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아비담마
“악처는 고통이 즐거움보다 훨씬 더 많은 세상이며, 악업을 저지른 자들이 악행의 결과로 태어나는 곳이다.” (아비담마 길라잡이 5장)
Rihan
2023. 8. 10.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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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I. 네 가지 세상
bhūmi-catukka
§3. 개요
이 중에서 네 가지 세상이란 (1) 악처 세상 (2) 욕계 선처의 세상 (3) 색계 세상 (4) 무색계 세상이다.
여기서 '세상'으로 옮긴 단어는 부미(bhūmi)이다. 부미는 땅이라는 뜻이며 그래서 중국에서는 주로 지(地)로 옮겼고... 아비담마에서는 1️⃣ 마음이 일어나는 곳과 2️⃣ 중생들이 사는 곳의 두 가지 의미로 쓰인다. 본서에서 전자의 경우는 주로 '경지'로 옮겼고 후자의 경우는 '세상'으로 옮겼다. 이 둘은 다른 의미를 전달한다.
이를테면 색계의 마음은 색계 세상에서 주로 일어나기는 하지만 욕계에서 선에 든 사람에게서 일어나는 마음도 색계의 마음이다. 그러므로 둘을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
2.
§4. 악처 세상(apāya-bhūmi)
이 중에서 악처 세상은 네 가지인데
(1) 지옥(niraya)
(2) 축생계(tiracchāna-yoni)
(3) 아귀계(petti-visaya)
(4) 아수라 무리(asura-kāya)이다.
'악처'로 옮긴 아빠야(apāya)는 apa(떨어져) + √i(to go)에서 파생된 남성명사로 '떨어져 나가다'라는 문자적인 뜻에서 '분리, 손실, 누출, 상실, 타락'등의 뜻으로 쓰이며 초기경에서부터 다음 생에 태어나는 불행한 상태를 뜻하는 전문용어로 정착되었다... 초기경에서는 apāya-duggati-vinipāta의 정형구로 많이 나타나는데 duggati도 duḥ(나쁜) + √gam(to go)에서 파생된 여성명사로서 '나쁜 행처, 나쁜 곳'이라는 문자적인 뜻 그대로 악도를 뜻하며 vinipāta는 vi(분리하여)+ni(아래로)+√pat(to fly)에서 파생된 남성명사로 '아래로 떨어짐'이라는 문자적인 뜻 그대로 역시 나쁜 곳을 뜻한다. 이 셋은 각각 불행한 상태, 비참한 곳, 파멸처로 옮긴다. 『청정도론』에서는 이렇게 악처 등을 설명하고 있다.
[청정도론 XIII]: "92. 비참한 곳 등은 모두 지옥의 동의어이다. 지옥(niraya)은 천상과 해탈의 원인인 공덕이라고 알려진 'aya'에서 벗어났기 때문에(apetattā), 혹은 행복의 원인이(āyassa) 없기 때문에(abhāvā) 비참한 곳(apāya)이다.
고통스러운(dukkhassa) 태어날 곳(gati), 괴로움의 의지처가 나쁜 곳(duggati)이다. 혹은 성냄이 많은 연고로 나쁜(duṭṭhena) 업으로 생긴 운명(gati)이 나쁜 곳(duggati)이다.
나쁜 행위를 저지른 자들이 따로 분리되어(vivasā) 이곳에 떨어지기(nipatanti) 때문에 파멸처(vinipāta)이다. 혹은 그들이 멸할 때(vinassantā) 사지가 찢긴 채 여기에 떨어지기(patanti) 때문에 파멸처이다.
여기에서는 만족을 인식할 길이(ayo) 없기(natthi) 때문에 지옥(niraya)이다."
악처는 고통과 비참함이 즐거움보다 훨씬 더 많은 세상을 포괄적으로 나타내는 용어로서 악업을 저지른 자들이 악행의 결과로 태어나는 곳이다. 저자는 여기서 지옥, 축생, 아귀, 아수라의 넷을 악처로 들고 있다.
1. 지옥(niraya): '지옥'으로 옮긴 niraya는 nis(밖으로)+√i(to go)에서 파생된 남성명사로서 '밖으로 떨어져 나가다 = 파멸하다'라는 문자적인 뜻에서 '지옥'을 뜻한다. 주석서에서는 '아무런 즐거움이 없는 곳'으로 설명한다. 불교의 우주관에 따르면 지옥은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세상으로서 극심한 고통이 있는 곳이다. 여기에 태어난 중생은 그들이 지은 악업의 과보 때문에 태어나는 찰나부터 여기서 죽는 찰나까지 단 한 순간의 휴식도 없이 고통을 받아야만 한다고 한다. 주석가들은 여덟 가지 대지옥을 드는데... 뒤의 지옥으로 갈수록 더 고통은 심해진다. 이들 가운데서 무간지옥으로 옮기는 아위찌(Avīci)는 제일 아래 있고 가장 무시무시한 곳이다...
