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아비담마

‘5가지 방호’와 ‘네 종류 청정 계‘, 그리고 관련 마음부수들

Rihan 2024. 8. 28. 20:30
728x90

1.

『대불전경』의 지계 바라밀에 대한 주석에는 5가지 방호에 대한 설명이 있다.

㉠ 파티목카 계본 방호: 비구를 위한 근본 계율 조목(파티목카)을 통해 방호하는 것. 이 근본 계율 조목을 준수하면 불행과 지속적인 고통으로 가득 찬 악취에서 벗어나게 된다.

㉡ 억념 방호: 6가지 감각의 문을 굳게 지키는 것(억념)을 통한 방호. 눈, 귀, 코, 혀, 몸, 마음을 굳게 지킴으로써 악행이라는 도둑이 사람을 침범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 지력 방호: 통찰력에 의한 마음의 통제(지혜)를 통한 방호. 이를 통해 늘 흐르는 갈애와 사견, 치암 등의 정신적 번뇌를 더 이상 흐르지 못하게 한다. 이 주제 아래 '자구의지계(paccayasanissita-sīla)'가 포함되어 있다. 자구의지계, 즉 '필수품에 입각한 계율'이란 필수품 사용과 관련한 적법한 처리를 뜻한다.

㉣ 인내 방호: 여기서 인내는 마음에 대한 통제를 뜻한다. 이런 인내를 통한 방호를 실천하면 극도의 열기와 추위를 견뎌야 할 때 번뇌에 오염된 사유가 마음을 방해하지 못한다.

㉤ 정진 방호: 정진이란 사악한 사유가 발생하는 것을 막는 굳세고 강한 정신적인 노력을 뜻한다. 그러한 정진을 통한 방호가 정진 방호이다. 그리고 사악한 사유란 구체적으로 애욕의 사유, 악의의 사유, 상해의 사유를 말한다. '활명편정계(ājīvapārisuddhi-sīla)'가 이 주제 아래 포함된다.

- 밍군 사야도 지음, 『대불전경』 2권 p.285, (주)한언(2009)

 

 

이 5가지 방호 중 네 가지는 '네 종류의 청정 계(Catu-pārisuddhi-sīla)'와 대응된다.

  • ㉠ 파티목카 계본 방호 → ① 계목단속 계(Pātimokkhā-saṃvara-sīla)
  • ㉡ 억념 방호 → ② 감각기능단속 계(Indriya-saṃvara-sīla)
  • ㉤ 정진 방호 → ③ 생계청정 계(Ājīva-pārisuddhi-sīla)
  • ㉢ 지력 방호 → ④ 필수품관련 계(Paccaya-sannissita-sīla)

 

'네 종류의 청정 계'란 무엇인가?

 

이 네 가지는 주로 출가한 비구와 관련이 있다.

파욱 수행 도표에서는 '계 청정'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닙바나로 인도하는 팔정성도

 

 

2.

네 종류의 계를 간단하게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1. 계목단속 계: 비구계, 오계 등을 잘 지키는 것
  2. 감각기능단속 계: 눈이나 귀 등으로 형색이나 소리 등을 보거나 듣거나 할 때 탐욕 등의 번뇌가 들어오지 않도록 감관을 잘 단속하는 것
  3. 생계청정 계: 비구라면 탁발 등의 여법한 방법으로, 재가자라면 바른 생계로 필수품을 구하는 것
  4. 필수품 관련 계: 필수품을 받거나 사용할 때 그 목적 등을 숙고하면서 사용하는 것

 

