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은 법칙에 따라 나고 죽고를 거듭하며, 이 세상도 법칙에 따라 수축과 팽창을 거듭한다. 인간이 법을 따르고 법을 거스르는 모든 행위는 그대로 이 세계와 중생의 수명에 반영된다.”
1. 디가니까야 제3권 P.20-21
(4) 「세기경」 (Aggañña Sutta, D27)
불교는 생명의 기원을 어떻게 설명하는가? 설명할 수 없는 사실(무기) 이라고만 말하고 넘어가버리는가? 부처님은 여기에 대해서 전혀 말씀을 하시지 않았는가? 그렇지 않다. 말씀을 하셨다. 그것이 바로 본경이다. 본경은 본격적으로 생명의 기원 문제를 다루고 있다.
세상의 기원이라는 경의 제목이 나타내듯이 본경은 이 세상은 어떻게 시작되고 전개되어 가는가 하는 주제를 다룬 것이다. 초기경의 도처에서 세존께서는 태초의 개념을 부정하신다. 그래서 세존께서는 『상응부』 『시작 없음의 상응』 (S15) 등에서 "비구들이여, 시작이 없는 것이 바로 이 윤회(saṁsāra)이니 처음 시작점은 알려지지 않는다."라고 하셨다. 세상의 기원을 설하시는 본경도 마찬가지다.
본경에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점은 세상의 기원이라고 하지만 부처님께서는 그 이전이라고는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 태초니 최초니 하는 하나의 고정된 시점은 부정하신다는 것이다. 그래서 본경에서 우주의 전개에 대한 설명도 사마야(samaya)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우주가 팽창하는 특정한 어떤 하나의 시점(samaya)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 특정 시점은 다시 그 이전의 조건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무시무종으로 세상의 기원을 설하고 있다.
그리고 본경에서 세존께서는 어떻게 끄샤뜨리야, 바라문, 와이샤, 수드라의 네 집단과 사문 집단이 생겨나게 되었는가를 설명하신 뒤, 이들은 모두 "중생들로부터 생겨났으며 다른 것들로부터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들은 같은 자들에 의해서 생겨났으며 다른 자들에 의해서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들은 법에 의해서 생겨났으며 비법에 의해서가 아니다. 와셋타여, 왜냐하면 지금 여기에서도 내세에서도 법이 이 세상에서 최상이기 때문이다."라고 매 단락에서 분명히 밝히신다. 이들은 결코 범천이나 어떤 다른 절대자가 만든 것이 아니라는 말씀이다.
그래서 경은 깨달음의 편에 있는 법(보리분법)들을 닦아서 지금 여기에서 [오염원들을] 완전히 적멸하게 하여 열반을 얻는 그러한 아라한이야말로 네 계급 가운데 어디 출신이든 제일이라고 부른다고 결론짓고 있다.
2. 디가니까야 제3권 P.153
¹¹⁷⁾ 본경의 빠알리어 제목은 악간냐 숫따(Aggañña Sutta)이다. 역자는 이를 「세기경」 이라 옮겼다. 먼저 본경의 제목이면서 '세상의 기원'이라고 옮긴 빠알리어 aggañña의 의미에 대해서 살펴보자. 이 단어는 agga+ñña로 분석 되는데 agga는 '가장 높은, 최고의'를 뜻하는 형용사로도 쓰이고, '극점, 끝점' 등을 뜻하는 중성명사로도 쓰인다. -ñña는 √jñā(to know)에서 파생되었다. 그래서 '최초에 대한 지혜' 정도로 옮길 수 있다. 주석서에서는 간단하게 "세상의 발생과 전개에 관한 역사"라고 정의하고 있다.
3. 디가니까야 제3권 P.156-157
4. "와셋타여, 참으로 바라문들은 태고적 [세상의 기원]을 기억하지 못하면서 그대들에게 '바라문들만이 최상의 계급이다. 다른 계급들은 저열하다. 바라문들만이 밝은 계급이고 다른 계급들은 어둡다. 바라문들만이 청정하고 비바라문들은 그렇지 않다. 바라문들만이 범천의 아들들이요 직계 자손들이요 입으로 태어났고 범천에서 태어났고 범천이 만들었고 범천의 상속자들이다.'라고 말했구나.
와셋타여, 그러나 우리는 바라문 여인들이 월경을 하고 잉태를 하고 출산을 하고 젖을 먹이는 것을 보게 된다. 이처럼 그 바라문들은 자궁에서 태어났으면서도 '바라문들만이 최상의 계급이다. 다른 계급들은 저열하다. 바라문들만이 밝은 계급이고 다른 계급들은 어둡다. 바라문들만이 청정하고 비바라문들은 그렇지 않다. 바라문들만이 범천의 아들들이요 직계 자손들이요 입으로 태어났고 범천에서 태어났고 범천이 만들었고 범천의 상속자들이다.'라고 그렇게 말한다.
그들은 그렇게 함으로 해서 바라문들을 비난하게 되고 거짓말을 하게 되고 많은 비공덕을 쌓게 된다."
4. 디가니까야 제3권 P.157-161
5. "와셋타여, 네 가지 계급이 있나니 끄샤뜨리야, 바라문, 와이샤, 수드라이다. 와셋타여, 여기 어떤 끄샤뜨리야는 생명을 죽이고, 주지 않은 것을 가지고, 삿된 음행을 하고, 거짓말을 하고, 중상모략을 하고, 욕설을 하고, 잡담을 하고, 탐욕스럽고, 마음이 악의에 휩싸이고, 삿된 견해를 가지고 있다. 와셋타여, 이처럼 이러한 법들은 해로운 것이고 해로운 것이라 불리고, 비난받아 마땅한 것이고 비난받아 마땅한 것으로 불리고, 받들어 행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고 받들어 행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라 불리고, 성자들에게 적합하지 않은 것이고 성자들에게 적합하지 않은 것이라 불리고, 검은 것이고 검은 과보를 가진 것이고, 지자들이 비난하는 것이다. 여기 어떤 끄샤뜨리야에게는 이러한 것들을 볼 수 있다.
