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자가 재산을 보호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디가자누 경 (A8:54)
Dīghajāṇu-sutta
...8. "호랑이가 다니던 길에 사는 자여, 재물이 생기면 네 가지 파멸의 통로¹⁶⁴⁾가 있나니, 여자에 빠지고, 술에 빠지고, 노름에 빠지고, 나쁜 친구와 나쁜 동료와 나쁜 벗을 사귀는 것이다. 호랑이가 다니던 길에 사는 자여, 예를 들면 네 개의 수로와 네 개의 배수로를 가진 큰 못이 있는데 사람이 수로는 막아버리고 배수로를 열어 두었는데 마침 비까지도 적절하게 내리지 않는다면, 그 큰 못은 물이 말라버리게 될 것이고 물이 불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와 같이 재물이 생기면 네 가지 파멸의 통로가 있나니, 여자에 빠지고, 술에 빠지고, 노름에 빠지고, 나쁜 친구와 나쁜 동료와 나쁜 벗을 사귀는 것이다."
¹⁶⁴⁾ '파멸의 통로'는 apāya-mukha(필자 주 - 악처의 입구)를 옮긴 것이고, 아래 '번영의 통로'는 āya-mukha(필자 주 - 소득의 입구, 이익의 입구)를 옮긴 것이다. 저수지의 비유에서는 각각 '배수로'와 '수로'로 옮겼다. 한편 위에서 '수입'은 āya를 옮긴 것이고 '지출'은 apāya를 옮긴 것이다.
9. "호랑이가 다니던 길에 사는 자여, 재물이 생기면 네 가지 번영의 통로가 있나니, 여자에 빠지지 않고, 술에 빠지지 않고, 노름에 빠지지 않고, 좋은 친구와 좋은 동료와 좋은 벗을 사귀는 것이다. 호랑이가 다니던 길에 사는 자여, 예를 들면 네 개의 수로와 네 개의 배수로를 가진 큰 저수지가 있는데 사람이 수로는 열어 두고 배수로를 닫았는데 때마침 비도 고르게 내린다면, 그 큰 저수지는 물이 불어나게 될 것이고 물이 말라버리지 않게 될 것이다. 그와 같이 재물이 생기면 네 가지 번영의 통로가 있나니, 여자에 빠지지 않고, 술에 빠지지 않고, 노름에 빠지지 않고, 좋은 친구와 좋은 동료와 좋은 벗을 사귀는 것이다.
호랑이가 다니던 길에 사는 자여, 이러한 네 가지 법은 선남자에게 금생의 이익과 행복을 준다."
- 대림스님 옮김, '앙굿따라 니까야 제5권' P.253~254, 초기불전연구원(2007)
1.
재가자에게 있어 재산을 잃지 않고 바르게 보호하는 것은 금생의 이익이자 행복이라 할 수 있다.
부처님께서는 「교계 싱갈라 경」 에서는 재산을 잃게 하는 법으로 6가지를 말하셨고, 「디가자누 경」 에서는 4가지를 말씀하셨다.
- 교계 싱갈라 경: 6가지 타락의 입구
- 방일하는 근본이 되는 술과 중독성 물질을 섭취하는 것
- 때 아닌 때에 길거리를 배회하는 것 (e.g. 낮에 자고 밤에 돌아다니는 것)
- 구경거리(공연)를 보러 다니는 것
- 방일의 근본이 되는 노름을 하는 것
- 사악한 친구를 사귀는 것
- 게으름에 빠지는 것
- 디가자누 경: 4가지 파멸의 통로
- 여자에 빠지는 것
- 술에 빠지는 것
- 노름에 빠지는 것
- 나쁜 친구·동료를 사귀는 것
4가지 파멸의 통로는 4가지 배수로를 여는 것으로 비유하신다. 여자, 술, 노름에 빠지고 나쁜 친구와 동료를 사귄다.
4가지 번영의 통로는 4가지 수로를 여는 것으로 비유하신다. 여자, 술, 노름에 빠지지 않고 좋은 친구와 동료를 사귄다.
저수지에 선업과 재산의 물을 가득 채우기 위해서는 수로는 열고 배수로는 닫아야 한다.
위의 7가지 나쁜 법을 행하면 저수지의 물이 빠지듯 선업과 재산이 줄어들고, 반대로 행하면 선업과 재산의 물이 불어나고 번영한다.
