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아비담마
업이 빨리 익는가 늦게 익는가? 금생, 내생, 세 번째 이후 생부터 받는 업들과 효력을 상실한 업 (아비담마 길라잡이 5장)
Rihan
2023. 9. 7.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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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과보를 주는 시간에 따라(pāka-kāla-vasena)
과보를 주는 시간에 따라 네 가지 업이 있으니
(1) 금생에 받는 업
(2) 다음 생에 받는 업
(3) 세 번째 생부터 받는 업
(4) 효력을 상실한 업이다.
우리는 인식과정에서 7번의 속행 과정을 거친다.
이 말은 한 인식과정에서 똑같은 업을 7번 짓는다는 말이다.
1️⃣ 첫 번째 자와나는 미약하다. 따라서 금생에 과보를 가져온다.
2️⃣ 마지막 자와나는 두 번째로 약하다. 따라서 내생에 과보를 가져온다.
3️⃣ 2~6번째 자와나는 강하다. 따라서 세 번째 생부터(= 다다음생) 과보를 가져온다.
여기서는 다시 업이 빨리 익는가 늦게 익는가 하는 시간(kāla)의 측면에서 넷으로 나누어 관찰하고 있다.
1. 금생에 받는(diṭṭha-dhamma-vedanīya) 업: '금생'으로 옮긴 diṭṭha-dhamma는 √dṛś(to see)의 과거분사로 '보여진'을 뜻하는 diṭṭha와 '물·심의 현상'을 뜻하는 dhamma의 합성어이다. 문자적으로는 '보여진 현상'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초기경에서는 diṭṭhe vā dhamme라고 아주 많이 나타나고 있다. 불교 특유의 어법으로 '지금·여기에서'를 나타내며 넓게는 현생, 즉 '금생'을 뜻한다.
'받는'으로 옮긴 vedanīya는 √vid(to know)의 가능법 분사이다. √vid(to know)는 인식하여 아는 것을 뜻하기보다는 경험한다, 특히 '몸으로' 직접 생생하게 느끼고 체험해서 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이 단어에서 파생된 vedanā는 느낌(수)이라는 뜻이 된다.
이렇게 하여 diṭṭha-dhamma-vedanīya는 '금생에 겪게 될 업'이라는 뜻이다. 즉 같은 생에서 업의 과보를 내는 업을 뜻하며 만일 그 업이 금생에 익을 조건을 만나지 못하면 없어져버리게 된다. 아비담마에 의하면 자와나(속행) 과정에 나타나는 일곱 가지 자와나의 마음 가운데서 가장 약한 마음인 첫 번째가 바로 이 금생에 받는 업이라고 설명한다.
2. 다음생에 받는(upapajja-vedanīya) 업: '다음 생'으로 의역한 upapajja는 upa(위로)+√pad(to go)의 가능법 분사로서 '다시 태어나는'의 뜻으로 쓰였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다음 생에 과보를 겪게 되는 업이라는 의미이다.
이것은 업의 과보가 바로 다음 생에서 나타나는 것을 뜻하며 만일 그 업이 바로 다음 생에서 조건을 만나지 못하면 소멸되어버린다. 이것은 자와나의 마음 일곱 가지 중에서 두 번째로 약한 마지막 일곱 번째 마음이라고 아비담마에서는 설명한다.
3. 세 번째 생부터 받는(aparāpariya-vedanīya) 업: 여기서 aparāpariya는 '또 다른'을 뜻하는 apara가 두 번 겹쳐져서 apara-apara가 되고 여기에 '-iya' 어미가 붙어서 만들어진 단어로서 '그다음부터 계속해서'라는 의미로 쓰인다. 전체적으로는 '다음 생의 다음부터'라는 뜻에서 세 번째 생부터 받는 업이라는 의미이다. 즉 세 번째 생부터 그 조건을 만나면 과보를 낳는 업이라는 뜻이다. 아비담마에 따르면 인식과정 중간의 다섯 개의 자와나의 마음이 여기에 속한다고 하며 이 업은 윤회가 계속되는 한 결코 그 효력이 소멸되지 않고 과보를 낳는다고 한다.(VṬ.171) 세 번째 생부터 받는 업, 즉 받는 시기가 확정되지 않는 이 업의 과보로부터는 누구도 면제되지 않는다고 한다. 부처님과 아라한도 반열반하기 전까지는 여기에 포함된다.