여기 어떤 바라문도... 와이샤도... 수드라도 생명을 죽이고... 검은 것이고 검은 과보를 가진 것이고, 지자들이 비난하는 것이다. 여기 어떤 수드라에게는 이러한 것들을 볼 수 있다."¹²⁵⁾
¹²⁵⁾초기경에서 사람을 판단하는 부처님의 일관적인 태도는 그의 태생(jacca, jāti)이 아니라 그의 행위(kamma)이다. 그래서 『숫따니빠따』에서 세존께서는 "태생에 의해서 천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고 태생에 의해서 바라문이 되는 것이 아니다. 행위에 의해서 천한 사람이 되고 행위에 의해서 바라문이 된다.(na jaccā vasalo hoti, na jaccā hoti brāhmaṇo. Kammanā vasalo hoti, kammanā hoti brāhmaṇo)"(Sn.136)고 천명하신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6. "와셋타여, 여기 어떤 끄샤뜨리야는 생명을 죽이는 것을 금하고, 주지 않은 것을 가지는 것을 금하고, 삿된 음행을 금하고, 거짓말을 금하고, 중상모략을 금하고, 욕설을 금하고, 잡담을 금하고, 탐욕스럽지 않고, 마음이 악의에 휩싸이지 않고, 바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와셋타여, 이처럼 이러한 법들은 유익한 것이고 유익한 것이라 불리고, 비난받지 않는 것이고 비난받지 않는 것이라 불리고, 받들어 행해야 하는 것이고 받들어 행해야 하는 것이라 불리고, 성자들에게 적합한 것이고 성자들에게 적합한 것이라 불리고, 흰 것이고 흰 과보를 가진 것이고, 지자들이 칭송하는 것이다. 여기 어떤 끄샤뜨리야에게는 이러한 것들을 볼 수 있다.
여기 어떤 바라문도... 와이샤도... 수드라도 생명을 죽이는 것을 금하고... 흰 것이고 흰 과보를 가진 것이고, 지자들이 칭송하는 것이다. 여기 어떤 수드라에게는 이러한 것들을 볼 수 있다."
7. "와셋타여, 이들 네 가지 계급은 다 같이 희고 검은 법들과 지자들이 비난하고 지자들이 칭송하는 두 가지가 섞여 있는데도, 여기서 바라문들은 '바라문들만이 최상의 계급이다... 범천이 만들었고 범천의 상속자들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지자들은 그들의 이러한 말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것은 무슨 이유 때문인가?
와셋타여, 이들 네 가지 계급 가운데서 [어떤] 비구가 아라한이어서 번뇌가 다하고 삶을 완성했으며 할 바를 다했고 짐을 내려놓았으며 참된 이상을 실현했고 삶의 족쇄가 멸진되었으며 바른 구경의 지혜로 해탈하면, 그를 일러 그들 가운데 제일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¹²⁶⁾ 이것은 법에 의한 것이지 비법에 의한 것이 아니다. 와셋타여, 왜냐하면 지금 여기에서도 내세에서도 법이 이 세상에서 최상이기 때문이다."
¹²⁶⁾ 태생에 의한 바라문이 최상이 아니라, 어느 계급에 속하는 사람이든지 청정범행을 닦아 번뇌를 완전히 소멸한 자, 해탈·열반을 실현한 자야말로 최상의 인간이라는 말씀이시다.
8. "와셋타여, 이러한 방법으로 지금 여기에서도 내세에서도 법이 이 세상에서 최상이라고 알아야 한다. 와셋타여, 빠세나디 꼬살라 왕은 '사문 고따마는 비견할 데 없는 사꺄 가문으로부터 출가하였다.'고 알고 있다. 와셋타여, 그런데 사꺄족은 이제 빠세나디 꼬살라 왕의 속국이 되었다. 와셋타여, 사꺄족들은 빠세나디 꼬살라 왕에게 존경을 표하고 절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맞이하고 합장하고 공손하게 처신한다.
와셋타여, 이와 같이 사꺄족은 빠세나디 꼬살라 왕에게 존경을 표하고 절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맞이하고 합장하고 공손하게 처신하지만, 그런 빠세나디 꼬살라 왕은 여래에게 존경을 표하고 절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맞이하고 합장하고 공손하게 처신한다. 그러나 그는 나에게 '사문 고따마는 좋은 태생이고 나는 나쁜 태생이다. 사문 고따마는 힘이 있고 나는 힘이 없다. 사문 고따마는 수려하지만 나는 용모가 나쁘다. 사문 고따마는 큰 위력을 가졌지만 나는 적은 위력을 가졌다.'라고 하지 않는다. 빠세나디 꼬살라 왕은 오직 그 법을 존경하고 법을 존중하고 법을 숭상하고 법을 예배하고 법을 공경하여 이와 같이 여래에게 존경을 표하고 절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맞이하고 합장하고 공손하게 처신한다. 와셋타여, 이러한 방법으로 지금 여기에서도 내세에서도 법이 이 세상에서 최상이라고 알아야 한다."¹²⁸⁾
¹²⁸⁾ 부처님의 판단 기준은 본 문맥에서 보듯이 법(dhamma)과 비법(adhamma)이다. 그리고 이 문맥에서 법은 위 「전륜성왕 사자후경」(D26) §5의 주해에서 보았듯이 열 가지 유익한 업의 길(십선업도)을 기본으로 하고 비법은 열 가지 해로운 업의 길(십불선업도)을 말한다.
9. "와셋타여, 여기서 그대들은 각자 다른 태생과 다른 이름과 다른 족성과 다른 가문에 속하는 집을 떠나 출가하였다. '그대들은 누구시오?'라고 질문을 받으면 그대들은 '우리는 사꺄무니 교단에 속하는(필자 주 - Sakya-puttiya, 사꺄의 아들에 속하는) 사문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와셋타여, 누구든 여래에 믿음을 가져 흔들리지 않고 뿌리내려 확고하고 굳세면 어떤 사문도 바라문도 신도 마라도 범천도 이 세상의 그 누구도 그것을 빼앗아갈 수 없다. 그런 사람에게는 '나는 세존의 아들이요 직계 자손이요 입으로부터 태어났고 법에서 태어났고 법이 만들었고 법의 상속자이다.'라는 말이 어울린다.
그것은 무슨 이유 때문인가? 와셋타여, 여래에게는 '법을 몸으로 가진 자'¹³⁰⁾라거나 '브라흐만(최상의 경지)을 몸으로 가진 자'라거나 '법의 존재'라거나 '최상의 존재'¹³²⁾라는 이런 다른 이름이 있기 때문이다."
¹³⁰⁾ "여래는 법을 몸으로 가진 분(dhammakāya)이라고 일컬어진다. 여래는 삼장으로 된(tepiṭaka) 부처님 말씀(buddhavacana)을 가슴(hadaya)으로 생각한 뒤 말로써 드러내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몸은 법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dhammamayattā) 오직 법이다. 이와 같이 법이 바로 그의 몸이라고(dhammo kāyo assā ti) 해서 법을 몸으로 가진 자이다."(DA.iii.865)
¹³²⁾ 최상의 존재는 brahma-bhūta를 옮긴 것이다. 초기경에서 brahma가 보통명사로 쓰이면 '신성함, 거룩함, 높음, 위대함' 등의 뜻으로 쓰인다.
