떤 일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자신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길까 두려워서 친구의 일을 해주는 것), [자신의] 이익만 챙긴다..."

17, "② 장자의 아들이여, 다음 네 가지 경우를 통해서 말만 최고로 하는 자는 친구인 척하지만 친구가 아니라고 알아야 한다. 과거에 [이렇게 하려 했다는 번지르르한 말에] 의지하고, 미래에 [이렇게 할 것이라는 번지르르한 말에] 의지하고, 아무 의미 없는 [말로] 호의를 얻으려 하고, 일이 생겼을 때는 문제가 생겨서²⁹⁴⁾ [도와줄 수 없다고] 한다..."

²⁹⁴⁾ "수레가 필요하다고 하면 '바퀴가 고장 났소, 차축이 부수어졌소.'라는 등으로 말한다."(Ibid)

18. "③ 장자의 아들이여, 다음 네 가지 경우를 통해서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자는 친구인 척하지만 친구가 아니라고 알아야 한다. 사악한 것에는 동의를 하고 좋은 것에는 동의를 하지 않으며 면전에서는 칭송하는 말을 하고 등 뒤에서는 비난하는 말을 한다. 장자의 아들이여, 이런 네 가지 경우를 통해서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자는 친구인 척하는 적이라고 알아야 한다."

19. "④ 장자의 아들이여, 다음 네 가지 경우를 통해서 나쁜 짓에 동무가 되는 자는 친구인 척하지만 친구가 아니라고 알아야 한다. 방일하는 근본이 되는 술과 중독성 물질의 섭취에 몰두할 때 동무가 된다. 때 아닌 때에 길거리를 배회하기에 몰두할 때 동무가 된다. 구경거리를 보러 다니기에 몰두할 때 동무가 된다. 방일의 근본이 되는 노름에 몰두할 때 동무가 된다. 장자의 아들이여, 이런 네 가지 경우를 통해서 나쁜 짓에 동무가 되는 자는 친구인 척하는 적이라고 알아야 한다."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20. 선서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 뒤 다시 [게송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가져오지 않았으면서도] 분명히 가져왔다고 하는 친구
말만 최고로 하는 친구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친구,
나쁜 짓을 할 때의 친구

이들 넷은 친구가 아니라고 잘 알고서
현자는 두렵기만 한 이러한 길을 멀리 피해야 한다."

- 각묵스님 옮김, '디가 니까야 제3권' P.321~323, 초기불전연구원(2005)

 

재미있는 것은 네 가지 나쁜 친구 중 앞의 두 가지 경우는 친구인 척하지만 친구가 아니라고 말씀하시고, 뒤의 두 가지 경우는 친구인 척하는 적이라고 말씀하시는 부분이다. 필자는 이 표현의 차이와 관련하여 행위의 의도에 악의가 포함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부처님께서 친구인 척하는 자와 적인 자를 달리 말씀하신 것은 아니었는가 하고 추측한다.

 

① 주는 것 없이 가져가기만 하는 자 → 친구가 아니다.

②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고 실제로는 돕지 않는 자 → 친구가 아니다.

③ 앞에서는 듣기 좋은 말을 하고 뒤에서는 비난하는 자 → 적이다.

④ 나쁜 짓을 할 때 동무가 되는 자 → 적이다.

 

여기서 나쁜 짓(술과 중독성 물질을 섭취하는 것, 밤에 길거리를 배회하는 것, 구경거리를 보러 다니는 것, 노름에 몰두하는 것)은 앞서 살펴보았던 재산 손실을 일으키는 6가지 문에서 언급된 처음 4가지와 같다. 모든 두려움, 위험, 재앙은 모두 나쁜 친구로 인해 생겨난다.

 

나쁜 친구의 공통적인 특징은 권악을 하는 자, 받으려고만 하는 자, 말이 앞선 자라는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7. 네 가지 좋은 친구는 누구인가?

(5) 가슴을 나누는 네 가지 친구

21. "장자의 아들이여, 다음 네 가지는 친구로되 가슴을 나누는 친구라고 알아야 한다. 도움을 주는 친구는... 즐거우나 괴로우나 한결같은 친구는... 바른 것을 조언해 주는 친구는... 연민하는 친구는 가슴을 나누는 친구라고 알아야 한다."

22. "① 장자의 아들이여, 다음 네 가지 경우를 통해서 도움을 주는 친구는 가슴을 나누는 친구라고 알아야 한다. 취해 있을 때 보호해 주고, 취한 자의 소지품을 보호해 주고, 두려울 때 의지처가 되어 주고, 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두 배로 필요한 물품을 보태어 준다(필자 주 - 부탁하면 두 배로 베푸는 친구)..."

23. "② 장자의 아들이여, 다음 네 가지 경우를 통해서 즐거우나 괴로우나 한결같은 친구는 가슴을 나누는 친구라고 알아야 한다. 비밀을 털어놓고, 비밀을 지켜 주고, 재난에 처했을 때 떠나지 않고, 목숨까지도 그를 위해서 버린다..."

24. "③ 장자의 아들이여, 다음 네 가지 경우를 통해서 바른 것을 조언해 주는 친구는 가슴을 나누는 친구라고 알아야 한다. 사악함으로부터 멀리하게 하고, 선에 들어가게 하고, 배우지 못한 것을 배우게 하고, 천상의 길을 가르쳐 준다..."

25. "④ 장자의 아들이여, 네 가지 경우를 통해서 연민하는 친구는 가슴을 나누는 친구라고 알아야 한다. [친구]의 불행에 대해서 기뻐하지 않고, [친구]의 행운에 대해서 기뻐하며, [친구]에 대해서 비난하는 자를 멀리하고, [친구]에 대해서 칭송하는 자를 칭찬한다..."

26. 선서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 뒤 다시 [게송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도움을 주는 친구, 즐거우나 괴로우나 한결같은 친구
바른 것을 조언해 주는 친구, 연민하는 친구
이들 넷이 친구라고 잘 알고서
현자는 전적으로 그들을 섬겨야 하나니
마치 어머니가 친자식에게 하듯이.

계를 구족한 현자는
[밤에 언덕에서] 불이 타오르듯이 빛난다.
마치 벌들이 부지런히 재물을 모을 때
재물인 [꿀]이 모이는 것이
마치 개미집이 높이 자라는 것과 같다.

그와 같이 재물을 모은 뒤
재가자는 자신의 가문을 부양하나니
네 등분으로 재물을 나누어서
그는 [인생의] 친구들을 내치지 않고 돕는다.

첫 번째 몫의 재물은 생활에 사용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몫은 사업하는데 쓰고
네 번째는 저축을 해야 하나니
재난에 대처하기 위해서이다."

- 각묵스님 옮김, '디가 니까야 제3권' P.323~325, 초기불전연구원(2005)

 

건전하고 유익한 것을 함께하며, 친구 본인과 나를 동시에 이롭게 하며, 행동으로 본을 보이는 친구가 가슴을 나누는 친구, 좋은 친구라고 할 수 있겠다.

 

① 도움을 주는 친구

② 어떤 환경에서도 한결같은 친구

③ 바른 것을 조언해 주는 친구

④ 연민하는 친구

 

이런 좋은 친구를 잘 알아보고 어머니가 자식을 소중히 여기듯 그들을 소중히 여기고 함께한다면 스스로도 세상에서 빛나며, 개미집과 꿀이 늘어나듯이 재산이 늘어난다.

 

나쁜 친구와 대비되는 좋은 친구의 공통적인 특징은 권선을 하는 자, 주려고 하는 자, 행동으로 보여주는 자라는 것이 눈에 띈다.

 

1)

여기서 세 번째로 언급한 '바른 것'에 대해서는 다음 해설을 참고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유익한 것을 조언하는 친구입니다. 열 가지 악행 등을 행하지 말라고 막아주는 친구, 열 가지 선행 등을 같이 하자고 권선하는 친구, 이전에 들어 본 적이 없는 수승한 가르침을 듣고 배우도록 알려주는 친구, 천상에 태어나게 하는 법을¹⁹⁰ 가르쳐 주는 친구를 말합니다.