『청정도론』과 『대불전경』의 설명을 참고하여 '네 종류의 계'를 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계목단속 계(pātimokkha-saṁvara-sīla, Vis.I.43~52, 대불전경 2권 pp.335~340)
    • 계목(pātimokkha)은 학습계율(sikkhāpada-sīla)과 같은 말이다.
    • 계목(pātimokkha)에서 pāti는 보호하고 준수한다는 뜻, mokkha는 자유롭게 하고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한다는 뜻이다.
    • 단속(saṁvaro)은 몸과 입으로 범하지 않는 것이다. 무심코 범하거나 해로운 마음을 일으키는 등 작은 허물에서도 큰 두려움을 본다.
    • '바른 행실(ācāra)'은 위의가 반듯하여 당당하면서도, 불손하지 않고 공손한 행실이다.
    • '행동 영역(gocāra)'은 2가지로 이해할 수 있다.
      • 첫 번째는 의지할만한 '영역'을 말한다. 감각적 쾌락과 삿된 견해에 빠지게 하는 사람과 환경은 멀리하고, 열반을 향하는 청정한 선우들과 환경에게 의지한다. 즉, 비난받지 않고 건전하며 의지할만한 행처로만 다닌다.
      • 두 번째는 마음을 보호하고 잘 매어둘 수 있는 '행동'을 말한다. 눈을 내리뜨고 쟁기의 길이만큼 내다보며 감관을 단속하면서 행동한다. 먹는 데 적당량을 알고 항상 깨어있으려 노력한다. 사념처를 행한다.
    • 결론적으로 계목의 단속은 계율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바른 행실과 행동 영역은 이 계율을 지키기 쉽게 하는 행동과 환경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2. 감각기능단속 계(indriya-saṁvara-sīla, Vis.I.53~59, 대불전경 2권 pp.340~342)
    • 감각기관, 감관의 빠알리어인 indriya는 기능, 지배를 의미한다. 보는 데 있어서 눈이 지배적인 감관(감각기관)이다. 따라서 눈은 안식이 일어나는 토대가 되므로 안근이라 부른다. 귀는 이근, 코는 비근, 혀는 설근, 몸은 신근, 마음은 의근이다. 이 6가지 뿌리, 감각기능, 감각기관을 보호하는 것이 감각기능단속 계이다.
    • 눈으로 형상을 본다고 말하지만, 사실 눈은 마음이 없기 때문에 형상을 보지 못한다. 우리는 눈의 알음알이로 형상을 본다. 총 6가지 알음알이로 대상을 안다. 즉, 눈으로 형상을 보고, 귀로 소리를 듣고, 코로 냄새를 맡고, 혀로 맛을 보고, 몸으로 감촉을 느끼고, 마노로 법을 지각하는 것은 6가지 육체적 토대를 의지하여 일어나는 알음알이가 대상을 아는 것이다.
    • 6가지 감관을 보호하는 방법은 이렇다. 눈으로 색을 볼 때 단지 그것을 색으로만 파악한다. 보인 것의 전체 모습을 인식하지 않는다. 전체 모습, 즉 '표상'이란 '이것은 여자다, 남자다, 아름답다'는 식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런 인식들은 번뇌가 일어나도록 부추긴다. 남자나 여자라는 인식을 떠올리게 만드는 미세한 모습들에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손과 다리, 웃는 것과 같은 '부분상'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번뇌가 일어나도록 지속적으로 부추기는 것이다.
    • 안근을 단속하지 않은 채 유쾌한 대상을 보면 탐욕이 일어날 것이다. 불쾌한 대상을 보면 성냄이 일어날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불건전한 마음의 상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마음챙김을 통해 안근을 단속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듣고, 맡고, 맛보고, 느끼고, 정신적인 대상을 인식하는 것에서도 감관의 문을 단속함으로써 번뇌를 일으키지 않게 된다.
  3. 생계청정 계(ājīva-pārisuddhi-sīla, Vis.I.60~84, 대불전경 2권 pp.342~347)