Dasa-akusala-kamma-patha, 열 가지 해로운 업의 길, 십불선업도
1. 살생 | 몸으로 짓는 업, kāya-kamma |
2. 도둑질 | |
3. 삿된 음행 | |
4. 거짓말 | 입으로 짓는 업, vāci-kamma |
5. 중상모략 | |
6. 욕설 | |
7. 잡담 | |
8. 간탐 | 마음으로 짓는 업, mano-kamma |
9. 악의 | |
10. 그릇된 견해 |
Dasa-kusala-kamma-patha, 열 가지 유익한 업의 길, 십선업도
1. 생명을 죽이지 않음 | 몸으로 짓는 업, kāya-kamma |
2. 주지 않은 것을 가지지 않음 | |
3. 삿된 음행을 금함 | |
4. 거짓말을 금함 | 입으로 짓는 업, vāci-kamma |
5. 중상모략을 금함 | |
6. 욕설을 금함 | |
7. 잡담을 금함 | |
8. 간탐 없음 | 마음으로 짓는 업, mano-kamma |
9. 악의 없음 | |
10. 바른 견해 |
5. 디가니까야 제3권 P.161-178
¹³³⁾ 이제 여기서부터 본경의 본론이라 할 수 있는 세상의 기원(aggañña)에 대한 가르침이 시작된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점은 세존께서는 와셋타와의 대화를 통해서 중생은 범천이나 어떤 특정 인격체가 다스리거나 지배하거나 창조한 것이 아니라, 법(dhamma)에 의해서 그 법칙에 따라 나고 죽고를 거듭하며, 이 세상도 이러한 법칙에 따라 수축과 팽창을 거듭하면서 유장하게 흐르고 흘러간다고 본경에서 담담하게 설명하고 계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 법을 따르고 법을 거스르는 모든 행위는 그대로 이 세계와 중생의 수명에 반영되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광음천에서 온 중생들
10. "와셋타여, 참으로 긴 세월이 지난 그 어느 때, 어느 곳에서 이 세상이 수축하는 그런 시기가 있다.¹³⁴⁾ 세상이 수축할 때 대부분의¹³⁵⁾ 중생들은 광음천¹⁵⁵⁾에 나게 된다. 그들은 거기서 마음으로 이루어지고 희열을 음식으로 삼고 스스로 빛나고 허공을 다니고 천상에 머물며 길고 오랜 세월 산다.
¹³⁴⁾ '그런 시기가 있다.'로 옮긴 원어는 hoti kho so samayo 인데, 직역하면 '있다 참으로 그 시기가' 이다. 여기서 핵심 단어는 samaya인데 일반적으로 '시간, 기간, 때' 등으로 옮기는 단어이다. 이 단어는 다양한 문맥에서 나타나는데 특히 아비담마에서도 yasmiṃ samaye cittaṃ uppanaṃ hoti 로 쓰여서 마음이 일어나는 특정 순간이나 시점을 뜻하는 술어로 사용되었으며 이것이 아비담마 주석서 문헌들에서는 찰나(khaṇa, khaṇika)의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다. 세존께서는 항상 이처럼 논의의 특정 시점을 samaya로 제시하시면서 말씀을 전개하신다.
여기서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부처님께서는 이런 samaya라는 술어를 사용하여 태초니 하는 우주의 최초의 시점을 부정하신다는 것이다. 그러나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특정시점 즉 samaya를 설정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본경을 통해서 부처님께서는 우주는 수축과 팽창을 무수히 반복하고 있음을 암묵적으로 제시하고 계신다. 그러므로 우주가 수축하는 특정 시점을 시작점으로 삼아서 어떻게 중생이 타락과 향상을 거듭하는가를 보여주고 계신다.
¹³⁵⁾ "'대부분(yebhuyyena)'이라는 것은 범천 이상의 세상이나 무색계에 태어난 자들을 제외한 신들을 두고 한 말이다."(DA.i.110) 선을 닦아서 색계와 무색계에 도달한 수승한 신들은 우주의 팽창과 수축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말이다.
¹⁵⁵⁾ (디가 니까야 제2권 P.150 155번 주해) 광음천은 Ābhassarā의 역어이다... 2선천의 키워드는 광명(ābha)이다. 제2선의 키워드가 희열과 행복이듯이 여기서 광명은 희열(pīti)과 자비(mettā, 필자 주 - 자애)의 빛을 말한다...
와셋타여, 참으로 긴 세월이 지난 그 어느 때, 어느 곳에서 이 세상이 팽창하는 그런 시기가 있다. 세상이 팽창할 때 대부분의 중생들은 수명이 다하고 공덕이 다하여 광음천의 무리에서 떨어져서 이곳 [인간계로] 오게 된다.¹³⁷⁾ 그들은 여기서도 역시 마음으로 이루어지고 희열을 음식으로 삼고 스스로 빛나고 허공을 다니고 천상에 머물며 길고 오랜 세월 살게 된다."
¹³⁷⁾ "'이곳으로 오게 된다'라는 것은 여기에 인간이 되어(manussatta) 오게 된다는 [말이다.]"(DA.iii.865)
달콤한 땅의 출현
11. "와셋타여, 그런 시기에는 완전히 하나인 물만으로 되어 있으며 거기에는 암흑과 칠흑 같은 어두움만이 있다... 여자와 남자도 알려지지 않고 중생들은 다만 중생이라는 용어로 불릴 뿐이다.¹³⁸⁾
¹³⁸⁾ 이것이 우주가 팽창하는 어떤 겁의 태초 인간계의 모습이다. 그것은 완전히 하나의 물 혹은 액체로 된 세상이다.
와셋타여, 그러자 참으로 긴 세월이 지난 그 어느 때, 어느 곳에서 달콤한 땅이 물 위에 퍼지게 되었다. 마치 끓인 우유가 식으면 그 위에 엷은 막이 생기는 것처럼 그와 같이 나타났다. 그것은 아름다움을 갖추었고 향기를 갖추었고 맛을 갖추었다. 마치 정제된 버터기름과 정제된 생 버터처럼 그와 같은 색깔을 가졌다. 그것은 마치 순수한 벌꿀처럼 그러한 맛을 가졌다."¹³⁹⁾
¹³⁹⁾ 수많은 세월이 흘러서 물 혹은 액체가 점점 굳어져 '달콤한 땅(rasa-paṭhavī)'이 되고 그것을 먹어본 사람들에게는 마침내 탐심이 생기게(lolajātika) 된다. 이렇게 탐심(lola)이 근본이 되어 신과 같던 인간은 물질의 세상과 섞이게 된다. 이렇게 해서 점점 인간은 타락해갔다.
