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는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어 순차적인 공부지음(anupubba-sikkhā)의 시작이 된다.
부처님께서는 성도하고 나서 제일 먼저 다섯 비구들에게 사성제와 팔정도를 설하셨고 그로부터 5일 뒤에 무상·고·무아에 대한 가르침을 설하셨습니다. 이 법문에 보시에 관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이처럼 보시에 관한 언급 없이 바로 계를 지키고, 계를 바탕으로 선정을 닦고, 선정을 바탕으로 위빳사나 지혜 수행을 하라고 가르치신 것은 법문을 듣는 대상이 이번 생에서 바로 아라한이 될 수 있는 근기를 갖춘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사성제와 팔정도를 설하신 경은 초전법륜경이다.
무상·고·무아에 대한 가르침을 설하신 경은 무아의 특징 경이다.
하지만 부처님께서는 이번 생에 아라한이 될 근기를 갖추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점차적인 가르침을 설하셨습니다. 그때 제일 먼저 가르친 것이 바로 보시이고, 그 다음에 천상에 관한 법문, 감각욕망의 허물과 그것에서 벗어나는 공덕을 차례대로 설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보시를 먼저 설하신 이유는 보시가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보시를 통해 마음을 부드럽게 해서 계율을 지키고 삼매를 닦고 지혜 수행을 실천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해서 법문을 듣는 이의 근기가 성숙되면 그때 사성제의 가르침을 설해 법을 증득하도록 이끄셨습니다.
순차적인 가르침이란 무엇인가?
『맛지마 니까야』 「우빨리 경」 (M56)에서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설하신다.
18. 그러자 세존께서는 우빨리 장자에게 순차적인 가르침을 설하셨다. 보시의 가르침, 계의 가르침, 천상의 가르침, 감각적 욕망들의 재난과 타락과 오염원, 출리의 공덕을 밝혀주셨다.⁵⁴¹⁾ 세존께서는 우빨리 장자의 마음이 준비되고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마음의 장애가 없어지고 마음이 고무되고 마음에 깨끗한 믿음이 생겼음을 아시게 되었을 때 부처님들께서 직접 얻으신 괴로움과 일어남과 소멸과 도라는 법의 가르침을 드러내셨다. 마치 얼룩이 없는 깨끗한 천이 바르게 잘 염색되는 것처럼 그 자리에서 '생긴 것은 무엇이건 모두 멸하기 마련이다.'라는 티끌 없고 때 없는 법의 눈이 우빨리 장자에게 생겼다. 그때 우빨리 장자는 법을 보았고⁵⁴²⁾, 법을 얻었고, 법을 체득했고, 법을 간파했고, 의심을 건넜고, 혼란을 제거했고, 무외를 얻었고(필자 주 - 두려움이 없는 것), 스승의 교법에서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게 되었다.
⁵⁴¹⁾ "'순차적인 가르침(ānupubbi-kathā)'이란 보시에 대해 설하신 다음 계에 대해, 계의 가르침 다음에 천상에 대해, 천상의 가르침 다음에 도에 대해 이렇게 순차적으로 가르침을 설하신 것(anupaṭipāti-kathā)을 말한다.
'보시(dāna)'란 행복의 원인이고, 증득의 뿌리이고, 부의 기반이고, 위험에 처한 자에게 기댈 곳이 되고, 금생과 내생에서 보시와 같은 그런 의지처가 없다는 등으로 보시의 공덕에 대해 설하셨다. ... 그 다음에 보시를 행할 때 계를 성취할 수 있으므로 계의 가르침에 대해 설하셨다.
'계(sīla)'는 의지처이고, 기반이고, 대상이고, 기댈 곳이고, 귀의처고, 행처고, 피안이라는 등으로 계의 공덕에 대해 설하셨다. ... 그 다음에 이 계를 의지하여 천상에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시기 위해 천상의 가르침을 설하셨다.
'천상(sagga)'이란 원하는 것이고, 사랑스러운 것이고, 마음에 드는 것이고, 항상 유희를 즐길 수 있고, 항상 행운이 가득하다는 등으로 천상의 공덕과 관련된 말씀을 하셨다. ...