2.
네 가지 파멸의 통로와 네 가지 번영의 통로는 인연과보의 관점에서는 직접적인 원인인 '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수로는 막아버리고 배수로를 열면 물은 빠지게 마련이고, 수로는 열어두고 배수로를 닫으면 물이 불어나기 마련이다.
부처님이 구태여 "비까지도 적절하게 내리지 않는다면", "비도 고르게 내린다면"이라고 첨언하신 것은 간접적인 조건인 '연'을 빼놓지 않으신 건 아닐까 하고 필자는 생각한다.
수로는 막고 배수로를 열어두었더라도 비가 적절히 내린다면 당분간은 저수지의 수량을 유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건의 축복이 끝나는 시점이 되었을 때 그 저수지는 물이 말라버릴 것이다.
네 개의 수로는 열고 네 개의 배수로는 닫았다면 비가 적절히 내리지 않아도 착실히 물을 불려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비도 고르게 내리는 조건이 더해진다면 저수지의 수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선업과 재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적더라도 현금흐름과 재산이 쌓여나가는 행을 하는 자에게 조건의 축복이 더해진다면 그의 재산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작더라도 보시, 지계, 수행의 선업을 꾸준히 쌓아나가는bhāvanā 자에게 조건이 성숙한다면, 어느 날 갑자기 한량없는 과보와 선업의 성취가 주어질 것이다.
물론 인 뿐만 아니라 연 역시 법에 따르면 스스로 짓는 업이기는 하다.
언젠가 내가 행했던 선업이나 불선업이 연으로 작용할 것이다.
3.
디가자누 경에서 재미있는 것은 apāya의 문맥에 따른 용처였다.
Apāya는 흔히 악처라는 뜻으로 많이 쓰이며, 손실과 비애 등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Āya는 들어오는 것, 입구, 소득, 이익의 의미이다.
Apāya-mukha는 경에서 파멸의 통로, 배수로로 번역되었고 āya-mukha는 번영의 통로, 수로로 번역되었다.
또한 āya는 수입, apāya는 지출을 의미한다.
지출과 악처가 같은 단어를 쓴다는 것이 재산을 수용하는 재가자의 입장에서 재미있게 느껴졌다.
악처를 두려워하듯 함부로 지출하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일까?
4.
마지막으로 경에서 흔히 말하는 '선남자'의 뜻을 알아보자.
- 선남자는 뜻으로는 남성 재가자, 출가자, 선근이 있는 잠재적인 불교인을 모두 통칭하지만, 좁은 뜻으로는 주로 남성 재가자를 의미한다.
- 빠알리어로는 kulaputta라고 한다. Kula는 가문, 씨족, 계급을 의미하며 흔히 좋은 가문, 높은 계급을 의미한다. Putta 아들, 아이의 뜻이다. 즉, 좋은 가문의 아들을 의미하며, 자연스럽게 품위와 교양을 갖춘 훌륭한 청년의 뜻을 가진다. 아직 삼보에 귀의하지 않았다면 좋은 집안에 태어나 선근이 있는 경우이다.
- 경에서는 대체로 부처님 법에 신심이 있는 자를 선남자라고 말하는데, 따라서 청신사라고도 불린다. 다만, 재가자와 출가자 남성을 모두 통칭할 수 있는 선남자와 달리 청신사는 남성 재가자만을 주로 뜻한다. Kula는 집이라는 뜻도 있기 때문에 선남자 역시 남성 재가자를 주로 뜻하기는 한다.
- 선남자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신심을 가지고 수행하는 부처님의 제자를 말하므로, 재산을 수용하고 승가에 보시하며 공덕을 쌓는 재가자 뿐만 아니라 출가 수행자인 비구들도 선남자로 통칭한다.
- 출가 수행자가 되기 전의 재가자를 부르는 경우도 선남자라고 불린다. 이 경우 잠재적인 출가 후보자라고 볼 수 있다.
지금껏 살펴본 재가자를 위한 여러 경에서 나타나는 선남자가 행해야 할 법은 무엇인가?
5계를 지키고, 자신과 주변을 잘 부양하며, 보시하여 공덕을 쌓고, 승가를 받들어 섬긴다.
부지런히 선근과 선업 공덕을 쌓아 금생과 내생에서 세간의 이익과 출세간의 이익을 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