달과 태양 등의 출현
12. "와셋타여, 그러자 어떤 중생에게 '오, 참으로 이것이 무엇일까?'라는 탐심이 생겼다. 그는 손가락으로 달콤한 땅을 맛보았는데 그 맛은 그를 뒤덮었고 갈애가 엄습해왔다. 와셋타여, 다른 중생들도 그 중생을 본보기로 따라하여 손가락으로 달콤한 땅을 맛보았는데 그 맛은 그들을 뒤덮었고 갈애가 엄습해왔다.
와셋타여, 그러자 그 중생들은 달콤한 땅을 손으로 한 덩어리씩 깨어서 먹기 시작했다. 와셋타여, 그 중생들이 달콤한 땅을 손으로 한 덩어리씩 깨어서 먹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들이 본래 타고난 광채가 사라져 버렸다. 본래 타고난 광채가 사라지자 태양과 달이 드러났다. 태양과 달이 드러나자 별들과 별의 무리들도 드러났다. 별들과 별의 무리들이 드러나자 낮과 밤이 알려지게 되었다. 낮과 밤이 알려지자 한 달과 보름이 알려지게 되었다. 한 달과 보름이 알려지자 계절과 연도가 알려지게 되었다. 와셋타여, 이렇게 하여 이 세상은 다시 팽창하는 것이다."
13. "와셋타여, 그러자 그 중생들은 달콤한 땅을 먹을 것으로 삼고 그것을 음식으로 삼고 그것을 영양분으로 삼아서 긴 세월을 보내었다. 와셋타여, 그 중생들이 달콤한 땅을 먹을 것으로 삼고 그것을 음식으로 삼고 그것을 영양분으로 삼아서 긴 세월을 보내는 동안 그 중생들의 몸은 견고하게 되었고 잘생기고 못생긴 용모가 드러나게 되었다. 어떤 중생들은 잘생기게 되고 어떤 중생들은 못생기게 되었다.
그러자 잘생긴 중생들은 못생긴 중생들에게 '우리는 이들보다 잘생겼다. 이들은 우리보다 못생겼다.'라고 거만을 떨었다. 그들이 잘생긴 것으로 거만을 떠는 것을 반연하여 자만과 거만이 생기자 달콤한 땅은 사라져 버렸다. 달콤한 땅이 사라지자 그들은 함께 모여서 '오, 달콤한 것이여. 오, 달콤한 것이여.'라고 소리 내어 울었다.
그래서 지금도 인간들은 아주 맛난 것을 얻은 뒤 '오, 달콤한 것! 오, 달콤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태고적 세상의 기원과 관계된 단어를 기억하기 때문인데 그 뜻은 잘 알지 못하고 있다."
땅의 부산물의 출현
14. "와셋타여, 그 중생들에게 달콤한 땅이 사라지자 그때 땅의 부산물들이 생겨났다. 그것은 마치 버섯이 생기듯이 그와 같이 생겨났다. 그것은 아름다움을 갖추었고... 마치 순수한 벌꿀처럼 그러한 맛을 가졌다.
와셋타여, 그러자 그 중생들은 땅의 부산물을 먹기 위해서 다가갔다. 그들은 그것을 먹을 것으로 삼고... 그 중생들의 몸은 더욱더 견고하게 되었고 잘생기고 못생긴 용모가 드러나게 되었다... 그들이 잘생긴 것으로 거만을 떠는 것을 반연하여 자만과 거만이 생기자 땅의 부산물은 사라져 버렸다. 와셋타여, 그 중생들에게 땅의 부산물이 사라지자 그때 바달라따 덩굴이 생겨났다. 그것은 마치 죽순이 생기듯이 그와 같이 생겨났다. 그것은 아름다움을 갖추었고... 그것은 마치 순수한 벌꿀처럼 그러한 맛을 가졌다."
15. "와셋타여, 그러자 그 중생들은 바달라따 덩굴을 먹기 위해서 다가갔다. 그들은 그것을 먹을 것으로 삼고... 그 중생들의 몸은 더욱더 견고하게 되었고 잘생기고 못생긴 용모가 드러나게 되었다... 그들이 잘생긴 것으로 거만을 떠는 것을 반연하여 자만과 거만이 생기자 바달라따 덩굴은 사라져 버렸다. 바달라따 덩굴이 사라지자 그들은 함께 모여서 '오, 참으로 우리는 어쩌란 말이냐. 오, 참으로 우리의 바달라따를 잃었도다.'라고 소리 내어 울었다.
그래서 지금도 인간들은 어떤 괴로운 것을 겪으면 '오, 참으로 우리는 어쩌란 말이냐. 오, 참으로 우리 것을 잃어 버렸도다.'라고 말한다. 이것은 태고적 세상의 기원과 관계된 단어를 기억하기 때문인데 그 뜻은 잘 알지 못하고 있다."
경작하지 않고도 익는 쌀의 출현
16-1. "와셋타여, 그 중생들에게 바달라따 덩굴이 사라지자 그때 경작하지 않고도 익는 쌀이 생겨났다. 그것은 속껍질도 없고 겉껍질도 없고 깨끗하고 향기로운 쌀열매였다. 그들이 저녁에 저녁식사를 위해서 가져가면 아침에 익어서 원래대로 다 자라 있었고 아침에 아침식사를 위해서 가져가면 저녁에 익어서 원래대로 다 자라 있었으며 [껍질 등] 버릴 것이라고는 없었다. 와셋타여, 그러자 그 중생들은 경작하지 않고도 익는 쌀을 먹을 것으로 삼고 그것을 음식으로 삼고 그것을 영양분으로 삼아서 긴 세월을 보내었다.
여자·남자 성기의 출현
16-2. "와셋타여, 그 중생들이 경작하지 않고도 익는 쌀을 먹을 것으로 삼고... 그 중생들의 몸은 더욱더 견고하게 되었고 잘생기고 못생긴 용모가 드러나게 되었다. 여자에게는 여자의 성기가 생겼고 남자에게는 남자의 성기가 생겼다. 여자는 남자를, 남자는 여자를 지나치게 골똘히 생각하였다. 그들이 서로서로 지나치게 골똘히 생각하자 애욕이 생겨났고 몸에는 [애욕으로 인한] 열이 생겨났다. 그들은 [애욕의] 열을 반연하여 성행위를 하게 되었다.
와셋타여, 그 시절의 중생들은 성행위를 하는 것을 보면 '불결한 것은 사라져 버려라, 불결한 것은 사라져 버려라. 어떻게 중생이 중생에게 저런 식으로 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하면서 어떤 자들은 흙먼지를 던지고 어떤 자들은 재를 던지고 어떤 자들은 소똥을 던졌다.