4. 효력을 상실한(ahosi) 업: ahosi는 √bhū(to become)의 불확정과거(Aorist) 3인칭 단수이다. 그러므로 '있었던' 정도의 의미라 하겠다. 업이 있었지만 그 과보를 가져올 기간을 넘겨버린 업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효력을 상실한 업이다. 혹시 효력을 상실한 업이라 하니 '지은 업이 효력이 없을 수도 있구나' 하고 오해할지 모르지만 업인 이상 반드시 과보는 있다는 업의 법칙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실제적으로 특별히 이 효력을 상실한 업에 해당되는 업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금생에 받는 업과 다음 생에 받는 업이 조건을 만나지 못해서 익지 못한 경우가 효력을 상실한 업에 해당한다. 아라한의 경우에 마지막의 임종 시에 과거에서 지은 모든 업도 이 효력을 상실한 업이 된다.
업은 조건을 만나지 못하면 과보를 생산하지 못한다.
2~6번째 업은 3생 뒤부터 백생, 천생, 만생, 그 이후의 윤회의 기간까지 사라지지 않고 언제든 과보를 가져온다.
7가지 자와나 전체로 보면 모두 같은 업을 7번 짓는 것이므로 첫 번째, 마지막 자와나에서 지은 업이 금생과 내생에서 과보를 가져오지 못해 효력을 상실한 업이 되더라도 나머지 5개 자와나 과정에서 지은 업들은 세세생생 결코 효력을 상실하지 않는다.
따라서 업을 지으면 반드시 과보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청정도론 XIX]: "14. 이 가운데서 업은 네 가지이다. 금생에 받는 업, 다음 생에 받는 업, 세 번째 생부터 받는 업, 효력을 상실한 업이다.
이 중에서 ① 하나의 속행과정에서 속행의 마음 일곱 개 중에 유익한 것이든 해로운 것이든 그 첫 번째 속행의 의도가 금생에 받는 업(diṭṭhadhamma-vedanīya-kamma)이다. 그것은 이 [생의] 몸에 과보를 준다.
② 그렇게 할 수 없을 때 '업이 있었지만, 업의 과보는 없었고, 업의 과보는 없을 것이고, 업의 과보는 없다.'라고 세 개 조의 방법에 따라 효력을 상실한 업(ahosi-kamma)이라고 한다.
③ 행위를 성취한 일곱 번째 속행의 의도가 다음 생에 받는 업(upapajja-vedanīya-kamma)이다. 이것은 [다음 생의] 몸에 과보를 준다. 그렇게 할 수 없을 때 이미 설한 방법대로 효력을 상실한 업이라고 한다.
④ [첫 번째와 마지막의] 둘 사이에 다섯 개 속행의 의도가 세 번째 생부터 받는 업(aparāpariya-vedanīya-kamma)이다. 그것은 미래에 기회를 얻을 때 과보를 준다. 윤회가 계속 되는 한 이것은 효력을 상실한 업이 되지 않는다."
청정도론에서는 여기까지 12가지 분류로 업을 나누고 있다.
업이 과보를 가져오는 역할에 따라 4가지, 재생연결식의 과보를 주는 순서에 따라 4가지, 업이 익는 시간에 따라 4가지가 그것이다.
아비담마 길라잡이에서는 여기에 과보를 주는 장소, 즉 업이 익는 곳에 따라 추가적으로 4가지의 분류를 설하고 있다.
인용 출처: 대림스님·각묵스님 옮김, '아비담마 길라잡이 제1권', 초기불전연구원(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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