¹⁹⁰ 진실한 말을 하는 것, 화를 내지 않는 것, 적은 양이라도 보시하는 것, 이 세 가지를 실천하여 천상에 태어난다(Dhp.22). 뒤에 설명할 사문의 의무에도 포함된다.

- 비구 일창 담마간다 지음, '가르침을 배우다' P.239, 도서출판 불방일(2021)

 

즉 본문에서 '사악함으로부터 멀리하게' 하는 것은 십불선업도를 막아주는 것, '선에 들어가게' 하는 것은 십선업도를 권하는 것, '배우지 못한 것을 배우게' 하는 것은 전법을 하는 것, '천상의 길을 가르쳐' 주는 것은 보시와 지계의 실천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2)

앞서 언급한 게송의 마지막 두 문단에서는 흔히 사분법이라고 일컫는 재가자의 재산관리에 대해서 말씀하신다.

"...그와 같이 재물을 모은 뒤
재가자는 자신의 가문을 부양하나니
네 등분으로 재물을 나누어서
그는 [인생의] 친구들을 내치지 않고 돕는다.

첫 번째 몫의 재물은 생활에 사용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몫은 사업하는데 쓰고
네 번째는 저축을 해야 하나니
재난에 대처하기 위해서이다."

- 각묵스님 옮김, '디가 니까야 제3권' P.325, 초기불전연구원(2005)

 

이와 관련한 해설은 다음과 같다.

 

재가자의 재산관리와 행복

...먼저 재산은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바른 생계를 통해 앞에서 언급했습니다. 즉 원칙적으로 오계를 어기지 않는 여법한 방법으로 재산을 구해야 합니다. 살생이나 도둑질, 삿된 음행, 거짓말, 음주라는 여법하지 않은 방법으로 구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무기 거래 가축이나 사람 등 중생 거래, 고기를 목적으로 가축을 길러 도살하는 직업, 술이나 독을 거래하는 것도 재가자가 삼가야 할 장사입니다(A5:177). 이러한 여법하지 않은 방법에서 벗어나 자신이 익힌 기술이나 학문, 농사 등으로 재산을 구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 구한 재산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얻은재산 사등분해 한부분은 생계유지
두부분은 사업사용 나머지는 저축해야
자신주변 행복하게 다섯원수 보호하고
다섯가지 헌공하고 수행자에 보시해야

지금 설명하고 있는 <교계 싱갈라 경>의 게송에서는 재산을 사등분하여 한 부분은 생활을 유지하는 데 사용하고 두 부분, 즉 절반은 다시 재산을 구하는 데, 사업을 하는 데 사용하고 나머지 한 부분은 재난에 대처하기 위해 저축을 해야 한다고 설하셨습니다. <합리적인 행위 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네 부분으로 사용하라고 설하셨습니다. 첫 번째는 자신과 부모, 아내, 자식, 친구, 친척 등 자신과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만족하게 하는 데 사용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불, 물, 도적, 왕, 나쁜 상속자라는 여러 재난으로부터 자신과 주변을 보호하는 데 사용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친지에게 하는 헌공, 손님에게 하는 헌공, 조상들에 대한 헌공, 왕에게 하는 헌공¹⁹¹, 천신에게 하는 헌공¹⁹²이라는 다섯 가지 헌공을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사문·바라문들에게 정성껏 보시를 해야 합니다(A4:61).

¹⁹¹ 현대적인 의미로는 세금에 해당된다.
¹⁹² 윤회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귀의의 대상으로 헌공하는 것이 아니라, 내려오는 전통에 따라서 '천신에게 자애를 보내는' 의미로의 헌공을 말한다.

세 번째로 재산을 손실하게 하는 법들도 부처님께서 설하셨습니다. 먼저 이 <교계 싱갈라 경>에서는 술 먹는 것, 때 아닌 때 배회하는 것, 구경거리를 보러 다니는 것, 방일하게 하는 노름을 하는 것, 나쁜 친구와 사귀는 것, 게으름에 빠지는 것이라는 여섯 가지를 언급했습니다. 또한 <디가자누 경>에서는 여자에 빠지는 것, 술에 빠지는 것, 노름에 빠지는 것, 나쁜 친구를 사귀는 것을 설하셨습니다(A8:54).

네 번째로 재가자에게 있어 행복이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소유향유 무채무책 재가행복 네가지중
앞의셋은 무책행복 십육분일 못미치네

우선 재가자가 재산을 소유하는 것도 하나의 행복입니다. 재가자의 경우, 모든 감각욕망을 완전히 버려야 한다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소유하는 행복'이라고 분명히 경전에서 언급하셨습니다. 여법한 방법으로 열심히 노력하여 얻은 재산을 소유하는 것으로 행복과 기쁨을 얻는다고 설하셨습니다. 하지만 여법하지 않은 방법으로 재산을 구한다든지 지나치게 재산에 욕심을 내는 것은 삼가야 할 것입니다. 또한 집중수행을 하는 수행자라면 잠시 재산과 관련된 활동은 멈추고 수행에만 전념하는 것이 좋습니다.

재가자의 행복 두 번째는 그렇게 얻은 재산을 누리는 행복입니다. 이 역시 재가자의 경우, 모든 감각욕망을 누려서는 안 된다고 설하지 않으셨습니다. 여법하게 얻은 재산을 누리고 공덕을 짓는 것도 재가자의 행복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앞서 재산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가르침에 따라 일부분을 선행을 행하는 데 사용해야 합니다. 또한 뒤에 설명할 재가자에게 금생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네 번째 요소인 균형을 갖추도록, 즉 수입보다 지출이 지나치지 않도록 적당하게 누려야 할 것입니다.

재가자의 행복 세 번째는 빚이 없는(무채, 無債) 행복입니다. 빚이 있으면 항상 빚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에, 혹은 잦은 빚 독촉에 행복할 수 없습니다.

재가자의 행복 네 번째는 비난받지 않는(무책, 無責) 행복입니다. 몸과 말과 마음으로 나쁜 행위를 하게 되면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습니다. 비난받고 살면서는 결코 행복할 수 없습니다. 몸과 말과 마음으로 선한 행위를 하여 다른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지 않고 사는 것도 하나의 행복입니다. 이 네 가지 행복 중에 앞의 세 가지 행복은 마지막 비난받지 않는 행복의 1/16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부처님께서 설하셨습니다. 아무리 재산이 많고 누리면서 빚 없이 살아도 몸과 말과 마음의 악행 때문에 비난을 받으며 산다면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재가자로서 명심해야 할 내용입니다.

그러면 그렇게 여법하게 구한 많은 재산을 비롯한 재가자의 금생 행복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요?

근면보호 선우균형 금생행복 네가지고
믿음지계 베풂지혜 내생행복 네가지네
수행으로 궁극행복 불교목적 행복실현

먼저 근면해야 합니다. 즉, 자신이 하는 일에 능숙하고 항상 노력해야 합니다. 농부면 농작하는 일에, 상인이면 장사하는 일에, 공무원이면 나랏일에 숙련되도록, 게으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힘들게 모으고 번 재산을 물·불·도적 등 여러 위험이 무너뜨리지 않도록 잘 보호해야 합니다. 믿음·계·베풂·지혜를 구족한 선한 이들을 의지하고 따라 배워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수입과 지출을 균형 맞춰 지내야 합니다. 자신의 수입과 지출을 잘 파악한 뒤, 지나치게 풍족하지도 않게 지나치게 궁핍하지도 않게 바르게 생계를 유지해야 합니다(A8:54).

마지막으로 재가자가 죽은 뒤 선처에 태어나는 등 내생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믿음, 계, 베풂, 통찰지를 갖추는 것입니다. 믿음이란 '그 세존께서는 이러이러한 이유로 아라한이시다'라는 등으로 부처님의 덕목에 대해 믿는 것, 확신하는 것을 말합니다. 계는 살생, 도둑질, 삿된 음행, 거짓말, 술 등을 삼가는 오계를 준수하는 것을 말합니다. 베풂이란 인색의 때가 없는 마음으로 아낌없이 보시하는 것을 말합니다. 통찰지를 갖춘다는 것은 일어남과 사라짐을 꿰뚫어 알고 바르게 괴로움의 소멸로 인도하는 지혜를 갖춘 것을 말합니다(A8:54).