그래서 요즘에도 인간들은 어떤 지방에서는 신부를 데리고 갈 때에 어떤 자들은 흙먼지를 던지고... 소똥을 던진다. 이것은 태고적 세상의 기원과 관계된 단어를 기억하기 때문인데 그 뜻은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성행위를 저지름
17. "와셋타여, 그 시절에 비법으로 간주되었던 것이 지금에는 법이라고 간주되고 있다. 와셋타여, 그 시절에 중생들은 성행위를 하게 되면 한 달이건 두 달이건 마을이나 읍에 들어가지를 못했다. 와셋타여, 그 중생들은 그러한 비법에 대해서 아주 심하게 비난을 받았기 때문에 그러한 비법을 가리기 위해서 집을 짓게 되었다.
와셋타여, 그러자 어떤 게으른 중생에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 나는 왜 저녁에 저녁식사를 위해서 쌀을 가져오고 왜 아침에 아침식사를 위해서 쌀을 가져와야 하는가! 참으로 나는 아침과 저녁식사 거리로 한꺼번에 쌀을 다 가져와야겠다.'라고. 와셋타여, 그러자 그 중생은 아침과 저녁식사 거리로 한꺼번에 쌀을 가지고 왔다...
와셋타여, 그 중생들이 축적을 하면서 쌀을 먹기 시작하자 속겨가 쌀을 에워쌌고 겉겨가 쌀을 에워쌌다. 베어도 다시 자라지 않았고 결핍이란 것이 알려지게 되었으며 벼는 무리를 지어 자라게 되었다."
벼의 배분
18. "와셋타여, 그러자 그 중생들은 함께 모였다. 함께 모여서는 '존자들이여, 사악한 법들이 중생들에게 생겨났습니다. 우리는 전에는 마음으로 이루어졌고 희열을 음식으로 삼았고 스스로 빛났고 허공을 다녔고 천상에 머물렀으며 길고 오랜 세월 살았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참으로 긴 세월이 지난 그 어느 때, 어느 곳에서 달콤한 땅이 물 위에 퍼지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달콤한 땅을 손으로 한 덩어리씩 깨어서 먹기 시작했기 때문에 우리가 본래 타고난 광채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사악한 해로운 법들이 생겨났기 때문에 달콤한 땅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달콤한 땅이 사라지자 그때 땅의 부산물이 생겨났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사악한 해로운 법들이 생겨났기 때문에 땅의 부산물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땅의 부산물이 사라지자 그때 바달라따 덩굴이 생겨났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사악한 해로운 법들이 생겨났기 때문에 바달라따 덩굴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바달라따 덩굴이 사라지자 그때 경작하지 않고도 익는 쌀이 생겨났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사악한 해로운 법들이 생겨났기 때문에 속겨가 쌀을 에워쌌고 겉겨가 쌀을 에워쌌습니다. 베어도 다시 자라지 않았고 결핍이란 것이 알려지게 되었으며 벼는 무리를 지어 자라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제 참으로 우리는 벼를 나누어야 합니다. 경계를 설정해야 합니다.'라고.
와셋타여, 그러자 그 중생들은 벼를 나누게 되었고 경계를 설정하게 되었다."
19. "와셋타여, 그러자 어떤 중생이 탐심이 생겨서 자기의 몫은 잘 챙겨두고 다른 사람의 몫은 주지 않았는데도 가져가서 먹었다. 이런 사람을 붙잡았다. 붙잡아서 이렇게 말했다. '여보시오 중생이여, 그대는 사악함을 행하였소... 여보시오 중생이여,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마시오.'... 어떤 자들은 손으로 그를 때렸다. 어떤 자들은 흙덩이로 때렸다. 어떤 자들은 몽둥이로 때렸다.
와셋타여, 그때부터 주지 않은 것을 가지는 것이 알려지게 되었다. 비난이 알려지게 되었다. 거짓말이 알려지게 되었다. 처벌이 알려지게 되었다."
마하삼마따 왕과 끄샤뜨리야 집단의 출현
20. "와셋타여, 그러자 그 중생들은 함께 모였다. 함께 모여서 '여보시오, 사악한 법들이 중생들에게 생겼습니다. 참으로 주지 않은 것을 가지는 것이 알려지게 되었고... 처벌이 알려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참으로 우리는 화를 내야 할 경우에는 바르게 화를 내고 비난해야 할 경우에는 바르게 비난하고 추방해야 할 경우에는 바르게 추방을 하도록, 한 중생을 뽑아야 합니다. 대신에 우리는 그에게 쌀의 몫을 배분해 줍시다.'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와셋타여, 그러자 그 중생들은 그들 가운데서 더 출중하고, 더 잘생기고, 더 믿음직하고, 더 위력이 있는 그런 중생에게 다가가서 이렇게 말했다... 와셋타여, '그렇게 하겠습니다. 존자들이여.'라고 그 중생은 다른 중생들에게 대답한 뒤... 대신에 그들은 그에게 쌀의 몫을 배분해 주었다."
21. "와셋타여,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뽑혔다¹⁴⁵⁾고 해서 '마하삼마따, 마하삼마따'¹⁴⁶⁾라는 단어가 첫 번째로 생겨났다. 와셋타여, 토지의 주인이라고 해서 '끄샤뜨리야, 끄샤뜨리야'¹⁴⁷⁾라는 단어가 두 번째로 생겨났다. 와셋타여, 법으로 남들을 통치한다고 해서 '왕, 왕'이라는 단어가 세 번째로 생겨났다.
¹⁴⁵⁾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뽑혔다.'로 옮긴 원어는 mahājanasammato 이다. Mahā(많은)-jana(사람)-sammata(뽑힘, 동의됨)를 풀어서 옮긴 것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단어는 sammata인데 이것은 saṁ(함께)+√man(to think)의 과거분사이다. '함께 논의하다, 함께 생각하다'에서 '동의하다, 뽑다'라는 뜻을 가졌다. 즉 여러 사람들의 동의에 의해서 뽑혔다는 의미이다. 이 단어에는 부처님께서 왕의 존재를 어떻게 보시는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왕은 왕권신수설처럼 신이나 어떤 절대자로부터 그 권력을 위임받은 것이 아니라, 최초의 왕은 백성들이 그들의 재산보호나 치안유지 등을 위해서 함께 동의해서 뽑은 사람일 뿐이라는 것이다.