그리고 나서 이 천상도 무상한 것이니 거기에 탐욕을 갖지 말 것을 가르치시기 위해 "감각적 욕망이란 달콤함은 적고 많은 괴로움과 많은 절망을 주는 것이어서 거기에는 재난이 더 많다."라는 방법으로 '감각적 욕망의 재난과 타락과 오염원'을 설하셨다. ...
이와 같이 감각적 욕망의 재난으로 두려움을 일으키게 하신 뒤 '출리의 공덕(nekkhamme ānisaṃsa)'을 드러내셨다."(MA.iii.89~92)
⁵⁴²⁾ "'법을 보았고(diṭṭha-dhamma)'란 성스러운 진리의 법(사성제, ariya-sacca-chamma)을 보았다는 말이다. 이 방법은 나머지 구절에도 다 적용된다." (MA.iii.92)
- 대림스님 옮김, '『맛지마 니까야』 「우빨리 경」 (M56)' 501-503쪽, 초기불전연구원(2012)
다시 보시에 대한 설명으로 돌아오자.
물론 보시가 직접 열반을 성취하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열반을 성취하게 하는 팔정도나 삼학의 체계적인 가르침을 실천하는 데 큰 바탕이 되기 때문에 보시를 실천해야 하는 것입니다.
보시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선한 이들이 가까이 한다. 좋은 명성이 따른다. 어떤 모임에 가더라도 떳떳하다. 죽은 후 좋은 곳에 태어난다' 는 다섯 가지 이익을 가져다 줍니다. 경전에 보면 사탕수수 한 줄기, 과일 하나 정도의 아주 작은 보시로 천상의 영화를 얻게 된 천신들의 일화가 많이 있습니다.
이처럼 아무리 작은 보시라도 큰 과보를 가져오기는 하지만 보시를 받는 존재에 따라 그 결과는 많이 달라집니다. 개인에게 하는 보시와 승단에게 하는 보시는 그 결과가 다릅니다. 개인에게 하는 보시도 대상에 따라 그 과보가 다릅니다. 축생에게 보시하면 그 결과로 100배⁴⁸²⁾의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계를 지키지 않는 범부에게 보시하면 1,000배, 계를 지키는 범부에게 보시하면 10만 배, 선정이나 신통을 성취한 외도 수행자에게 보시하면 1,000억 배, 수다원 도의 위치에 있는 이에게 보시하면 아승기 배의 결과를 얻는다고 합니다. 그 이상의 수다원 과, 사다함 도, 사다함 과, 아나함 도, 아나함 과, 아라한 도, 아라한 과, 벽지불, 그리고 부처님께 보시하여 얻는 결과는 더이상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⁴⁸²⁾ 주석서에서는 100배의 의미를 100생 동안 장수, 용모, 행복, 힘, 지혜라는 이익을 얻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Ibid., p.364 주 345 참조.
승단에게 하는 보시는 개인에게 하는 보시보다 그 결과가 훨씬 더 큽니다. 승단에게 하는 보시도 대상에 따라 결과가 다릅니다. 부처님이 현존하실 때 부처님을 위시한 전체 비구와 비구니 승단에게 보시하는 것이 제일 과보가 큽니다. 그 다음으로 부처님께서 반열반에 드신 후 전체 비구와 비구니 승단에게 올린 보시, 전체 비구 승단에만 올린 보시, 전체 비구니 승단에만 올린 보시, 일부 비구와 비구니 승단에게 올린 보시, 일부 비구 승단에 올린 보시, 일부 비구니 승단에 올린 보시 등의 차례로 그 과보가 큽니다.
경전에 보면 '여섯 가지 구성 요소를 갖춘 보시의 공덕을 재는 것은 쉽지가 않다'고 하셨습니다. 여섯 가지 구성 요소는 보시하는 이가 보시 하기 전에, 보시할 때, 보시한 뒤 마음이 깨끗하고 기뻐하는 것입니다. 보시를 받는 이는 탐욕을 여의었거나 탐욕을 길들이는 도를 닦고, 성냄을 여의었거나 성냄을 길들이는 도를 닦고, 어리석음을 여의었거나 어리석음을 길들이는 도를 닦는 것입니다. 또한 계행을 지키는 이가, 계행을 지키는 이에게, 보시의 과보가 크다는 믿음을 가지고, 여법하게 얻어진 것을 기쁜 마음으로 보시하면 그 보시는 매우 큰 과보를 가져온다고 네 가지 청정에 대해서 나옵니다.