2. 축생계(tiracchāna-yoni): tiracchāna(축생)-yoni(모태)는 축생의 모태, 즉 축생의 세계이다. 역자들은 축생계로 옮겼다. tiracchāna는... '옆으로'라는 뜻이다. 동물들은 직립보행을 하지 않고 옆으로, 즉 네 발로 걷거나 움직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불교에서는 동물의 세계도 중생들이 악업의 결과로 태어나는 비참한 세계(악도)로 간주한다. 부처님께서는 악업을 지은 인간들은 축생의 세계에 태어나게 되고 축생들도 선업을 지으면 인간이나 천상에도 태어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축생계는 지옥보다는 고통이 덜하지만 즐거움보다는 괴로움이 더 많은 곳이고 더군다나 선업을 닦을 기회를 거의 만나지 못하기 때문에 비참한 악처 세상에 포함되는 것이다.
3. 아귀계(petti-visaya): petti는 초기경에서는 주로 petā로 나타난다. 이 용어는 두 가지 어원으로 설명된다. 하나는 아버지를 뜻하는 pitṛ(Pāli. pitā)의 곡용형인 paitṛ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pra(앞에, 앞으로)+√i(to go)에서 파생된 것으로 산스끄리뜨 preta의 빠알리어로 간주한다.
전자로 해석하면 그 일차적인 의미는 '아버지에 속하는'의 뜻이며 여기서 아버지란 물론 모든 돌아가신 선조들을 뜻한다. Visaya는 대상이나 영역을 뜻한다. 초기경에는 petti-visaya보다는 단지 peta로 많이 나타나는데 이 단어 역시 아버지를 뜻하는 pitā의 곡용형으로 '아버지에 속하는'을 뜻하며 그래서 모든 조상신들을 뜻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Petti-visaya...가 중국에서 귀, 귀신으로 옮겨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후자로 해석하면 '먼저 간 자'라는 문자적인 뜻에서 정령이나 죽은 자의 혼령을 뜻한다. Preta는 중국에서는 아귀, 아귀취, 귀, 귀신, 귀취 등으로... 옮겼다.
이처럼 petti-visaya나 peta는 베딕 문헌에서 나오는 조상신들에게 제사지내는 것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굶주린 귀신'으로 불교에서 정착된 것으로 추정한다. 아귀는 항상 배고픔이나 목마름 혹은 다른 괴로움을 겪는 존재라고 불교에서는 말한다. 아귀는 그들이 사는 영역이 따로 없다. 그들은 숲이나 습지나 묘지 등 인간이 사는 세계에 같이 산다고 한다. 인간의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그들 스스로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고 천안으로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아귀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귀신, 조상신이다.
인간과 가까이 사는 존재이며, 인간보다 격이 낮은 존재이다.
4. 아수라 무리(asura-kāya): asura는 베다에서부터 deva(신)들과 항상 싸우는 존재들로 등장한다. 이것이 자연스럽게 불교의 경들에도 등장하게 되었다. 어원으로 보면 서아시아에서 유력했던 조로아스터교의 아베스타에 나타나는 신이나 주(主)의 개념인 아후루(ahurū)를 나타낸다고 보고 있다. 초기경에서 아수라들은 인드라(제석)를 왕으로 하는 삼십삼천의 신들과 싸우는 존재로 나타난다. 이런 의미에서 대승불교에서는 아수라를 악도에 포함시키지 않고 인간보다도 수승한 존재로 설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서 악도에 속하는 아수라들은 그런 신들과 버금가는 아수라가 아니다. 주석가들은 아귀와 비슷한 고통받는 정령들로 설명한다. 아래 §11에서 vinipātika-asura, 즉 타락한 아수라라는 표현이 나타나는데 그들은 선처에 속하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악도에 속하는 아수라들은 이런 저급한 아수라들보다도 더 낮은, 고통이 많은 아수라를 뜻한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여기서 kāya는 무리라는 뜻이다.
인용 출처: 대림스님·각묵스님 옮김, '아비담마 길라잡이 제1권', 초기불전연구원(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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