    • '생계'는 필수품을 찾는 노력을 통해 목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생계의(ājīvassa) 청정한 상태(pārisuddhi)가 생계청정이다. 생계청정 계는 모든 종류의 삿된 생계로부터 절제하는 것이다. 비구에게 있어 잘못된 생계는 본질적으로 재가 신자를 기만해서 마지못해 보시물을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다.
    • 비구는 생계를 꾸리기 위해 삿된 욕심으로 여섯 가지 학습계율을 범할 수 있다. 사악한 욕망으로 자신에게 없는 선정, 도, 과의 높은 법을 자신이 얻었노라 말하는 것은 바라이죄다. 먹고살기 위해 중매를 하는 것은 승잔죄이다. 먹고살기 위해 간접적으로라도 자기를 지칭하여 아라한이라고 말하는 것은 조죄이다. 먹고살기 위해 아프지도 않으면서 맛있고 값진 음식을 부탁하여 먹는 것은 단타죄, 회과죄, 악작죄이다. 이외에도 손금 보기, 점치기, 예언, 해몽, 관상 등은 하천한 재주로 삿된 생계를 꾸리는 것이라 한다.
    • 삿된 생계의 뿌리는 욕심이며, 그것이 드러나는 방식은 대표적으로 '위선'이다. 필수품을 수용함에 있어 삿된 욕심을 지닌 비구는 위선으로써 짐짓 그것을 바라지 않지만 보시자를 위해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더 많은 필수품, 더 좋은 필수품을 얻으려 한다. 암시를 통해 자신이 선정, 도, 과를 얻었음을 믿게 만들거나 보시를 제공하도록 부추기며, 몸가짐을 통해 고상한 사람처럼 행동한다. 감언이설로 보시물을 얻어내려 한다. 혹은 반대로 재가자의 도덕적 자질을 깎아내리며 보시를 받으려 한다. 남에게 받은 보시물을 다른 이에게 줌으로써 더 많은 보시물을 얻고자 한다.
  4. 필수품 관련 계(paccaya-sannissita-sīla, Vis.I.85~97, 대불전경 2권 pp.347~349)
    • 필수품은 중생들이 그것을 의지하고(paṭicca) 사용하면서 움직이기(ayanti) 때문에 필수품(paccaya)이라고 한다. 의, 식, 주, 약의 4가지 필수품 없이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것들을 사용할 때 마땅히 그 목적을 지혜롭게 숙고하며 욕심이나 분노와 같은 죄악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수품 관련 계이다.
    • 필수품을 수용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몸의 괴로움을 피하기 위함이다. 몸에 괴로움이 일어나면 마음이 산란해져 지혜롭게 노력할 수 없다.
    • 수행자에게 옷은 장식물이 아니다. 추위, 더위, 바람, 햇빛, 곤충, 동물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양심을 흐리게 하는 몸의 은밀한 부분을 가리기 위해 옷을 입는다.
    • 수행자에게 음식은 즐기거나 취하거나 몸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다. 이 몸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 배고픔을 피하기 위해, 편안하게 머물기 위해, 음식을 먹어 생긴 힘으로 고귀한 수행을 할 수 있는 힘을 얻기 위해 음식을 먹는다. 합당하게 구한 음식을 포만감을 느끼기 전까지 절제 있게 먹어서 편안하게 알아차리면서 머문다. 과식하여 소화불량으로 새로운 고통을 일으키거나, 포만감으로 눕거나 늘어져 혼침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 눕는 곳이 침상(sena)이고 앉는 곳이 좌구(āsana)다. 이것을 하나로 묶어 거처(senāsana)라고 부른다. 거처는 오직 기후의 변화, 곤충과 동물에서 생기는 위험을 없애고 격리된 생활을 즐기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위험들은 몸의 괴로움으로 인해 마음을 산란하게 만들기 때문에 거처를 사용하여 피해야 한다. 피해야 할 숨겨진 위험은 탐욕과 성냄이다. 부적당한 형상을 보는 것 등으로 인해 탐욕과 성냄이라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드러나거나 숨겨진 위험들을 초래하지 않는 거처를 사용한다.
    • 약품은 병을 다스리기 위해, 생명을 유지하고 고통을 물리치기 위함이다. 환자를 치료하는 그런 약품을 수용한다. 고통은 사대 요소들의 부조화이다. 오직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때까지, 고통을 완전히 없앨 때까지 약품을 수용한다.