이와 같은 가르침에 비추어 보면 공덕을 크게 하는 다섯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첫째, 보시하는 사람 스스로가 계를 잘 지켜야 됩니다. 둘째, 계를 잘 지키는 사람에게 보시를 해야 됩니다. 셋째, 살생이나 도둑질 같은 삿된 방법으로 얻지 않고 청정하게 얻은 것을 보시해야 합니다. 넷째, 보시하기 전에도 기뻐하고 보시하면서도 기뻐하고 보시하고 나서도 기뻐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섯째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것은 업과 업의 과보에 대해 확실하게 믿는 신심을 갖고 보시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시를 해서 많은 재산이 소모되었다. 하지만 결코 헛되이 쓴 것이 아니다. 이 보시의 공덕으로 내가 쓴 재산보다 훨씬 더 값진 선업을 계발한 것이다. 재산은 물·불·도적·왕·나쁜 상속자라는 다섯 가지 원수가 언제든지 훔쳐갈 수 있다. 하지만 보시하는 업은 절대 무너뜨릴 수가 없고 내가 열반을 성취할 때까지 윤회하는 생마다 나를 따라다닐 것이다. 나는 윤회하는 생마다 좋은 과보를 받을 것이다. 이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라고 업과 업의 결과에 대해 신심을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상에는 밝음에서 밝음으로 가는 사람, 밝음에서 어둠으로 가는 사람, 어둠에서 어둠으로 가는 사람, 어둠에서 밝음으로 가는 사람의 네 종류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부유하게 태어나서 올바른 법을 듣고 보시를 행해 다음 생에도 부자로 태어납니다. 어떤 사람은 부유하게 태어났지만 올바른 법을 듣지 못해 보시를 행하지 않아 내생에 악처에 태어나거나 사람으로 태어나도 가난하게 태어납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가난하게 태어나서 자기 먹고 살기도 힘드니까 보시를 하지 않아 다음 생에도 또다시 가난하게 태어납니다. 어떤 사람은 가난하게 태어났지만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보시도 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봉사를 했기 때문에 다음 생에 부자로 태어나게 됩니다.
꽃장수 수마나의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이 보시는 아무리 형편이 어려워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지금 형편이 어렵고 재물이 모이지 않는다면 오히려 보시를 더 열심히 해야 합니다. 베풀면 베푼 만큼 분명히 돌아옵니다. 이번 생에 안 돌아오면 다음 생에라도 확실히 돌아옵니다. 과보가 오지 않는 일은 절대 없다는 확고한 믿음을 바탕으로 부지런히 보시바라밀을 실천해야 합니다.
본문에 언급한 것을 분류별로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보시는 다섯 가지 이익이 있다.
1.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2. 선한 이들이 가까이 한다.
3. 좋은 명성이 따른다.
4. 어떤 모임에 가더라도 떳떳하다.
5. 죽은 후 좋은 곳에 태어난다.
개인에게 하는 보시도 보시를 받는 존재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1. 축생에게 보시하면 그 결과로 100생 동안 장수, 용모, 행복, 힘, 지혜라는 이익을 얻는다.
2. 계를 지키지 않는 범부에게 보시하면 1,000생 동안 장수, 용모, 행복, 힘, 지혜라는 이익을 얻는다.
3. 계를 지키는 범부에게 보시하면 10만 생 동안 장수, 용모, 행복, 힘, 지혜라는 이익을 얻는다.
4. 선정이나 신통을 성취한 외도 수행자에게 보시하면 1,000억 생 동안 장수, 용모, 행복, 힘, 지혜라는 이익을 얻는다.
5. 수다원 도의 위치에 있는 이에게 보시하면 아승기 생 동안 장수, 용모, 행복, 힘, 지혜라는 이익을 얻는다.