엄밀하게 말하자면 현생에 재산을 가지고 누리는 금생의 행복, 다음 생에 선처에 태어나는 내생의 행복, 이러한 행복들은 세간적인 행복이어서 윤회의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태가 아닙니다. 성스러운 지혜까지 갖추어 윤회의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난, 출세간의 행복까지도 누릴 수 있도록 어렵게 만난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열심히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재가자 여러분들이 이러한 내용을 잘 알고 여법하게 실천하여 금생의 행복과 내생의 행복, 더 나아가 출세간의 행복까지 누리길 기원합니다.

- 비구 일창 담마간다 지음, '가르침을 배우다' P.239~244, 도서출판 불방일(2021)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① 바른 생계로 재산을 늘린다. 오계를 어기지 않고 무기, 사람, 가축, 술, 독 장사를 하지 않는다.

② 얻은 수입의 1/4은 생활비로, 1/2은 사업에 재투자하여 수입을 늘리는 데, 1/4은 저축하여 재난에 대비하는 데 쓴다.

③ 음주, 밤에 배회하는 것, 구경거리를 보러 다니는 것, 노름, 나쁜 친구와 사귀는 것, 게으름에 빠지는 것, 이성에 빠져 재산을 잃지 않는다.

④ 이렇게 얻은 재산으로 금생의 행복을 누린다. 수입보다 지출이 넘어서지 않도록 적당하게 누리고, 일부분을 선행하는 데 써 공덕을 짓고, 빚을 지지 않고, 몸과 말과 마음으로 악행을 삼가 비난받지 않는다.

⑤ 더 나아가 부처님을 믿고, 오계를 지키고, 아낌없이 보시하고, 수행을 통해 통찰지를 갖춰 내생의 행복과 출세간의 행복을 짓는다.

 

 

8. 여섯 가지 방향은 무엇인가?

(6) 육방을 감싸는 자

27. "장자의 아들이여, 어떻게 해서 성스러운 제자는 육방을 감싸는 자가 되는가? 장자의 아들이여, 이들 여섯 방향을 알아야 한다. 동쪽 방향은 부모라고 알아야 한다. 남쪽 방향은 스승이라고 알아야 한다. 서쪽 방향은 자식과 아내라고 알아야 한다. 북쪽 방향은 친구와 동료라고 알아야 한다. 아래 방향은 하인과 고용인들이라고 알아야 한다. 위 방향은 사문과 바라문이라고 알아야 한다."²⁹⁷⁾

²⁹⁷⁾ "부모는 앞에서 도와주시기 때문에 동쪽(puratthimā, 앞쪽) 방향이라고 알아야 한다. 스승은 보시를 드려야 하기(dakkhiṇeyya) 때문에 남쪽(dakkhiṇā) 방향이다. 자식과 아내는 뒤에서 따라오기 때문에 서쪽(pacchimā, 뒤쪽)이다. 친구와 동료를 의지해서 특별한 괴로움을 건너기(uttarati) 때문에 북쪽(uttarā) 방향이다."(DA.iii.952)

- 각묵스님 옮김, '디가 니까야 제3권' P.326, 초기불전연구원(2005)

 

'여섯 방향을 감싼다'는 것은 재가자가 각자의 위치에서 행해야 할 의무를 뜻하는 것과 같다. 여섯 방향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주석서에서는 여섯 방향과 그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먼저 부모는 앞에서pubba 도와주기 때문에 동쪽puratthimā 방향이라고 알아야 합니다. 스승은 공양을 받아야 할dakkhiṇeyya 존재이기 때문에 남쪽dakkhiṇā 방향입니다. 자식과 아내는 뒤에서piṭṭhito 따라오기 때문에 서쪽pacchimā 방향입니다. 친구와 동료는 그들을 의지해서 특별한 괴로움을 건너기uttarati 때문에 북쪽uttarā 방향입니다. 하인과 직원들은 발 주위에pādamūle 확립하기 때문에 아래heṭṭhimā 방향입니다. 사문·바라문은 덕목으로 위에upari 있기 때문에 위uparimā 방향입니다.

- 비구 일창 담마간다 지음, '가르침을 배우다' P.244~245, 도서출판 불방일(2021)

 

이로써 여섯 방향이 성립되는 이유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① 부모: 앞에서pubba 도와줌 → 동쪽puratthimā(= 앞쪽)

     *Sk. Pūramti: 앞으로 나아가다 → 동쪽은 해가 뜨는 방향 =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

② 스승: 보시를 드려야 할dakkhiṇeyya 존재임 → 남쪽dakkhiṇā

③ 자식과 아내: 뒤에서piṭṭhito 따라오는 존재임 → 서쪽pacchimā(= 뒤쪽)

     *Sk. Pacchati: 뒤로 물러나다 → 서쪽은 해가 지는 방향 = 뒤로 물러나는 방향

④ 친구와 동료: 그들을 의지해서 괴로움을 건넘uttarati → 북쪽uttarā

⑤ 하인과 고용인: 발 주위에pādamūle 있음 → 아래heṭṭhimā

⑥ 사문과 바라문: 덕목으로 위에upari 있음 → 위uparimā

 

 

① 동쪽 방향 - 부모

28. "장자의 아들이여, 아들은 다음의 다섯 가지 경우로 동쪽 방향인 부모를 섬겨야 한다. '나는 그분들을 잘 봉양할 것이다. 유산인 [부모의 훈육대로] 잘 실천할 것이다. 부모가 돌아가시면 그분들을 위해서 보시를 잘할 것이다.'라고. 장자의 아들이여, 이와 같이 아들은 동쪽 방향인 부모를 섬긴다.

그러면 부모는 다시 다음의 다섯 가지 경우로 아들을 사랑으로 돌본다. 사악함으로부터 멀리하게 한다. 선(善)²⁹⁸⁾에 들어가게 한다. 기술을 배우게 한다. 어울리는 아내와 맺어준다. 적당한 때 유산을 물려준다.

장자의 아들이여, 이러한 다섯 가지 경우로 아들은 동쪽 방향인 부모를 섬기고 부모는 다시 이러한 다섯 가지 경우로 아들을 사랑으로 돌본다. 이렇게 해서 동쪽 방향은 감싸지게 되고 안전하게 되고 두려움이 없게 된다.

²⁹⁸⁾ 여기서 선(善)은 '좋은, 선한'이라는 일반적인 뜻을 가진 kalyāṇa의 역어이다. 그래서 kalyāṇa-mitta는 선우로 옮겨지며...

- 각묵스님 옮김, '디가 니까야 제3권' P.326~327, 초기불전연구원(2005)

 

자식의 의무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부모를 봉양해야 합니다. 자신을 낳아서 먹여주고 목욕시켜 주고 키워주고 부양해 준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 그들이 연로했을 때 씻겨 드리고 먹여 드리는 등으로 봉양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 할 수 있는 만큼 부모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해 드려야 합니다.

세 번째로 가문의 전통을 이어야 합니다. 부모의 재산인 토지나 황금 등이 소실되지 않도록 지키는 것도 전통을 잇는 것에 해당됩니다. 만약 부모가 정기적으로 사문과 바라문에게 공양을 올렸다면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도 그대로 이어서 공양을 올려야 합니다. 만약 나쁜 전통이 있었다면 그것을 자식의 대에서 끊는 것도 전통을 올바르게 잇는 것입니다.

네 번째는 상속받기에 적당하게 행동해야 합니다. 올바르게 행동하지 않는 자식에게 부모는 유산을 물려주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부모가 돌아가신 뒤에는 계를 잘 지키는 분들에게 보시를 한 뒤 그 공덕을 돌아가신 부모를 대상으로 회향해야 합니다...