 

3.

이 5가지 방호와 네 종류의 청정 계는 다음의 마음부수와 대응된다.(Vis.I.98~130, 대불전경 2권 pp.349~360)

  1. 계목단속 계: 믿음(saddhā)으로 성취된다.
    • 학습계율을 제정하는 것은 제자들의 영역이 아닌, 부처님의 영역이다.
    • 계율을 제정하시는 부처님은 자연의 법칙을 예외 없이 모두 다 깨달으신 분이시다.
    • 따라서 부처님께서 제정하신 대로 학습계율을 전부 믿음으로 받아 지녀 존중하면서 성취해야 한다.
    • "마치 까투리가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는 일이 있더라도 자신의 알들을 지키는 것처럼, 야크가 목숨을 희생하는 일이 있더라도 자신의 꼬리를 지키는 것처럼, 재가인이 사랑으로 자신의 아들을 보호하는 것처럼, 눈이 하나뿐인 사람이 신중하게 행동하며 그 눈을 보호하는 것처럼, 청년이든 장년이든 노인이든 계율을 준수하는 사람들은 고도의 주의력과 애정을 가지고 계율을 지켜야 하느니라.(대불전경 2권 pp.349~350)"
    • "... 주석서는 다음처럼 말한다. '계본방호계를 청정하게 지키는 선남자라면 부처님이 제정한 계율을 부수기보다 자신의 목숨을 버려야 한다.'(대불전경 2권 p.350)"
  2. 감각기능단속 계: 마음챙김(sati)으로 성취된다.
    • 대상에서 표상을 취할 때 육문에서 일어난 알음알이에게 탐욕 등이 침입한다.
    • "그대가 잘못 인식하는 만큼 그대의 마음은 불길에 타들어간다. 그대가 본 것이 유쾌한 것이라는 인식을 제거해야 하니, 그것이 그대를 욕망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그대의 마음을 정화하기 위해서는 그것에 존재하는 불결함을 보라.(대불전경 2권 p.351)"
    • 감관을 방호하는 방법에는 우연하게라도 대상물을 쳐다보지 않기 위해 눈을 내려 뜨는 방식, 사물을 보되 나타나는 그대로 보아 자신의 안근을 보호하고 탐욕이 일어나지 못하게 하는 방식이 있다. 전자는 현관문을 완전히 닫아버리는 것과 같고, 후자는 문을 닫지는 않지만 도적이 단 한 번도 집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것과 같다.
    • "장로는 그만큼 그곳에서 오래 살았지만 일찍이 눈을 크게 떠서 동굴을 위로 올려다본 적이 없었다... 장로는 해마다 땅에 떨어진 꽃술을 보고 나무에 꽃이 핀 것을 알았다.(Vis.I.105)"
    • "그러므로 자신의 이로움을 구하는 다른 선남자도 작은 숲 속의 원숭이처럼, 밀림의 길들지 않은 사슴처럼, 안절부절못하는 어린 아기처럼 눈을 두리번거리지 말지어다. 두 눈을 내리 뜨고, 멍에의 길이만큼 시선을 두는 자가 될 지어다. 두리번거리는 숲 속의 원숭이 같은 마음의 노예가 되지 말지어다.(Vis.I.108)"
  3. 생계청정 계: 정진(vīriya)으로 성취된다.
    • 바르게 정진하는 자가 삿된 생계, 삿된 구함, 나쁜 생활방식을 버릴 수 있다.
    • 부적당하고 삿된 구함을 버리고 정진으로 탁발 등을 통해서 바른 구함으로 청정한 생계를 성취한다.
    • 청정한 필수품만을 수용하고, 청정하지 못한 필수품은 피한다. 비구는 자신의 필요를 알리는 암시 등으로 필수품을 얻지 않는다.
    • "만약 내가 입의 암시로 인해 생긴 꿀과 죽을 먹었다면 나의 생계는 비난받았을 것이다. 비록... 목숨을 버릴지언정 생계를 얼룩지게 하지는 않으리라.(Miln.370)"
  4. 필수품 관련 계: 통찰지(amoha, paññā)로 성취된다.