¹⁴⁶⁾ 마하삼마따(Mahāsammata) 왕의 기원을 설명하는 것이다. 주석서에 의하면 마하삼마따 왕은 여기서 보듯이 인류 최초의 왕이었으며, 사꺄 족의 최초의 왕이라고 한다... 인도신화에서 최초의 인간으로 간주하는 마누(Manu)라고 설명하고 있다. 인류 최초의 왕은 이처럼 백성들이 서로 동의해서 뽑은(sammata) 사람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¹⁴⁷⁾ '토지의 주인'은 khettānaṃ(토지들의) pati(주인)을 옮긴 말이다. 끄샤뜨리야(왕족)의 어원을 khetta(Sk. kṣetra, 토지, 땅)로 설명하고 있는데 언어학적으로도 정확한 설명이라 하겠다.
와셋타여, 이와 같이 이러한 끄샤뜨리야의 일원은 이와 같은 태고적 세상의 기원과 관계된 단어에 의해서 형성되었다.¹⁴⁸⁾ 그들은 중생들로부터 생겨났으며 다른 것들로부터 생겨난 것이 아니다.¹⁴⁹⁾ 그들은 같은 자들에 의해서 생겨났으며 다른 자들에 의해서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들은 법에 의해서 생겨났으며 비법에 의해서가 아니다. 와셋타여, 왜냐하면 지금 여기에서도 내세에서도 법이 이 세상에서 최상이기 때문이다.¹⁵⁰⁾"
¹⁴⁸⁾ 즉 인류 최초의 왕이라는 마하삼마따 왕도 범천이 왕으로 창조했기 때문에 왕이 된 것이 아니라 삼마따(뽑힌)라는 단어의 뜻에 따라 삼마따라 불리게 되었고, 끄셰뜨라(토지)라는 단어에 따라 끄샤뜨리야라고 이름하였으며, 통치한다(rañjet)는 단어에서 라자(왕)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일 뿐이라는 뜻이다.
¹⁴⁹⁾ 이런 설화를 통해서 부처님은... 왕권으로 대표되는 국가권력은 모두 백성들의 합의(sammata)에 의해서 맨 처음 생겼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천명하고 계시는데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말씀이다.
¹⁵⁰⁾ 법을 존중하는 부처님의 금구성언을 여기서도 볼 수 있다. 범천이 인간을 창조한 것이 아니다... 중생은 무명이 있는 한 무시무종으로 존재하는 것이며 이런 중생은 모두 평등하며 어떤 절대자에게서 비롯되거나 창조된 것이 아니라 공평무사한 법에 의해서 전개되어가는 것이라는 말씀이다.
그리고 이 가운데서도 백성들이 무리를 보호할 끄샤뜨리야를 제일 먼저 뽑았다고 설하고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사제의 권위가 먼저가 아니라 백성을 보호하는 끄샤뜨리야가 먼저 생겼다는 것이다.
바라문 집단의 출현
22. "와셋타여, 그 중생들 가운데 어떤 자들에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보시오, 사악한 법들이 중생들에게 생겼습니다. 참으로 주지 않은 것을 가지는 것이 알려지게 되었고 비난이 알려지게 되었고 거짓말이 알려지게 되었고 처벌이 알려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참으로 우리는 사악한 해로운 법들을 없애야 합니다.'라고. 그들은 사악하고 해로운 법들을 없앴다. 와셋타여, 사악한 해로운 법들을 없앤다고 해서¹⁵¹⁾ '바라문, 바라문'이라는 단어가 첫 번째로 생겨났다.
¹⁵¹⁾ 바라문(brāhmaṇa)의 어원을 bāheti(없애다)에서 찾고 있는데 bāheti는 bahi(밖으로)라는 단어에서 파생된 동사이다. 그래서 '밖으로 한다, 밖으로 보낸다, 밖으로 끌어낸다'는 의미이다. 언어학적으로 볼 때 brāhmaṇa는 √bṛh(to shine, to be bright)에서 파생된 명사이다.
그들은 숲 속에서 초막을 짓고 초막에서 참선을 하였다. 그들은 숯불을 피우지 않았고 연기를 내지 않았고 절굿공이를 내려놓았으며¹⁵²⁾ 저녁에는 저녁식사를 위하고 아침에는 아침식사를 위해서 마을과 읍과 수도로 내려가서 걸식을 하였다. 그들은 식사를 마친 뒤 다시 숲 속의 초막으로 가서 참선을 하였다. 사람들이 이런 그들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여보시오. 이 중생들은 숲 속에서 초막을 짓고 초막에서 참선을 합니다. 그들은 숯불을 피우지 않고... 식사를 마친 뒤 다시 숲 속의 초막으로 가서 참선을 합니다.'라고. 와셋타여, 참선을 한다고 해서 '자야까, 자야까(정려하는 자)'라는 두 번째 단어가 생겨났다.¹⁵³⁾"
¹⁵²⁾ 이런 단어들은 모두 제사와 관련된 것이다. 태초에 바라문들은 해로운 법들을 제거하기에 몰두했지 지금의 바라문들처럼 제사에서 헌공을 하기 위해 불을 지핀다든가, 소마 즙을 짜기 위해서 절굿공이로 찧는다든가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혹은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 먹지 않고 걸식해서 먹었다는 의미도 된다.
¹⁵³⁾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바라문이라는 사제 계급도 신의 권위에서 생긴 것이 아니라 사악한 법을 없애기 때문에 사제(바라문)이며 혹은 참선하고 정려(靜慮, 필자 주 - 고요히 생각하는 것)하는 데서 생겼다고 본경의 이 부분은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불선법을 제거하고 참선을 하는 수행자가 최초의 바라문이었다는 의미이다.
23. "와셋타여, 그 중생들 가운데 어떤 중생들은 숲 속의 초막에서 참선을 하는 것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마을의 경계나 읍의 경계로 내려와서 책을 만들면서 정착을 하였다. 인간들은 이런 그들을 보자 이렇게 말했다. '이 중생들은 숲 속의 초막에서 참선을 하는 것을 감당할 수 없어서 마을의 경계나 읍의 경계로 내려와서 베다를 만들면서¹⁵⁴⁾ 정착을 하였다. 이들은 이제 참선을 하지 않는다.'라고. 와셋타여, 이제 참선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앗자야까, 앗자야까(베다를 공부하는 자)'라는 세 번째 단어가 생겨났다. 와셋타여, 그 시절에는 이들이 저열한 것으로 간주되었지만 지금 이 시대에는 최상으로 간주된다.
¹⁵⁴⁾ '베다를 만들다'로 옮긴 원문은 ganthe karontā인데 '책을 만들다'로 직역할 수 있다...
와셋타여, 이와 같이 이러한 바라문의 일원이 이와 같은 태고적 세상의 기원과 관계된 단어에 의해서 형성되었다. 그들은 중생들로부터 생겨났으며 다른 것들로부터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들은 같은 자들에 의해 생겨났으며... 법에 의해서 생겨났으며... 왜냐하면 지금 여기에서도 내세에서도 법이 이 세상에서 최상이기 때문이다."