- 비구 일창 담마간다 지음, '가르침을 배우다' P.245~246, 도서출판 불방일(2021)

 

자식의 의무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① 부모가 연로했을 때 잘 봉양한다.

② 할 수 있는 만큼 부모의 일을 대신해드린다.

③ 가문의 유산을 잘 지키고, 가문의 유익한 전통을 잘 잇는다. 가문의 나쁜 전통은 끊는다.

④ 올바르게 행동하여 부모로부터 상속을 받는다.

⑤ 부모가 돌아가시면 보시한 공덕을 부모에게 회향한다.

 

회향(pattidāna)의 경우 특히 돌아가신 부모님이 시아귀(paradattūpajīvikapetā)로 태어났다면 자식이 보시한 후 회향한 것으로 살아갈 수 있고, 보시 공덕을 쌓기 어려운 천신 등으로 태어났다면 회향한 것을 기뻐함으로써 같은 보시 공덕을 천신에게도 생겨나게 할 수 있다. 이렇게 보시한 것을 회향함으로써 부모의 은혜에 보은하는 것은 자식의 의무 중 하나이다.

 

이렇게 다섯 가지 경우로 자식은 부모를 섬긴다. 부모의 의무는 다음과 같다.

먼저 앞에서 설명했던 열 가지의 악행 등을 자식이 행하면 그것을 제지해 주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열 가지 선행과 열 가지 공덕행 토대 등 선행을 하도록 권장해야 합니다.

세 번째로 기술이나 학문을 닦고 연마하도록 교육시켜 주어야 합니다. 부처님 당시, 각각 팔억 냥이나 되는 재산을 가진 부호들이 자신의 아들과 딸이 피곤해할까 염려하여 어떠한 종류의 학문이나 기술, 재산을 관리하는 방법 등을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나중에 결혼했고, 부모들이 죽자 그 재산을 모두 다 낭비한 채 마지막에는 동냥그릇을 들고 구걸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노력만 했다면 세간적으로는 그 도시의 제일의 부자, 출세간적으로는 아라한이나 아나함까지 될 수 있었던 이들이었지만 젊어서 세간적인 학문, 출세간적인 수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간의 이익, 출세간의 이익을 놓쳐버린 것입니다(Dhp.155, 156 일화). 물론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부모라면 자식으로 하여금 세간의 학문과 기술, 출세간의 수행을 할 수 있도록 권선해야 합니다.

네 번째로 적당한 배우자와 결혼을 시켜 주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자식이 사업을 할 때나 결혼을 할 때 등 적당한 때에 도움을 주는 등으로 유산을 상속시켜 주어야 합니다.

아나타삔디까 장자의 아들 깔라Kāla의 예를 소개하겠습니다. 깔라는 처음에는 부처님의 법문을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장자는 용돈이라는 방편을 사용했습니다. 부처님께서 머무시는 정사에서 포살을 준수하며 하룻밤만 머물고 온다면 백 냥을 준다고 한 것입니다. 깔라는 용돈 때문에 그대로 따랐습니다. 다음에 장자는 아들에게 게송을 외워 오면 천 냥을 주겠다고 했고, 깔라는 법문을 경청하며 외우려 했습니다... 계속 법문을 경청하던 깔라는 결국 법문을 듣는 중에 수행이 진전되어 수다원이 되었습니다(Dhp.178 일화). 수다원이 되면 사악처에서 벗어나고, 아무리 많이 태어나도 일곱 생 안에 모든 윤회에서 벗어납니다. 이러한 최상의 유산을 스스로도 가지고 자식에게도 물려주어야 할 것입니다.

- 비구 일창 담마간다 지음, '가르침을 배우다' P.246~247, 도서출판 불방일(2021)

 

부모의 의무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① 자식의 악행을 제지한다. (십불선업도)

② 자식의 선행을 권장한다. (십선업도, 열 가지 공덕행 토대)

③ 자식에게 세간과 출세간의 이익을 교육시킨다. (세간의 학문과 기술 및 재산을 관리하는 방법, 출세간의 수행)

④ 자식에게 어울리는 배우자를 맺어준다.

⑤ 자식에게 적당한 때에 세간과 출세간의 유산을 물려준다. (사업을 할 때, 결혼을 할 때, 법의 유산)

 

이렇게 다섯 가지 경우로 부모는 자식을 사랑으로 돌본다.

 

 

② 남쪽 방향 - 스승들

29. "장자의 아들이여, 제자는 다음의 다섯 가지 경우로 남쪽 방향인 스승들을 섬겨야 한다. 일어나서 맞이하고 섬기고 배우려 하고 개인적으로 시봉하고 기술을 잘 배운다. 장자의 아들이여, 이와 같이 제자는 남쪽 방향인 스승들을 섬긴다.

그러면 스승들은 다시 다음의 다섯 가지 경우로 제자를 사랑으로 돌본다. 잘 훈육되도록 훈육한다. 잘 이해하도록 이해시킨다. 기술을 모두 다 배우도록 잘 가르쳐 준다. 친구와 동료에게 잘 소개해 준다. 모든 곳에서 안전하게 보호해 준다.

장자의 아들이여, 이러한 다섯 가지 경우로 제자는 남쪽 방향인 스승들을 섬기고 스승들은 다시 이러한 다섯 가지 경우로 제자를 사랑으로 돌본다. 이렇게 해서 남쪽 방향은 감싸지게 되고 안전하게 되고 두려움이 없게 된다."

- 각묵스님 옮김, '디가 니까야 제3권' P.327, 초기불전연구원(2005)

 

자식이 부모를 섬기고 부모가 자식을 사랑으로 돌보듯이, 제자는 스승을 섬기고 스승은 제자를 사랑으로 돌본다. 자식이 다섯 가지 의무를 행하고 부모가 다섯 가지 의무를 행하듯이, 제자도 다섯 가지 의무를 행하고 스승도 다섯 가지 의무를 행한다. 마치 업과 과보의 관계처럼 부처님이 말씀하시는 모든 관계에서의 각자의 의무가 서로 쌍방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제자의 다섯 가지 의무와 관련한 해설은 다음과 같다.

남쪽스승 서서맞아 시중들고 학문열의
시봉하고 기술배워 제자의무 다섯가지

먼저 주석서에서는 제자라면 스승이 멀리서 오는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환영하면서 손에 있는 물건을 받아 들고 자리를 마련하여 모시고 부채질을 해 드리고 발을 씻겨 드리고 발에 기름을 발라 드려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내용을 참고로 해서 할 수 있는 만큼 현대에 맞게 스승을 맞이하면 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시중을 들어야 합니다. 당시에는 보통 스승이 계시는 곳에서 머물며 배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주석서에서는 매일 세 번 수시로 시중을 들며 배워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지금이라면 스승이 필요로 하는 일들을 성의껏 도와 드리면서 배우면 됩니다. '나는 다 알아'라고 하면서 스승에 대한 의무를 저버려서는 안 됩니다.

세 번째는 열의를 가져야 합니다. 스승이 가르칠 때 믿음을 가지고 열의를 다해 경청해야 합니다. '내가 스승보다 더 잘 안다'라고 하면서 교만해서는 안 됩니다.

네 번째는 시봉해야 합니다. 앞에서 시중을 드는 것이 하루에 세 번 정기적으로 행해야 하는 것을 말했다면 이 '시봉'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작은 봉사를 말합니다. 즉 아침에 세숫물과 칫솔을 준비하는 것, 식사할 때 여러 가지 필요한 것을 준비하는 것, 옷을 세탁해 드리는 것, 아플 때 간호하는 것 등을 주석서에서는 언급했습니다. 이것도 현대에 맞게 스승에게 필요한 대로 시봉하면 될 것입니다.

다섯 번째는 몇 번이고 배우고 익혀서 성실하게 학문과 기술을 습득해야 합니다.

- 비구 일창 담마간다 지음, '가르침을 배우다' P.247~248, 도서출판 불방일(2021)

 

제자의 다섯 가지 의무는 다음과 같다.