    • 통찰지를 가진 자가 필수품에 대해 위험과 이익을 볼 수 있다.
    • 그러므로 필수품에 대한 탐욕을 버리고, 바르게 구한 필수품에 대해 통찰지로 반조, 성찰한 뒤에 그것을 수용한다.
    • 여기서 반조는 2가지로, ① 얻을 때와 ② 그것을 사용할 때 한다. 옷 등의 필수품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 대해 조건 따라 생긴 요소(dhātu)라고, 단순히 요소이자 원소라고 반조한다. 혹은 음식물, 옷을 입는 몸, 몸에 의해서 더러워지는 옷에 대해 매우 역겹고 혐오스러운 대상물이라고 반조하면서 그것을 얻거나 사용한다. 이렇게 받을 때, 사용할 때마다 성찰한다면 비난받지 않고 허물이 없다.
    • 필수품의 사용법에는 4가지가 있다. 앞의 2가지는 허용되지 않고, 뒤의 2가지는 모두에게 허용된다.
      • 파계한 자가 승단에서 필수품을 사용한다면 ① 훔친 것을 사용하는 것이다. 재가자는 공덕을 기대하며 오직 계율을 지키는 사람에게 보시한다. 따라서 4가지 필수품은 지계자만 사용할 수 있다. 파계한 자는 어떤 필수품도 누릴 자격이 없으므로 그러한 자가 승단에서 필수품을 사용하는 것은 도둑질하는 것과 같다.
      • 지계자가 적절한 반조(성찰) 없이 필수품을 사용할 때 ② 빚낸 것을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옷은 입을 때마다 성찰하고, 음식은 덩이마다 성찰해야 한다. 숙소, 침상, 좌구는 들어가고 앉고 누울 때마다 적절한 성찰을 해야 한다. 약품은 얻을 때와 섭취할 때에 성찰한다. 얻을 때에 성찰하더라도 사용할 때 성찰하지 않는다면 범한 것이다. 얻을 때에 성찰하지 않았더라도 사용할 때 성찰한다면 범한 것이 아니다. 그렇게 성찰하지 않은 채 하루가 지나면 비구는 채무자가 된다.
      • 유학들이 필수품을 사용할 때 ③ 상속자가 사용하는 것이다. 유학들은 세존의 아들들이며, 그들은 아버지가 가진 필수품들의 상속자가 되어 그것들을 사용한다. 재가자들이 주었지만 세존께서 허락하셨기 때문에 세존의 소유물이다. 그러므로 세존의 필수품들을 상속받아 사용한다고 알아야 한다. 계를 지닌 자가 반조한 뒤 사용하는 것은 빚내지 않은 사용이다. 이것은 상속자의 사용에 포함된다. 여기에서 계를 지닌 자는 계를 학습하는 것이므로 성자가 아니더라도 유학으로 불린다.
      • 번뇌 다한 자들이 수용할 때 ④ 주인이 사용하는 것이다. 아직 탐욕에서 자유롭지 못한 범부와 유학이 필수품을 사용하는 것은 주인이 아닌 탐욕의 노예로서 사용하는 것이다. 아라한들은 갈애의 예속을 벗어나 탐욕에 대한 통제력을 완전히 확보한 주인으로서 필수품을 사용한다. 유학이나 범부가 필수품에 내재한 불결함을 인식함으로써 탐욕을 포기하며 필수품을 사용한다면, 이는 탐욕의 노예 상태에서 자유로워진 것과 같다. 이렇게 사용하는 것은 주인처럼 사용하는 것으로 분류될 수 있다.
    • "사막을 건너기 위해 아들의 고기를 먹는 것처럼... 갈애를 일으키지 않고 단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먹어야 한다."(Vis.I.129)
    • "차가운 쌀밥을 먹고 있을 때 은사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미여, 반조함이 없이 너의 혀를 데게 하지 말라... 그러므로 괴로움을 종식시키기를 원하는 다른 자도 지혜롭게 반조하면서 필수품들을 수용해야 한다."(Vis.I.130)
  5. 인내 방호: 성냄없음(adosa)과 자애(mettā)로 성취된다.