와이샤 집단의 출현
24. "와셋타여, 그 중생들 가운데 어떤 중생들은 결혼을 하여 여러 가지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 와셋타여, 결혼을 하여 여러 가지 직업을 가진다고 해서 '와이샤, 와이샤'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와셋타여, 이와 같이 이러한 와이샤의 일원이 이와 같은 태고적 세상의 기원과 관계된 단어에 의해서 형성되었다. 그들은 중생들로부터 생겨났으며 다른 것들로부터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들은 같은 자들에 의해서 생겨났으며... 법에 의해서 생겨났으며... 왜냐하면 지금 여기에서도 내세에서도 법이 이 세상에서 최상이기 때문이다."
수드라 집단의 출현
25. "와셋타여, 그 중생들 가운데 나머지 중생들은 사냥꾼이 되었다. 와셋타여, 사냥하는 자, 잡일하는 자라고 해서 '수드라, 수드라'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와셋타여, 이와 같이 이러한 수드라의 일원이 이와 같은 태고적 세상의 기원과 관계된 단어에 의해서 형성되었다. 그들은 중생들로부터 생겨났으며 다른 것들로부터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들은 같은 자들에 의해서 생겨났으며... 법에 의해서 생겨났으며... 왜냐하면 지금 여기에서도 내세에서도 법이 이 세상에서 최상이기 때문이다."
사문 집단의 출현
26. "와셋타여, 끄샤뜨리야도 자신의 법을 경원시하고 '사문이 되리라.'며 집을 떠나 출가하는 그런 시절이 있게 되었다. 와셋타여, 바라문도... 와이샤도... 수드라도 자신의 법을 경원시하고 '사문이 되리라.'며 집을 떠나 출가하는 그런 시절이 있게 되었다.
와셋타여, 이 네 가지 구성원들에 의해서 사문의 구성원이 형성되었다.¹⁵⁷⁾ 그들은 중생들로부터 생겨났으며 다른 것들로부터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들은 같은 자들에 의해서 생겨났으며... 법에 의해서 생겨났으며... 왜냐하면 지금 여기에서도 내세에서도 법이 이 세상에서 최상이기 때문이다."
¹⁵⁷⁾ 즉 이들 네 계급의 구성원 모두가 사문의 구성원(samaṇa-maṇḍala)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6. 디가니까야 제3권 P.179-182
나쁜 행위와 선한 행위
27. "와셋타여, 끄샤뜨리야도 몸으로 나쁜 행위를 하고, 말로 나쁜 행위를 하고, 마음으로 나쁜 행위를 하여 삿된 견해를 가진 자가 된다. 그는 삿된 견해를 가져 업을 짓기 때문에 죽어서 몸이 무너진 다음에는 비참한 곳, 나쁜 곳, 파멸처, 지옥에 태어난다.
와셋타여, 바라문도... 와이샤도... 수드라도... 사문도 몸으로 나쁜 행위를 하고... 지옥에 태어난다.¹⁵⁹⁾"
¹⁵⁹⁾ 누구나 법 앞에서 평등하다. 중생들의 합의에 의해서 만든 인간의 법 앞에서도 평등하고 이렇게 보편적이요 우주적인 법, 즉 업의 법칙 등의 앞에서도 평등하다. 지은 업에 의해서 과보를 받지 계급이나 지위, 신분에 의해서 다른 과보를 받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특정 종교의 신념체계를 믿는다 해서 특별한 다른 과보를 받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의 행위, 즉 업에 의해서 과보를 받는다.
이것이 부처님께서 설하시는 보편적인 법이다. 불교를 믿어도 불선업도를 행하면 악처에 떨어지고 불교를 믿지 않아도 선업도를 행하면 천상에 태어난다. 불교는 이런 법을 설하고 종국에는 이런 선처·악처로 윤회하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는 해탈·열반의 길을 가르친다.
선처로 윤회하는 것은 주석서에서 '윤회를 따르는 유익함(vaṭṭa-gāmi-kusala)'이라 부르고 해탈·열반은 '윤회를 거스르는 유익함(vi-vaṭṭagāmi-kusala)'이라 부르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본서 「전륜성왕 사자후경」 (D26) §1의 마지막 주해를 참조할 것.
28. "와셋타여, 끄샤뜨리야도 몸으로 좋은 행위를 하고, 말로 좋은 행위를 하고, 마음으로 좋은 행위를 하여 바른 견해를 가진 자가 된다. 그는 바른 견해를 가져 업을 짓기 때문에 몸이 무너져 죽은 뒤 좋은 곳이나 천상에 태어난다.
와셋타여, 바라문도... 와이샤도... 수드라도... 사문도 몸으로 좋은 행위를 하고... 천상에 태어난다."
29. "와셋타여, 끄샤뜨리야도 몸으로 [좋고 나쁜] 두 가지 행위를 하고, 말로 두 가지 행위를 하고, 마음으로 두 가지 행위를 하여 혼합된 견해를 가진 자가 된다. 그는 혼합된 견해를 가져 업을 짓기 때문에 몸이 무너져 죽은 뒤 즐거움과 괴로움을 다 경험하게 된다.
와셋타여, 바라문도... 와이샤도... 수드라도... 사문도 몸으로 [좋고 나쁜] 두 가지 행위를 하고... 즐거움과 괴로움을 다 경험하게 된다."
맺는 말 - 보리분법의 실천
30. "와셋타여, 끄샤뜨리야도 몸으로 단속을 하고 말로 단속을 하고 마음으로 단속을 하여 일곱 가지 깨달음의 편에 있는 법(보리분법)¹⁶⁰⁾ 들을 닦아서 지금 여기에서 [오염원들을] 완전히 적멸하게 하여 열반을 얻는다.
¹⁶⁰⁾ "네 가지 마음챙김의 확립(사념처) 등으로는 일곱 가지이다. 그러나 도닦음으로는 37가지 깨달음의 편에 있는 법들이다."(DA.iii.872)
즉 사념처, 사여의족, 사정근, 오근, 오력, 칠각지, 팔정도의 제목으로 보면 보리분법은 일곱 가지라는 의미이다. 실제로 『위방가』 (Vbh)에서는 깨달음의 편에 있는 법을 일곱 가지 깨달음의 구성요소(칠각지)들로만 한정하고 있지만 이처럼 주석서에서는 37보리분법 전체라고 주석하고 있다.
와셋타여, 바라문도... 와이샤도... 수드라도... 사문도 몸으로 단속을 하고... 열반을 얻는다."¹⁶¹⁾
¹⁶¹⁾ 해탈·열반을 실현하는 법은 모두에게 열려있다는 부처님의 대선언이시다. 어떤 계급, 어떤 인종, 어떤 성별이든 37조도품을 바르게 실천하면 모든 중생은 해탈·열반을 실현하게 된다는 말씀이다...