 

① 스승을 서서 맞이하고, 자리를 마련하여 모신다.

② 정기적으로 스승의 시중을 들고, 스승이 필요로 하는 일들을 성심껏 도와 드린다.

③ 스승의 가르침을 믿음과 열의를 가지고 경청하여 배운다.

④ 스승의 개인적인 필요에 따라 수시로 시봉한다.

⑤ 성실하게 학문과 기술을 배우고 습득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자아를 버리고 무아를 체득하며, 탐욕을 버리고 탐욕 없음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말씀하시는 것처럼, 자식과 제자로서의 재가자는 스스로를 내세우거나 방종하지 않고 하심(下心)으로서 마음을 다하여 윗사람을 섬겨야 함을 알 수 있다. 만해 한용운의 시에서 자유보다 아름다운 복종을 말한 것이 생각나는 대목인데, 끝없이 에고와 자기 자신을 내세우면서 '이것이 나다, 이것이 나의 자아이다, 이것은 내 것이다'는 견해가 강해질 수 있는 현대인의 문화와 의식 체계가 이러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역행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스승의 다섯 가지 의무에 대한 해설은 다음과 같다.

훈육하고 이해시켜 기술교육 소개시켜
모든곳에 보호해야 남쪽스승 의무다섯

먼저 단지 학문이나 기술뿐만 아니라 "그대는 이와 같이 앉아야 한다. 이와 같이 서야 한다. 이와 같이 먹어야 한다. 악한 친구를 멀리 해야 한다. 선한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라는 등으로 올바르게 행동하도록 훈육해야 합니다. 요즈음은 각각 학과목만 가르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러한 내용까지 가르침에 포함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불자로서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할 수 있는 만큼 몸과 말과 마음의 행위를 올바르게 하도록 훈육하면 좋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가르칠 때 의미와 표현을 명확히 하여 내용을 잘 이해시켜야 합니다. '가르치면 내 시간이 줄어든다'라고 하면서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세 번째는 자신이 아는 모든 기술, 학문을 다 배울 수 있도록 가르치고 교육시켜야 합니다.

네 번째는 다른 친구나 동료에게 "이 학생은 나의 제자인데 현명하고 박식하여 나와 대등한 정도의 학문과 기술을 가졌다"라는 등으로 소개시켜 주어야 합니다.

다섯 번째는 여러 위험으로부터 언제 어디서나 보호해 주어야 합니다. 특히 선생님이라면 자신이 맡은 반, 더 나아가 학교 전체 학생들이 여러 위험과 장애에서 벗어나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학문을 닦을 수 있도록 자애를 보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 비구 일창 담마간다 지음, '가르침을 배우다' P.248~249, 도서출판 불방일(2021)

 

스승의 다섯 가지 의무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① 먼저 바른생활, 악을 멀리하고 선을 권장하는 도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잘 훈육한다.

② 가르칠 때 의미와 표현을 명확히 하여 내용을 잘 이해시킨다.

③ 자신이 아는 모든 학문과 기술을 다 배울 수 있도록 가르친다.

④ 자신이 아는 친구와 동료들에게 제자를 잘 소개해 준다.

⑤ 여러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학문과 기술을 닦을 수 있도록 자애를 보낸다.

 

이렇게 다섯 가지로 스승은 자신을 섬기는 제자를 사랑으로 돌본다.

 

 

③ 서쪽 방향 - 아내

30. "장자의 아들이여, 남편은 다음의 다섯 가지 경우로 서쪽 방향인 아내를 섬겨야 한다. 존중하고, 얕보지 않고, 바람피우지 않고, 권한을 넘겨주고, 장신구를 사준다. 장자의 아들이여, 이와 같이 남편은 서쪽 방향인 아내를 섬긴다.

그러면 아내는 다시 다음의 다섯 가지 경우로 남편을 사랑으로 돌본다. 맡은 일을 잘 처리하고, 주위 사람들을 잘 챙기고, 바람피우지 않고, 가산을 잘 보호하고, 모든 맡은 일에 숙련되고 게으르지 않다.

장자의 아들이여, 이러한 다섯 가지 경우로 남편은 서쪽 방향인 아내를 섬기고 아내는 다시 이러한 다섯 가지 경우로 남편을 사랑으로 돌본다. 이렇게 해서 서쪽 방향은 감싸지게 되고 안전하게 되고 두려움이 없게 된다."

- 각묵스님 옮김, '디가 니까야 제3권' P.327~328, 초기불전연구원(2005)

 

아내에 대한 남편의 의무에 관한 해설은 다음과 같다.

서쪽아내 존중하고 멸시않고 배신않고
권한부여 장식선물 남편의무 다섯가지

먼저 아내를 존중해야 합니다. "야, 이봐"라는 등으로 거칠게 불러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두 번째로 노예나 하인을 때리고 학대하며 말하는 것처럼 경멸하면서 말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다른 사람들 앞에서 멸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세 번째로 부인 외에 다른 여인을 마음에 두거나 사귀는 것을 '배신'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렇게 삿된 음행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네 번째로 권한을 부여해야 합니다. 주석서에서는 여성들의 경우 아무리 좋은 장신구를 얻는다 하더라도 부엌을 관장할 수 없다면 분노한다고, 부엌을 맡기면 모든 권한을 맡기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현대에 맞게 적용시키자면 살림에 관련된 경제권이나 그 이상의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시대가 바뀐 것을 감안하여 적절하게 적용하여 실천하면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부에 알맞은 장신구를 제공해야 합니다. 주석서에 '자신의 부에 알맞은'이라는 수식어가 분명하게 붙었습니다. 아내라면 이 사실을 명심하고 '지나치게 비싼' 장신구를 요구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여기서 이러한 세심한 내용까지 설해 주신 부처님의 대연민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 비구 일창 담마간다 지음, '가르침을 배우다' P.250~251, 도서출판 불방일(2021)

 

즉, 남편은 서쪽 방향인 아내에 대해서

 

① 거칠게 부르지 않고 존중한다.

② 얕보거나 멸시하는 말과 행동을 하지 않는다.

③ 바람피우거나 삿된 음행을 하지 않는다.

④ 살림에 관한 권한, 혹은 경제권을 맡긴다.

⑤ 자신의 부에 맞는 장신구를 사준다.

 

가정을 이끌어가는 가장으로서 남편의 의무는 좋은 리더가 구성원들을 섬기는 방법들과 비슷하다. 파트너인 아내를 존중하고, 신의를 저버리지 않고, 아내의 영역을 인정하여 맡기고, 때때로 아내의 행복과 복지를 위한 지출을 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즉, 멸시하거나 착취하지 않고 존중하고 이익되게 하며 진정으로 아내의 행복과 복지를 위해야 한다.

 

반대로 아내의 남편에 대한 의무와 관련된 해설은 다음과 같다.

일잘하고 친절하고 배신않고 재산보호
모든일에 부지런해 서쪽아내 의무다섯

먼저 죽이나 음식을 요리하는 시간 등을 어기지 않고 그때그때 잘 처리하고 잘 안배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 자신의 친지는 물론이고 남편이나 남편의 친지에게도 동등하게 존경을 표시하거나 선물을 하거나 도움을 주는 것 등으로 친절을 베풀어야 합니다.

세 번째는 남편의 의무와 마찬가지로 남편 외에 다른 남성을 마음에 두거나 사귀면서 삿된 음행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네 번째는 남편의 의무 네 번째에 맞게 남편이 경제권을 부여했다면 그렇게 남편이 힘들게 번 재산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다섯 번째 아내로서 해야 할 모든 일에 있어 게으르지 않고 부지런히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아내의 의무와 관련해서 일곱 종류의 아내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겠습니다.

살도주모 매우비의 일곱종류 아내중에
살도주는 지옥가고 모매우비 선처가네

다른 남성을 좋아하고 자신의 남편을 무시하는 아내는 살인자와 같은 아내입니다(殺, 죽일 살).
남편이 힘들게 번 재산을 전부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그것을 낭비하면서 지내는 아내는 도둑과 같은 아내입니다(盜, 도둑 도).
아내로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게으르게 지내면서 욕설을 하며 남편을 시키는 아내는 주인과 같은 아내입니다(主, 주인 주).