 

4.

네 종류의 계는 네 가지를 통해 청정해진다. (Vis.I.126, 대불전경 p.359)

  1. 계목단속 계: 참회를 통한 청정이라 불린다. 허물을 드러내어 선언함으로써 청정해진다.
  2. 감각기능단속 계: 단속에 의한 청정이라 불린다. '다시는 어기지 않으리라'고 마음속으로 결의함으로써 청정해진다.
  3. 생계청정 계: 구함에 의한 청정이라 불린다. 삿된 구함을 버리고 바르게 필수품을 얻는 것을 추구함으로써 청정해진다.
  4. 필수품 관련 계: 반조에 의한 청정이라 불린다. 사용할 때 성찰함으로써 청정해진다.

 

5.

계율은 어떤 이익이 있는가?

 

괴로움의 덩어리인 이 세상에서 계율과 삼매는 기쁘고 행복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이 기쁨과 행복감은 몸과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사마타와 위빳사나를 통해 열반에 이를 수 있게 한다.

도덕적인 행위를 갖춘 사람은 기쁨과 행복감으로 이끄는 '희심(pāmojja)'과 같은 많은 공덕을 누린다. 이 희심은 '유쾌한 만족감(pīti)'이 된다. 유쾌한 만족감을 누리는 사람에게는 마음과 육체의 '편안함(passaddhi)'이 일어나고 그 뒤를 '즐거움(sukha)'이 따르게 된다.

마음과 육체의 고요한 상태는 삼매를 성취하게 하는데, 이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게 하는 '여실지(yathābhūtañāṇa)'를 얻게 한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여실지를 얻었을 때, 그는 윤회의 불행과 고통에 싫증 나서 이들을 멀리하게 된다. 그리고 실체에 대한 강력한 통찰력(balava vipassaṇa - ñāṇa)이 일어난다.

이 통찰력과 함께 탐욕에서 멀어지고 '길에 대한 지혜(도지)'를 획득하게 된다. 그리고 이 도지는 '결과에 대한 지혜(과지)'를 통해 완전한 해방인 '해탈(vimutti)'로 이끈다. 길과 결과에 대한 지혜를 얻은 뒤 '결택하는 지혜(paccavekkhaṇa - ñāṇa)'를 일으키게 되고, 이 지혜를 통해 명색(nāma-rūpa)의 집합체인 현상의 소멸이 자기 안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볼 수 있게 된다. 다른 말로 하면 완전한 평화인 열반을 깨닫는 것이다.

이처럼 계율은 열반의 깨달음을 포함한 수많은 공덕을 지닌다.

- 밍군 사야도 지음, 『대불전경』 2권 p.291, (주)한언(2009)

 

 

완벽한 계청정은 단순히 계를 지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수행을 실천함으로써 계청정은 비로소 완성된다.

출가자라면 비구계를, 재가자라면 오계 등을 잘 지켜 계목단속 계와 생계청정 계를 청정히 하고서 필수품을 잘 반조하면서 사용하고 감관을 잘 단속하는 것으로, 더 나아가 어떠한 수행주제를 선택해 실천하는 것으로 완벽한 계청정을 성취할 수 있습니다.

...출가자의 경우, 비구계와 비구니계를 범하면 '명령어김 장애'가 생겨납니다. 그리고 생계청정 계와 관련된 항목들도 계목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출가자라면 계목단속 계와 생계청정 계, 이 두 가지 계가 청정한 때를 시작으로 수행을 시작하면 됩니다. 그렇게 수행하면 그 수행하는 마음에 나머지 감각기능단속 계, 필수품 관련 계도 포함되어 네 가지 계가 모두 청정할 것입니다.

재가자라면 아버지를 죽이는 것 등의 무거운 죄(필자 주 - 오무간업)가 아니라면 오계를 어기는 것으로는 도와 과를 얻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장애법이 생겨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계가 무너졌더라도 다시 계를 수지하고 바로 수행을 실천해 나가면 됩니다. 혹은 재가자의 경우는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계가 청정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비구 일창 담마간다 지음, 『가르침을 배우다』 pp.133~134, 도서출판 불방일(2021)
계행이 나쁜 자를 섬기고 계를 지닌 자를 섬기지 않으며
무지하여 일을 저지름에 허물을 보지 않고
삿된 사유가 가득하여 감각기능들을 보호하지 않는
이런 사람의 계는 퇴보에 빠진 것이다.

계를 성취한 것에만 기뻐하여 명상주제를 수행할 마음을 내지 않고
계를 가진 것으로만 만족하여 향상을 위해 애쓰지 않는
이 비구의 계는 정체에 빠진 것이다.

계를 지니고 삼매를 위해 노력하는
이 비구의 계는 수승함에 동참하는 것이다.

계를 지님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역겨움을 위해 수행하는
이 비구의 계는 꿰뚫음에 동참하는 것이다.

- 대림 스님 옮김, 『청정도론』 1권 pp.145~146, 초기불전연구원(2004)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