6. 사다함, 아나함, 아라한, 벽지불, 부처님께 보시하여 얻는 결과는 당연히 그 이상일 것이다.
승단에게 하는 보시는 개인에게 하는 보시보다 더 수승하다.
1. 부처님이 현존하실 때 부처님을 포함한 전체 비구와 비구니 승단에게 보시하는 것이 제일 과보가 크다.
2. 부처님께서 반열반에 드신 후 전체 비구와 비구니 승단에게 올린 보시가 두 번째로 과보가 크다.
3. 전체 비구 승단에 올린 보시가 세 번째로 과보가 크다.
4. 전체 비구니 승단에 올린 보시가 네 번째로 과보가 크다.
5. 일부 비구와 비구니 승단에게 올린 보시가 다섯 번째로 과보가 크다.
6. 일부 비구 승단에 올린 보시가 여섯 번째로 과보가 크다.
7. 일부 비구니 승단에 올린 보시가 일곱 번째로 과보가 크다.
여섯 가지 구성요소를 갖춘 보시의 공덕은 수승하다.
1. 보시하는 이가 보시 하기 전에 마음이 깨끗하고 기뻐한다.
2. 보시하는 이가 보시할 때 마음이 깨끗하고 기뻐한다.
3. 보시하는 이가 보시한 뒤 마음이 깨끗하고 기뻐한다.
4. 보시를 받는 이가 탐욕을 여의었거나 탐욕을 길들이는 도를 닦는다.
5. 보시를 받는 이가 성냄을 여의었거나 성냄을 길들이는 도를 닦는다.
6. 보시를 받는 이가 어리석음을 여의었거나 어리석음을 길들이는 도를 닦는다.
네 가지 청정한 보시가 있으며, 이는 매우 큰 과보를 가져온다.
1. 계행을 지키는 이가 보시한다.
2. 계행을 지키는 이에게 보시한다.
3. 보시의 과보가 크다는 믿음을 가진다.
4. 여법하게 얻어진 것을 기쁜 마음으로 보시한다.
보시의 공덕을 크게 하는 다섯 가지 요소는 다음과 같다.
1. 보시하는 사람 스스로가 계를 잘 지킨다.
2. 계를 잘 지키는 사람에게 보시한다.
3. 살생이나 도둑질 같은 삿된 방법으로 얻지 않고 청정하게 얻은 것을 보시한다.
4. 보시하기 전에도 기뻐하고 보시하면서도 기뻐하고 보시하고 나서도 기뻐한다.
5. 업과 업의 과보에 대해 확실하게 믿는 신심을 갖고 보시한다.
업과 업의 과보에 대해 신심을 내는 것은 다음과 같다.
1. 보시를 해서 재산이 소모되었지만, 내가 쓴 재산보다 훨씬 더 값진 선업을 개발하였다.
2. 재산은 물, 불, 도적, 왕, 나쁜 상속자라는 다섯 가지 원수가 언제든지 훔쳐갈 수 있다.
3. 하지만 보시하는 업은 절대 무너뜨릴 수 없다. 내가 열반을 성취할 때까지 윤회하는 생마다 나를 따라다닐 것이다.
4. 나는 윤회하는 생마다 좋은 과보를 받을 것이다. 이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과보가 오지 않는 일은 없다. 세상에는 이에 따라 네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1. 밝음에서 밝음으로 가는 사람이 있다. 부유하게 태어나서 올바른 법을 듣고 보시를 행해 다음 생에도 부자로 태어난다.
2. 밝음에서 어둠으로 가는 사람이 있다. 부유하게 태어났지만 올바른 법을 듣지 못해 보시를 행하지 않아 악처에 태어나거나 가난하게 태어난다.
3. 어둠에서 어둠으로 가는 사람이 있다. 가난하게 태어나서 자기 먹고 살기도 힘드니까 보시를 하지 않아 다음 생에도 또다시 가난하게 태어난다.
4. 어둠에서 밝음으로 가는 사람이 있다. 가난하게 태어났지만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보시도 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봉사하여 다음 생에 부자로 태어난다.
인용 출처: 일창스님 지음, '부처님을 만나다', 이솔출판(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