마치 어머니가 자식을 보호하듯 남편과 남편이 벌어다 준 재산을 잘 보호하는 아내는 어머니와 같은 아내입니다(母, 어미 모).
마치 누이가 오빠를 존중하듯 남편을 존중하는 아내는 누이와 같은 아내입니다(妹, 누이 매).
진정한 친구처럼 돌보아 주는 아내는 친구와 같은 아내입니다(友, 벗 우).
노예가 주인에게 헌신하듯 어떠한 경우에도 화를 내지 않고 잘 따르는 아내는 노예와도 같은 아내입니다(婢, 계집종 비).

이 중에 살인자, 도둑, 주인과 같은 아내는 지옥에 태어나고 나머지는 선처에 태어난다고 부처님께서 설하셨습니다(A7:59). 물론 현대 사회의 사정에 그대로 적용시킬 수 있는가의 문제는 있지만 할 수 있는 만큼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숙고해서 따르면 좋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훌륭하게 남편의 의무와 아내의 의무를 다하는 부부가 현생은 물론이고 다음 생에도 함께 하려면 어떠한 법을 닦아야 할까요? 이것은 앞서 재가자에게 내생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덕목과 동일합니다. 즉 부처님의 덕목에 대한 믿음과 오계의 준수, 아낌없이 베푸는 보시, 네 가지 진리를 꿰뚫어 아는 통찰지입니다. 이러한 네 가지 덕목을 서로 동등하게 갖춘다면 현생은 물론이고 내생에도 서로서로 보게 될 것입니다(A4:55).

남편아내 현생내생 함께하길 원한다면
믿음지계 베풂지혜 동등하게 가져야해

- 비구 일창 담마간다 지음, '가르침을 배우다' P.251~253, 도서출판 불방일(2021)

 

아내는 남편을 다음과 같이 사랑으로 돌본다.

 

① 요리와 같은 안살림을 잘 처리하고 시간을 어기지 않는다.

② 남편과 양가의 친지들을 잘 챙기고 친절하게 대한다.

③ 바람피우거나 삿된 음행을 하지 않는다.

④ 남편이 힘들게 번 재산을 잘 관리한다.

⑤ 아내로서 하는 일에 숙련되고 게으르지 않는다.

 

앞서 남편을 가정을 이끄는 리더에 비유했다면, 아내는 좋은 팔로어십을 보여줘야 함을 알 수 있다. 맡은 일에 숙련되고 게으르지 않는다. 남편에 대한 신의를 지킨다. 가문과 연관된 모든 분들을 잘 챙기고 친절하게 대한다. 집안일을 잘하고 남편을 편하게 잘 도와주는, 대체로 내조를 잘하는 '현모양처'의 상과 비슷하다 할 수 있겠다.

 

해설에는 일곱 종류의 아내에 대한 내용도 있다.

 

① 살인자와 같은 아내: 다른 남성을 좋아하고 자신의 남편을 무시한다.

② 도둑과 같은 아내: 남편이 힘들게 번 재산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낭비하며 지낸다.

③ 주인과 같은 아내: 아내로서 해야 할 일은 게으르면서 욕설을 하며 남편을 시킨다.

 

이 세 가지 종류의 아내는 앞서 살펴본 아내의 의무와 배치된다. 이러한 아내들은 지옥에 간다.

 

④ 어머니와 같은 아내: 남편, 남편이 벌어다 준 재산을 어머니가 자식을 보호하듯 보호한다.

⑤ 누이와 같은 아내: 누이가 오빠를 존중하듯 남편을 존중한다.

⑥ 친구와 같은 아내: 진정한 친구처럼 남편을 돌본다.

⑦ 노예와 같은 아내: 노예가 주인에게 헌신하듯 어떠한 경우에도 화를 내지 않고 남편을 잘 따른다.

 

이 네 가지 종류의 아내는 앞서 살펴본 아내의 의무와 합치한다. 이러한 아내들은 선처에 태어난다.

 

다섯 가지 아내의 의무와 일곱 종류의 아내와 관련된 부처님의 가르침은 앞서 제자가 스승을 하심(下心)으로 섬기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제자가 스승을, 하인과 고용인이 주인을 업신여기면 모든 덕목이 무너지는 것처럼 아내 역시 남편을 하심으로 섬겨야 함을 알 수 있다. 앞서 남편 역시 아내를 존중하며 섬겨야 한다는 내용처럼, 현대 사회에서 자신의 본분과 의무는 잊고 상대에게 자신의 욕심만을 내세우는 것이 횡행하는 에고(ego)의 문화는 부처님이 연민으로 가르쳐주신 남편과 아내의 의무를 어기게 되는 삿된 견해가 될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④ 북쪽 방향 - 친구와 동료

31. "장자의 아들이여, 선남자는 다음의 다섯 가지 경우로 북쪽 방향인 친구와 동료들을 섬겨야 한다. 베풀고, 친절하게 말하고, 그들에게 이익이 되도록 행하고, 자기 자신에게 하듯이 대하고, 언약을 어기지 않는다. 장자의 아들이여, 이와 같이 선남자는 북쪽 방향인 친구와 동료들을 섬긴다.

그러면 친구와 동료들은 다시 다음의 다섯 가지 경우로 선남자를 사랑으로 돌본다. 취해 있을 때 보호해 주고, 취해 있을 때 소지품을 보호해 주고, 두려울 때 의지처가 되어 주고, 재난에 처했을 때 떠나지 않고, 그의 자녀들을 존중한다...

- 각묵스님 옮김, '디가 니까야 제3권' P.328, 초기불전연구원(2005)

 

친구에 대한 선남자의 의무에 관한 해설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베풀어야 합니다. 앞서 받기만 하는 이는 나쁜 친구라고 설명했었습니다.

두 번째로 아무리 친하더라도 부드럽고 친절한 말을 해야 합니다. 친분을 핑계로 아무렇게나 부르거나 거칠게 말해서는 안 됩니다.

세 번째로 친구에게 이익이 되는 행위를 해 주어야 합니다. 세간적인 이익은 물론이고 출세간적인 이익까지 할 수 있는 만큼 생겨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네 번째로 자신처럼 생각해야 합니다. 항상 처지를 바꿔 친구를 배려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정직해야 합니다. 주석서에서는 가지고 있는 물건을 친구가 부탁했을 때 핑계를 대며 속이지 말고 정직하게 주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 비구 일창 담마간다 지음, '가르침을 배우다' P.253~254, 도서출판 불방일(2021)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① 친구에게 잘 베푼다.

② 아무리 친하더라도 부드럽고 친절하게 말한다. 친구에게 거칠게 말하지 않는다.

③ 친구에게 이익이 되는 행위를 해주고, 세간과 출세간의 이익이 있는 선한 일에 친구가 동참하도록 권선한다.

④ 역지사지의 자세로 친구를 자기 자신에게 하듯이 대한다.

⑤ 약속을 어기지 않고 정직하게 행동한다.

 

베풀고, 이익을 주고, 정직하고, 부드럽고 친절하게 말하는 친구는 모두에게 사랑받는다. 특히 남자들은 어릴 적부터 친구이거나 격의 없는 친구라 하여 친구에게 함부로 말하거나 거칠게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이가 들수록 조금의 부적절한 언행에도 쉽게 의가 상하고 관계가 끊어질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친분에 관계없이 거친 언행보다는 부드러운 언행을 하고 예의를 지키는 것이 더 현명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상대방인 친구는 다음의 다섯 가지 의무를 가지는데, 그중 앞의 네 가지는 앞서 좋은 친구에 대해 설명할 때 살펴본 것과 같다.

 

① 친구가 취했을 때 보호해 준다.

② 친구가 취했을 때 소지품과 재물을 보호해 준다.

③ 친구가 두려워할 때 의지처가 되어준다.