31. "와셋타여, 이들 네 가지 계급 가운데서 [어떤] 비구가 아라한이어서 번뇌가 다하고 삶을 완성했으며 할 바를 다했고 짐을 내려놓았으며 참된 이상을 실현했고 삶의 족쇄가 멸진되었으며 바른 구경의 지혜로 해탈하면, 그를 일러 그들 가운데 제일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법에 의한 것이지 비법에 의한 것이 아니다. 와셋타여, 왜냐하면 지금 여기에서도 내세에서도 법이 이 세상에서 최상이기 때문이다."¹⁶²⁾
¹⁶²⁾ 태생에 의한 바라문이 최고가 아니라 누구든 번뇌를 없앴다면 그가 바로 신들과 인간들 사이에서 최고로 존귀한 자라는 부처님의 결론이다.
32. "와셋타여, 사낭꾸마라 범천도 이런 게송을 읊었다.
'가문의 전통이 있는 사람들 가운데서는 끄샤뜨리야가 단연 으뜸이고
신과 인간들 가운데서는 영지와 실천³²⁴⁾을 구족한 자(명행족)가 단연 으뜸이다.'
(D3 암밧타 경 324번 주해)
...이제 암밧타는 그러면 무엇이 실천(caraṇa, 행)이고 무엇이 영지(vijjā, 명)인지를 세존께 질문을 드리고 있다. 세존께서는 여기에 대해서 본서 「사문과경」 (D2)에서 네 가지 선으로 정리되어 나타나는 삼매(samādhi)를 실천으로 설하시고, 「사문과경」에서 8가지로 정리되어 언급된 통찰지(paññā)를 영지로 설하신다. (필자 주 - 위빳사나의 지혜, 마음으로 만든 신통의 지혜, 신족통, 천이통, 타심통, 숙명통, 천안통, 누진통)
(필자 주 - 암밧타 경에서 부처님은 영지와 실천을 묻는 질문에 네 가지 선의 실천을 말하시기에 앞서 사문과경에서 짧은 길이, 중간 길이, 긴 길이로 설하신 계의 구족을 말씀하고 계시므로, 계의 구족까지 실천의 영역으로 포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 계정혜 삼학을 영지와 실천을 구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와셋타여, 사낭꾸마라 범천은 게송을 멋지게 읊었지 나쁘게 읊지 않았으며 좋은 말이지 나쁜 말이 아니며 뜻을 갖춘 것이지 뜻을 못갖춘 것이 아니다. 와셋타여, 나도 이렇게 말한다.
'가문의 전통이 있는 사람들 가운데서는 끄샤뜨리야가 단연 으뜸이고
신과 인간들 가운데서는 영지와 실천을 구족한 자(명행족)가 단연 으뜸이다.'
세존께서는 이와 같이 설하셨다.
와셋타와 바라드와자는 마음이 흡족해져서 세존의 말씀을 크게 기뻐하였다.
「세기경」이 끝났다.
7. 세기경에 대한 이야기
D27 세기경과 D26 전륜성왕 사자후경은 불교 우주관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경이다.
불교 우주관은 한 마디로 '무시무종'이다.
모든 것이 시작하는 하나의 점, 하나의 때는 없다.
하나의 세상은 1️⃣ 팽창하고 2️⃣ 팽창하여 머물며 3️⃣ 수축하고 4️⃣ 수축하여 머문다. 그리고 다시 팽창하기를 반복한다.
우주가 팽창하고 수축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1겁이라고 하는데
인간의 수명으로 친다면 8만4천살이었던 인간의 수명이 10살까지로 줄어들고, 10살이었던 수명이 다시 8만4천살이 되는 기간이 1겁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세상을 팽창하고 수축시키는 힘, 인간의 수명을 늘렸다가 줄이는 힘은 무엇으로부터 비롯되는가?
선업이 쌓이면 수명이 늘어나고, 불선업이 쌓이면 수명이 줄어든다고 부처님은 말씀하신다.
이것은 '법칙'이다.
절대자나 어떤 인격이 중생을 이렇게 저렇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선한 업을 쌓으면 좋은 과보를 받고, 불선한 업을 쌓으면 괴로운 과보를 받는 이치이다.
그렇다면 모든 중생에게 평등하게 적용되는 이 법칙에서, 부처님이 알려주시는 삶의 지향점은 무엇인가?
'법을 닦는 것'이다.
1️⃣ 윤회를 따르는 선법을 닦고, 2️⃣ 윤회에서 벗어나는 선법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1️⃣ 윤회를 따르는 선법은 무엇인가?
10가지 선업이다. 몸과 말과 마음으로 쌓는 선업이다.
왜 윤회를 따르는 선법을 닦아야 하는가?
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선처에 태어나며 살아가는 동안 선처에 태어나 37보리분법을 닦기 위해서이다. 편안함에서 부드러움과 도닦음이 있을 것이다.
2️⃣ 윤회에서 벗어나는 선법은 무엇인가?
37보리분법이다. 사념처, 사정근, 사여의족, 오근, 오력, 칠각지, 팔정도가 그것이다. 깨달음의 편에 있는 법들이다.
(디가 니까야 제3권 P.121-122 주해 90)
주석서는 본경에서 두 가지 유익함(선)을 설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서 언급한 네 가지 마음챙김의 확립 등 37가지 깨달음의 편에 있는 법들은 윤회를 거스르는 유익함(vivaṭṭagāmi-kusala)이고, 이제부터 설하는 전륜성왕의 의무는 윤회를 따르는 유익함(vaṭṭagāmi-kusala)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주석서를 직역한다.
"여기서 두 가지 유익함(kusala, 선)이 있나니 윤회를 따르는 것(vaṭṭagāmī)과 윤회를 거스르는 것(vivaṭṭagāmī)이다. 윤회를 따르는 유익함이란 부모가 자녀에게 그리고 자녀가 부모에게 애정으로 부드러운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윤회를 거스르는 유익함이란 네 가지 마음챙김의 확립 등으로 분류되는 37가지 깨달음의 편에 있는 법들(bodhi-pakkhiya-dhammā)이다.
이 가운데서 윤회를 따르는 공덕의 완성이 바로 인간 세상에서는 전륜성왕의 영광스런 힘이다. 윤회를 거스르는 유익함의 완성은 도와 과와 열반의 증득(magga-phala-nibbāna-sampatti)이다...
인용 출처: 각묵스님 옮김, '디가 니까야 제3권', 초기불전연구원(2005)