④ 친구가 재난, 곤경에 처했을 때 떠나지 않는다.

⑤ 친구의 자녀들을 존중한다.

 

일창 스님의 해설에 따르면 친구의 자녀들을 존중하는 것은 친구의 자식들, 손자, 손녀들도 마치 자신의 자식, 손자, 손녀처럼 대하며 축하할 일에는 축하해 주고 도움을 줘야 하는 일에는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

 

 

⑤ 아래 방향 - 하인과 고용인

32. "장자의 아들이여, 주인은 다음의 다섯 가지 경우로 아래 방향인 하인과 고용인들을 섬겨야 한다. 힘에 맞게 일거리를 배당해 주고, 음식과 임금을 지급하고, 병이 들면 치료해 주고, 특별히 맛있는 것을 같이 나누고, 적당한 때에 쉬게 한다. 장자의 아들이여, 이와 같이 주인은 아래 방향인 하인과 고용인들을 섬긴다.

그러면 하인과 고용인들은 다시 다음의 다섯 가지 경우로 주인을 사랑으로 돌본다. 먼저 일어나고, 나중에 자고,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일을 아주 잘 처리하고, [주인]에 대한 명성과 칭송을 달고 다닌다...

- 각묵스님 옮김, '디가 니까야 제3권' P.329, 초기불전연구원(2005)

 

하인과 고용인은 현대에는 직원일 것이다. 이에 대한 해설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일을 배분할 때는 나이나 성별, 능력에 맞게 배분해야 합니다. 나이가 젊은지 많은지, 여성인지 남성인지, 어떠한 일을 잘 하는지 등에 따라서 알맞게 배분해야 한다고 주석서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육체의 힘이 좋은지, 지혜의 힘이 좋은지 등으로 능력도 고려해서 배분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급식지급'이라는 표현에서 '급'이라는 단어로는 봉급을, '식'이라는 단어로는 음식을 나타냈습니다. 일의 양, 성취 정도에 맞게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음식'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도 살펴볼 만합니다. 물론 당시에는 하인이나 노에처럼 한집에서 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음식의 지급은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내용일 것입니다. 지금, 현대 사회에서 직장에서 급료는 물론이고 급식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불자인 고용주라면 부처님의 말씀을 통해 반성해 보아야 합니다.

세 번째로 직원 중에 환자가 있으면 돌보아야 합니다. 주석서에서는 "아플 때에는 일을 시키지 않고 적절한 약 등을 주어 보살펴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직원이 아플 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사내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진정으로 직원들이 쾌유하기를 바라는 자애와 연민의 마음이 있다면 말의 자애나 행동의 자애로 나타날 것입니다.

네 번째로 '나눠 먹고'라는 표현에 대해서 "희유하고 아주 맛있는 음식을 얻으면 혼자 먹지 말고 함께 나누어야 한다"라고 주석서에서는 음식을 대표로 설명했지만 현대 사회에 맞게 고용주라면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지 말고 직원들과 할 수 있는 만큼 나누면서 사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사는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휴식을 제공해야 하는데 주석서에서는 정기 휴일과 임시 휴일로 나누어 설명했습니다. 매주 일요일 등으로 정해진 휴일이 정기 휴일입니다. 상을 당했을 때나 아플 때, 혹은 결혼식이나 경사가 있을 때 등으로 꼭 필요한 때에 보장되는 휴일이 임시 휴일입니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휴식, 휴일을 제공하도록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고용주라면 노력해야 합니다. 이러한 내용을 통해서 2천500여 년 전 이미 부처님께서는 직원들의 적당한 임금, 건강, 휴식보장 등 직장 내에서의 복지에 대해 설하셨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 비구 일창 담마간다 지음, '가르침을 배우다' P.256~257, 도서출판 불방일(2021)

 

사용자는 사용인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무를 가진다.

 

① 나이, 성별, 능력에 맞게 일거리를 배분한다.

② 일의 양과 성취에 맞게 임금을 지급하고, 음식도 챙겨준다.

③ 직원이 병이 들면 휴식을 보장하고 치료해 주고 보살핀다.

④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지 않고 직원들과 할 수 있는 만큼 나누면서 산다.

⑤ 적당한 때에 쉬게 하고, 정기 휴일과 임시 휴일을 제공한다.

 

고용주인 불자는 직원들에게 적절하게 일거리를 분배하고, 이익을 지급하고, 휴식과 건강을 챙겨줌으로써 직장 내에서 직원들에게 높은 삶의 질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반대로 직원들의 의무에 대한 해설은 다음과 같다.

먼저기상 나중취침 만족하고 일잘하고
주인명성 칭송해야 아래직원 의무다섯

여법하게 대해주는 고용주에 대해서 직원이라면 첫 번째로 먼저 일어나고, 두 번째로 늦게 자야 한다고 부처님께서 설하셨습니다. 이것은 부처님 당시 집에서 일하는 하인이나 직원의 경우를 예로 든 것입니다. 현대라면 직장에 조금 먼저 출근하고 조금 늦게 퇴근해야 한다고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시대상황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세 번째로 고용주가 지급하는 대로 만족해야 한다고 설하셨습니다. 즉 임금이 적다고 횡령하거나 속이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만약 부당하다면 적절한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네 번째로는 맡은 일을 잘 해야 합니다. 이것은 기본일 것입니다. '이것을 왜 내가 해야 하는가?'라고 불평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석서에서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고용주가 없는 곳에서 고용주를 험담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좋은 점을 칭송해야 한다고 설하셨습니다.

이렇게 고용주와 직원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걸맞게 의무를 다한다면 화목하고 여법한 직장이 될 것이고 그러한 직장이 넘쳐나는 사회, 국가, 그 직장에서 근무하는 직원, 그 직원의 가정에는 번영과 발전이 함께할 것입니다.

- 비구 일창 담마간다 지음, '가르침을 배우다' P.257~258, 도서출판 불방일(2021)

 

직원의 의무는 다음과 같다.

 

① 직장에 일찍 출근한다.

② 직장에서 늦게 퇴근한다.

③ 주어진 처우에 만족하여 횡령하거나 속이지 않는다.

④ 맡은 일을 잘 처리한다.

⑤ 고용주를 험담하지 않고, 그의 좋은 점을 칭송한다.

 

이렇게 고용주와 직원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맞게 스스로의 의무를 다하여 서로를 섬기고 사랑으로 돌본다.

 

 

⑥ 위 방향 - 사문·바라문

33. "장자의 아들이여, 선남자는 다음의 다섯 가지 경우로 위 방향인 사문·바라문들을 섬겨야 한다. 자애로운 몸의 업으로 대하고, 자애로운 말의 업으로 대하고, 자애로운 마음의 업으로 대하고, 대문을 항상 열어두고, 일용품을 공급한다. 장자의 아들이여, 이와 같이 선남자는 위 방향인 사문·바라문들을 섬긴다.

그러면 사문·바라문들은 다시 다음의 다섯 가지 경우로 선남자를 사랑으로 돌본다. 사악함으로부터 멀리하게 하고, 선(善)에 들어가게 하고, 선한 마음으로 자애롭게 돌보며, 배우지 못한 것을 가르쳐 주고, 배운 것을 깨끗하게 해 주고, 천상으로 가는 길을 드러내어 준다...

- 각묵스님 옮김, '디가 니까야 제3권' P.329~330, 초기불전연구원(2005)

 

존경하는 사문·바라문들을 향한 선남자의 의무는 다음과 같이 살펴볼 수 있다.

부처님께서는 경전에서 "사문samaṇa은 번뇌를 가라앉힌samita 이, 바라문은 번뇌를 내쫓은bāhita 이"라고 설명하셨는데 이는 모두 아라한을 말합니다(M39). 하지만 이것은 대표로 설하신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보통의 출가자들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알아야 합니다.

먼저 재가자라면 이러한 사문·바라문에 대해 몸과 말과 마음으로 자애를 가지고 대해야 합니다. 주석서에서는 몸의 자애로는 비구를 초대하기 위해 승원으로 가는 것, 물을 걸러 드리는 것, 등을 안마해 드리는 것, 발을 주물러 드리는 것 등을, 말의 자애로는 비구들이 마을에 탁발하러 들어온 것을 보고 신자들에게 "공손히 죽을 올리십시오"라고 말하는 것, "훌륭합니다"라고 칭송하는 것, 공손하게 환대의 말을 하는 것 등을, 마음의 자애로는 '우리 집에 방문하는 장로들이 위험이 없기를! 정신적 고통이 없기를!'이라고 자애를 보내는 것을 언급했습니다. 자애란 전혀 대가를 바라지 않고, 그리고 차별을 두지 않고 많은 존재가 진정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고 번영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출가자에 대해 마음으로 자애가 가득하다면 말의 자애, 몸의 자애는 저절로 표출될 것입니다.

네 번째로 '문을 열고'라는 표현은 음식 등 출가자들이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나 자신들에게 청할 수 있는 태도를 말합니다. 주석서에서는 "문을 열어 놓지만 계를 잘 지키는 출가자들에게 아무 도움도 주지 않으면 문을 닫아 놓은 것과 마찬가지고 문은 비록 닫아 놓았지만 보시를 하거나 도움을 준다면 문을 열어 놓은 것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출가자들에게 적당한 시간에 음식을 보시해야 합니다. 부처님 당시는 비구나 비구니 출가자들이 대부분 탁발을 다녔기 때문에 아침에는 죽을, 오전에는 적당한 음식을 공양 올리는 것을 말합니다. 현재 상황에 맞게 의무를 다하면 될 것입니다.

- 비구 일창 담마간다 지음, '가르침을 배우다' P.259~260, 도서출판 불방일(2021)

 

선남자, 재가자는 위 방향인 출가자들에 대해 다음의 의무를 다하며 출가자들을 섬긴다.

 

① 몸의 자애로 대하고

② 말의 자애로 대하고

③ 마음의 자애로 대한다.

④ 음식 등 출가자들이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나 자신들에게 청할 수 있도록 한다.

⑤ 출가자들에게 적당한 때에 음식 등 필수품을 공양 올린다.

 

자애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그 대상의 범위에 한계를 두지 않고 모든 존재가 진정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고 번영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렇게 마음으로 일으킨 자애는 몸과 말로도 나타나며, 그 대상이 되는 존재뿐만 아니라 자애를 보낸 자 스스로도 지은 업에 대한 과보로 지금 여기 혹은 미래에 아름다운 과보가 생겨난다.

 

악행을 없앤다(bāheti)고 해서 브라만(brāhamaṇa), 바라문이라고 한다. 현생에서 윤회에서 벗어나고자 열심히 노력하고, 해탈을 얻고자 전력투구하는 위대한 수행자들에게 그들의 고귀한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몸과 말과 마음으로 수시로 공양을 올린다면 최상의 지혜는 실현되고, 부처님의 법은 계속해서 이어지며, 청신사 청신녀들이 행한 의무는 그들 스스로의 열반의 조건이 될 것이다.

 

악을제지 선을권장 돌봐주고 가르치고
분명하게 천도제시 위의사문 의무여섯

첫 번째로 악을 제지하고, 두 번째로 선을 권장하는 것은 앞서 부모와 자식의 의무에서도 살펴보았듯이 그 의미가 분명합니다. 세 번째로 '돌봐주고'라는 표현은 사문·바라문이라면 '모든 중생이 행복하기를! 위험에서 벗어나기를! 건강하기를!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기를!'이라고 많은 중생에게 번영이 충만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중생들을 돌보아야 한다는 것을 표현했습니다.

네 번째로 신도들이 아직 배우거나 듣지 못한 내용을 가르치고 훈계하고 설법해야 합니다.

다섯 번째로 '분명하게'라는 표현은 이미 배운 것에 대해서도 거듭 그 의미를 분명하게 해 주고 의심을 제거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나타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문·바라문은 중생들에게 "진실한 말을 하는 것, 화를 내지 않는 것, 적은 양이라도 보시하는 것, 이 세 가지를 실천하여 천상세계에 태어난다"라는 등으로(Dhp.224) 천상으로 가는 길을 제시해야 합니다.

- 비구 일창 담마간다 지음, '가르침을 배우다' P.260, 도서출판 불방일(2021)

 

출가자는 재가자에게 다음과 같은 의무를 다한다.

 

① 악을 제지한다.

② 선을 권장한다.

③ 모든 중생을 자애의 마음으로 돌본다.

④ 아직 배우지 못한 것을 가르쳐준다.

⑤ 이미 배운 것의 의미를 분명하게 해 주고 의심을 제거해 준다.

⑥ 천상에 태어날 수 있는 길을 알려준다.

 

악을 제지하고 선을 권장하는 것은 마치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것과 같다. 재가자는 출가자에 의지하여 무엇이 해로운 것인지 알아 행하지 않고, 무엇이 바르게 실천해야 하는 것인지 알아 행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재가자는 출가자에 의지하여 무엇이 천상에 태어날 수 있는 공덕을 쌓는 행위인지, 무엇이 부처님 교법에서 정확하게 알아야 하는 것인지 바르게 듣고 배워야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방향으로 자신을 길들이고 배운 대로 실천하려 노력해야 한다.

 

 

9. 재가자의 율(gihivinaya)을 실천하면 번영만 기대될 뿐 퇴전은 없다.

34. 선서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 뒤 다시 [게송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부모는 동쪽 방향이요
스승들은 남쪽 방향이며
자식과 아내는 서쪽 방향이요
친구와 동료들은 북쪽 방향이며
하인과 고용인들은 아래 방향이요
사문과 바라문들은 위 방향이다.

재가자는 이들 방향에 예배해야 하나니
이렇게 해야 가문을 지킨다고 할 만하다.³⁰¹⁾
³⁰¹⁾"'할 만하다(alam atho).'라는 것은 자식과 아내라는 짐을 지고 집에 거주할 자격이 있다는 말이다."(DA.iii.957)

현자는 계를 구족하고
온화하고 영감을 갖추나니
겸손하고 완고하지 않은
이러한 자는 명성을 얻는다.

일찍 일어나고 게으르지 않고
재난에 처했을 때 떠나지 않으며
흠이 없고 총명한
이러한 자는 명성을 얻는다.

섭수하여 친구로 삼고
친절하게 말하고 인색하지 않으며
인도자요 훈도자요 조정자인
이러한 자는 명성을 얻는다.

이 세상에서 베풀고 친절하게 말하고
그들에게 이익이 되도록 행하며
모든 것들에 대해서 자기 자신에게 하듯이 대하고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적절하게 행하면
이런 요소들이 세상을 돌아가게 하나니
마치 마차 차축의 핀과도 같다.

이런 요소들이 없다면
어머니도 아들이 하는
존경과 예배를 받지 못하며
아버지도 역시 그러하다.

그러므로 이런 요소들은
현자들은 바르게 관찰하나니
그러므로 이런 것들은 위대함을 얻게 되고
칭송이 자자한 것이다."

- 각묵스님 옮김, '디가 니까야 제3권' P.330~332, 초기불전연구원(2005)

 

이상으로 부처님께서 싱갈라에게 훈계한 내용을 다 설명했습니다. 이 훈계의 끝에 싱갈라는 삼보에 귀의하여 사억 냥의 재산을 부처님의 가르침을 위해 보시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도 언급했듯이 지금까지 살펴본 이 <교계 싱갈라 경>에서는 재가자로서 행해야 할 것 중에 설해지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에 이 경은 '재가자의 율gihivinaya'이라고 불립니다. 이 가르침을 듣거나 읽고, 이 가르침에서 설해진 교계에 따라 실천하는 이에게는 번영만 기대될 뿐 퇴전은 없다고 합니다. 따라서 재가자라면 이 재가자의 율을 잘 알도록, 또한 아는 것에만 그치지 말고 직접 실천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 비구 일창 담마간다 지음, '가르침을 배우다' P.261, 도서출판 불방일(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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